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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번엔 뮤지컬 음악감독 성희롱 '미투(Me too)'..."누가 글 썼는지 알 것 같다" 고발인 특정해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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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에서 자신이 겪은 성폭력을 공개하는 ‘미투(Metoo)’가 터져 나오는 가운데, 이번에는 성희롱 가해자로 지목된 유명 뮤지컬 음악감독과 피해자 측이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공방을 벌이는 일까지 빚어졌다.

지난 18일 한 연극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METOO(미투) 변희석 음악감독’이라는 제목으로 변 감독에게 성추행을 당했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변희석(47) 감독은 지난 11일 마지막 공연을 한 뮤지컬 ‘타이타닉’의 음악감독을 맡았다.

조선일보

변희석 음악감독. /뉴시스


성희롱 피해자의 친구라고 밝힌 A씨는 이 글에서 변 감독의 성추행 사례를 폭로했다. 게시글에 따르면 변 감독은 한 오케스트라 여자팀원을 혼내고 나서 “내가 가끔 생리를 하는데 그때마다 매우 예민해진다”며 “그러니까 너는 생리하지 말라”고 성희롱적 발언을 했다.

한 여자 단원이 다른 사람들과 웃으며 한 남성의 팔을 치자, 공연 시작 후 모든 단원이 듣는 인이어(in ear·귓속에 넣는 제품) 장치를 통해 그 여성 단원에게 “교태 부리지 마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동성(同性) 성추행 행위도 있었다고 A씨는 주장했다. 변 감독이 남자배우들 상의로 손을 집어넣어서 젖꼭지를 만지거나, 연습 중인 한 남자 배우를 가리키며 “야, 저 사람은 성관계 할 때 엄청 열정적으로 하지만 빨리 쌀 것 같지 않냐?”고 말했다는 것이다.

변 감독은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온 지 4시간 만에 해당 커뮤니티에 “저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한 연주자가 생각났다”며 “(그 연주자가)3개월 동안 내게 지적만 받았으니 내가 좋을 리 없겠다”는 반박 글을 올렸다. 이 글에서 변 감독은 “성의 없게 연주하는 연주자를 마냥 감싸 안으며 칭찬할 수는 없다”며 “(피해자는) 혼나는 것에 익숙지 않은 연주자”라고도 했다. 자신을 고발한 ‘미투’ 글이 성추행 폭로라기 보다는 ‘보복성’이라는 것이다.

변 감독의 해명을 접한 A씨는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에 “특정 인물을 추측해 내기에 급급한 모습이 상당히 실망스럽고 화가 난다”며 “명예훼손이든 허위사실유포든 내 말이 사실이 아니라면 고발하라, (그것이) 아니라면 공손한 태도로 똑바로 사과하라”는 재(再)반박 글을 올렸다.

가해자·피해자 측의 온라인 논박을 접한 네티즌들은 “변 감독은 ‘누가 이 글을 올렸는지 안다’는 식의 색출이 얼마나 치졸한 줄 모르느냐” “성폭력을 고발하려면 이 바닥(문화예술계)을 떠날 각오까지 해야 하는 상황이 슬프다” “공개적 협박 잘 봤다. 고발자 저격 들어가는데 누가 나서서 고발할 수 있겠나” 등 1000여건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변 감독은 조선일보 디지털뉴스국과의 통화에서 자신의 성희롱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 하지만 “최초로 고발한 A씨의 의도는 불순했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는 “뮤지컬 타이타닉은 처음부터 끝까지 음악이 이어지는 작품이라 예민하게 지휘를 할 수밖에 없었다”며 “오케스트라 단원을 정신 차리게끔 혼낸 다음 미안해서 한 표현이었는데, 생리라는 단어를 쓴 것은 지금 생각해보면 잘못이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내 지적에 유독 표정이나 자세에서 협조적이지 않은 단원이 한 명 있었다. 그 연주자는 공연 도중 (연주자가) 배우들을 구경하다가 연주를 놓치는 경우도 있어서 지적을 많이 했다”면서 고발자를 특정했다. 변 감독은 남자 배우를 상대로 한 성추행 등에 대해선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변 감독은 뮤지컬 타이타닉, ‘시라노’, ‘스토리 오브 마이 라이프’, ‘로기수’, ‘벽을 뚫는 남자’, ‘신과함께 저승편’ 등에서 음악감독으로 활동했다.

[고성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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