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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재혼에서 이상형의 판단기준은 ‘성격/가치관’의 일치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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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동질감’을 ‘이상형’ 혹은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 또는 ‘말이 통하는 사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자신의 이상형과 결혼한 사람은 과연 얼마나 될까? 현재 배우자가 이상형이라면, 혹은 이상형이 아니라면 그 가르는 기준의 근거는 무엇일까?

선우 부설 한국결혼문화연구소가 기혼남녀 330명(남성 166명, 여성 16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현재 배우자와 결혼 전 이상형이 일치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6.7%로 절반이 넘는 53.3%는 이상형과 결혼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상형 일치여부의 판단기준은 남녀 모두 ‘성격/가치관’이 일치하는 부분이라고 답한 비율이 가장 많았다.① 이는 인구보건복지협회가 기혼남녀 249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와도 일치한다.

행복한 결혼을 위한 배우자의 조건을 묻는 질문에 42.7%가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관'을 선택했으며, 성격(33.1%), 안정된 직업(10.8%) 등이 뒤를 이었다.②

비슷한 가치관과 인생관 혹은 성격 등이 생활 속에서 나타날 때 우리가 가장 많이 쓰는 말이 외향적 또는 내성적 성격이라고 하는데 간혹 우리는 ‘낮 가림이 심하다’는 말도 쓰는데, 모두 성격을 표현하는 말이라고 볼 수 있다.

이를테면 밖에 나가는 것을 좋아하는 외향적인 사람과 집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성적인 사람이 커플일 때 흔히 생활에서 부딪히는 경우는 흔한 일이다. 마침 웨버 부부가 옷 방에서 모임에 갈 준비를 하며 그날 있을 일에 대해 대화중이었다.

부인 패트리샤가 말을 꺼냈다. “여보, 저녁 내내 거기 있기 싫은데. 1시간만 있다 집에 오면 안 될까?” 남편 마티는 넥타이를 벗어 던지며 “됐어! 안 가고 말지!”라고 소리쳤다.

웨버 부부의 경우 마티는 외향적인 성격이다. 여러 사람들과 이야기하는 것을 좋아하며 점심과 술 약속, 인맥형성 모임 참석을 즐긴다. 반면, 패트리샤는 모임에 어쩌다 나가는 것은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집에서 책을 읽고 강아지와 노는 것을 더 좋아한다.③

그래서 우리가 궁금해 하는 원초적 질문중 하나가 ‘나와 가치관·성격이 다른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할까? 아니면 비슷한 사람과 결혼하는 것이 행복할까?’이다

① ‘장기적 관계의 상대’로는 유전인자가 비슷한 사람이 유리

우리가 진정한 동반자로 삼는 이성은 어떤 사람일까. 남녀 간 사랑과 배우자 선택을 다룬 최근 10년 연구의 공통분모는 ‘동질감’이다. 심리학에서는 비슷한 사람을 계속 좋아하는 이유를 ‘같은 타입의 이성과 만나면 옥시토신(Oxytocin)이 활성화되기 때문’ 이라고 설명한다.

영국 세인트앤드류대 인지심리학자인 데이비드 페렛 교수팀은 200여명의 남녀 실험 참가자에게 자신의 얼굴을 반대 성(性)으로 만든 사진을 다른 이성 사진과 섞어 보여준 뒤 그 중 호감이 가는 사진을 선택하게 했다. 그 결과 상당수 참가자들은 자신을 닮은 사진을 골랐다.

또 대부분의 남성들이 자신의 어머니를, 여성은 자기 아버지를 닮은 배우자를 선호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다. 체취에서 동질감을 찾는 경향도 나타난다. 미국 시카고대 마사 맥클린톡, 캐롤 오버 박사 연구팀은 여성은 아버지와 유사한 냄새를 가진 남성을 선호한다는 연구 결과를 유전학 전문 학술지인 ‘네이처 지네틱스’에 발표하기도 했다. ④

이와 관련 “결혼을 하면 부부가 서로 닮아간다”는 말도 사실은 처음부터 서로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물론 같이 살다 보면 생활 습관이 비슷해져서 서로 닮아간다고 말 할 수도 있다. 실제로 은퇴를 앞둔 부부들의 경우에는 신체적으로 서로 많이 닮는다는 연구 결과는 여러 번 확인되고 있다.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의 그림을 보면 가족이 모두 하나같이 뚱뚱하게 생겼는데 심지어 그 집에서 기르는 개도 뚱뚱하다.⑤

개인차이의 연구에 대한 국제사회의 공식저널인 「성격과 개인차이」(The Personality and Individual Difference) 에 게시된 논문에 따르면, 부부는 닮아가는 것이 아니고 서로 비슷한 캐릭터를 가진 사람들이 만나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그렇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미국 미시간 주립대학에서 1296쌍의 커플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진행된 이 연구는 사람들의 성격을 긍정적(positivity), 부정적(negativity), 낙관적(optimism), 야심적(ambition), 공격적(aggression) 등으로 분류하고 또한 개개인마다 스트레스에 어떻게 대처하는가를 분석하였다. 이 연구의 목적은 개개인의 성격이나 성향이 결혼생활을 통하여 어떻게 변화하는지를 관찰하는 것이었다.

이 연구결과에 따르면 공격적성향의 요소만을 제외 하고는 부부가 서로의 성격에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시간이 지나면서 부부가 서로 영향을 받으면서 닮아가는 것이 아니라, 결혼 전부터 성격이 유사한 사람에게 마음이 끌리게 되어 서로 성격이 닮은 사람끼리 결혼하는 경우임을 알 수 있다.⑥

▷그러면 이성 파트너는 나와 비슷한 성격이 좋을까, 아니면 정반대 성격이 좋을까?

많은 사람이 자신과 다른 성격을 원하지만, 실제로는 비슷한 성격이 파트너로 더 적당하며 장기적 관계에도 유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피터넬 데이크스트라 박사 팀은 한 온라인 만남 사이트 가입자 760명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파트너의 성격을 고르고, 자신의 성격에 대해 말하라고 설문조사를 시켰다. 그 결과, 대상자 대부분이 자신과 비슷한 성격적 특성을 가진 사람에게 긍정적 생각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상적인 파트너는 자신과 성격적으로 비슷하길 원했다는 결론이다.

비슷한 성격끼리 결혼해야 잘 산다는 사실은 2005년 미국 아이오와대학의 연구에서도 드러난 바 있다. 이는 성격이 비슷해야 충돌 요소가 적어지기 때문으로 해석됐다.⑦

▷오래가는 연인이나 결혼해서 평온하게 사는 부부를 보면 두 사람 얼굴이 닮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닮은 얼굴끼리 만나는 사람들은 왜 서로에게 끌리는 것일까?

그 이유를 밝히기 위해 학자들은 MHC 유전자를 분석하는 실험을 했다. MHC 유전자는 몸속 모든 세포 표면에 면역체계가 아군인지 적군인지 구분하는 ‘견장’과도 같은 분자로, 학자들은 예순다섯 명의 남자와 아흔두 명의 여자의 MHC 유전자를 분석했다. 그 중 여자와 비슷한 유전자를 가진 남자와 가장 다른 남자를 각각 3명씩 뽑아 디지털카메라로 사진을 찍은 뒤, 여자들에게 사진을 보여주었다.

오랫동안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 상대로는 유전인자가 비슷한 남자를 택했다. 유전적으로 친밀한 사람일수록 가족의 일원으로 느껴질 뿐 아니라,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을 잘 돌본 것처럼 두 사람의 아이를 잘 돌볼 것이라 짐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슷한 유전인자를 드러내는 얼굴 특징을 가진 남자와 여자는 장기적인 관계를 평온하게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비슷한 매력을 가진 이성을 선호하고 행복한 커플들은 비슷한 인상을 풍기는 것이다.⑧

그런데 여러 항목에 걸친 설문조사를 통해서는 ‘비슷한 성격의 이성을 원 한다’는 결론이 나왔지만, 단 한 문장으로 “어떤 성격의 사람을 원하느냐”고 물었을 때는 응답자의 85.7%가 “나와는 다른 성격을 가진 사람을 원 한다”고 대답한 경우는 어떤 경우일까?

이에 대해 데이크스트라 박사는 “배우자로 어떤 사람이 좋을지에 대해 사람들은 장밋빛 환상을 가진 경우가 많다”며 “다른 성격이 자신의 부족한 면을 메워 줄 것이며, 비슷한 성격끼리 살면 지루할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현실 세계에서는 비슷한 성격끼리 더 잘 맞으며, 실제 결혼 생활에서도 비슷한 성격끼리 더 잘 산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⑨

또 외향성-내향성 분류를 처음으로 도입한 스위스 심리학자 칼 융은 우리가 성격이 다른 사람한테 끌리는 이유가 상대로부터 배우고 싶어 하는 욕망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 이러한 관점은 근거가 없는 사실이고, 성격이 비슷할수록 결혼생활 만족도가 증가한다는 사실이 학계 연구에서는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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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왜 인간들은 서로 비슷하면 호감을 느끼고 유사한 성격의 사람과 함께 살 때 만족을 느끼는 것일까? 이는 실제 생활에서 서로의 생각이나 성격에 차이가 있으면 마찰이 일어나거나 종종 불쾌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깨끗하게 정리정돈을 잘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과 함께 지내는 것이 고통스럽다. 성격이 급한 사람은 느긋한 사람이 늘 답답하게 느껴지며, 느긋한 사람은 성격이 급한 사람과 지내는 것이 형벌처럼 느껴질 것이다. 결과적으로 태도와 기질, 행동양식이 비슷한 커플들이 그 관계가 오래 지속될 확률이 높다는 것이다.⑪

서로 다른 성격을 가진 두 사람이 만나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는, 다시 말해 서로의 장점과 단점을 보완해 주는 부부도 많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연구 자료를 근거해서 판단해 본다면 나와 다른 점이 많은 사람보다는 나와 닮은 점이 많은 사람, 즉 공통분모가 많은 사람을 만나는 경우일수록 부부로서 함께 살아가기 편한 상대일 확률이 높다고 하겠다.⑫

결혼의 인간관계에 대하여 반세기 이상 연구한 캘리포니아 대학 인간 개발원 연구원들은 성공적인 결혼이 갖는 하나의 공통점을 찾아냈다. 즉 성공적인 결혼 생활을 하는 아내는 남편과 비슷한 배경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비슷한 배경’이라는 말은 상당히 광범위한 의미로서, 우선 사회적 및 경제적으로 비슷한 배경을 의미한다. 데이비드 클리멕 박사는 그의 저서 『배우자 선택과 결혼』에서 “비슷한 환경”이란 “기본적으로 가족의 내력, 사회화 과정, 직업, 부(富), 태도, 흥미, 인생관 및 세계관을 포함한다.”고 말 한다.⑬


연인들의 행복은 ‘공감’에서 나온다. 함께 웃어주고 함께 울어주는 사람과 함께라서 우리는 행복한 것이다. 사랑을 연구한 인류학자 헬렌 피셔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남자의 64%와 여자의 76%는 ‘내 연인이 행복할 때 나도 행복하고 그가 슬플 때 나도 슬픔을 느낀다’라고 대답했다. 시인 E. 커밍스가 자신의 시에서 ‘그녀는 그의 기쁨을 웃었고, 그의 비탄을 울었다’라고 노래한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⑭

② 하지만, 인체의 면역계를 지배하는 진화적요인은 ‘차이’를 더 매력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비슷한 성격 또는 같은 성격이 파트너로 더 적당하며 장기적 관계에도 유리하다고 하지만, 후손을 생산하는 짝짓기의 경우, 종의 다양성(차이)이라는 본능에 충실하면서 지금까지 인류라는 후손을 마음껏 퍼뜨려 왔다. 그래서 종의 다양성이라는 측면은 사람들이 배우자를 선택할 시 자신과 유전적 구성이 ‘다른’(다양성) 상대방 이성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는 것으로 확인했다.

브라질 파라나대학 연구팀이 밝힌 결혼한 90쌍과 임의로 뽑은 152쌍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자신과 유전적 구성이 다른 배우자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배우자간 유전적 차이가 있는 것이 자손에게 더 이로운 바 이 같은 현상은 진화적으로 더 건강한 후손을 출산하기 위해 보다 효과적인 전략일 수 있다"라고 밝혔다.

연구팀은 "얼핏 사람들이 자신과 닮은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다 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번 연구결과 성공적으로 건강한 후손을 낳기 위해 자신과 다른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건강한 후손을 낳기 위해 자신과 다른 배우자를 선택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어떤 체내 신호가 유전적으로 자신과 다른 사람에 대해 매력을 느끼게 하는지는 분명하지 않지만 아마도 체취나 얼굴형등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추정했다.

여자들은 하룻밤을 불태우고 싶은 남자로는 자신과 MHC 유전자가 다른 남자를 선호했다. 생물학적인 측면으로 보았을 때, 자신과 가장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유전자 풀(gene pool)이 잘 섞여, 면역력이 강하고 튼튼한 자녀를 낳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으로 학자들은 해석했다.⑯

한때 인간은 의도적으로 높은 경제적 가치와 유용성 있는 특정 생물종이 풍부해지도록 생태계를 조정하여 이른바 단종재배(monoculture/동일한 유전자)를 계획했다.

하지만 단종재배의 생산성에 비례해서 많은 에너지 소비, 화학물질 (농약 등)투입으로 인해 화학물질의 독성과 양이 계속 증가하고 단종재배로 인해 토양침식, 병충해에 취약 등 여러 가지 문제가 나타났다. 따라서 다종재배(polyculture/다른 유전자)의 전환이 필요하게 되었는데⑰ 인간의 짝짓기도 다른 생명체와 똑같이 자연의 면역력에 적응하고 때로는 자연의 침탈에 맞서 살아남게 진화 되어 왔음을 알 수가 있다.

그것이 바로 자신과 가장 다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배우자로 선택해야 유전자 풀(gene pool)이 잘 섞여, 면역력이 강하고 튼튼한 후손을 낳을 가능성이 높다⑱는 사실에서 우리는 결혼에서 자신과 반대되는 성격을 만나야 잘산다는 생각을 하게 된 이유가 된 것이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신과 비슷한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 신데렐라와 왕자의 위대한 사랑, 호텔 재벌의 아들과 가난하지만 씩씩한 처녀의 사랑, 아름다운 창녀와 백만장자의 결혼은 모두 동화나 한국의 TV 드라마에서나 가능하지, 현실에선 보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은 현실에서 이루지 못한 꿈을 동화와 드라마, 통속소설에서 이루려는 것 아닐까?

줄리아 로버츠와 리처드 기어가 주연한 영화 <귀여운 여인>(Pretty Woman)은 원래 마지막에 서로 헤어지면서 끝을 맺는 것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처음 이 이야기가 영화화됐을 때 시사회에서 관객이 이러한 비극적인 결말을 굉장히 싫어했다고 한다. 관객은 이 영화를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지을 것을 요구했고, 영화감독은 마지막에 결말을 바꾸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그러나 그런 기적 같은 로맨스는 영화에서나 가능하며 대개 결혼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설령 드물게 결혼으로 이어지더라도 그들이 ‘그 후로 행복하게 살았으리라’ 짐작되진 않는다.⑲

결국 단순히 후손을 위한 건강한 유전자 확보를 위한 결혼이라면 자신과 ‘차이가 나는’ 육체적 매력을 지닌 사람을 선택해야 하지만, 하지만 결혼이라는 장기비전을 필요로 할 경우에는 자신과 여러 가지로 ‘비슷한 사람’을 선택해야 유리하다고 유전자 정보는 우리에게 그 선택의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③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면 된다

신혼시절이 지나고 현실에 눈을 뜨기 시작하면서, 서로를 매료 시켰던 “특별한 점들”은 이제 심각한 약점으로 보일 때가 많다. 처음에 당신과 배우자의 마음을 끌었던 바로 그 특징들이 두 사람을 공격하거나 실망 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자신에게 이렇게 물어야 한다. 이렇게 상이한 부분에서 ‘그/그녀’를 계속 받아들일 것인가, 그렇지 않으면 받아들임을 조금 유보함으로써 우리 사이에 거부의 조각을 끼워 넣을 것인가? 결국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면서 계속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⑳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의 로리 헬고 박사는 외향적인 사람과 내성적인 사람 비율이 대략 비슷하다고 전한다. 연구기관 CAPT의 1998년 조사에서는 무작위로 선정된 조사대상자 3천 명 중 51%가 내성적인 것으로 나타났으며, 2001년 실시된 소규모 조사에서는 57%가 내성적 부류에 속했다. 외향적인 성격과 내향적인 성격의 남녀비율도 비슷하다고 한다.㉑

그러면 여러 가지로 ‘차이’가 나는 사람과 만났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답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실질적이다. 차이를 받아들이면 되는 것이다. 때로는 수용하고 타협하고 때로는 무시하고 양보 하면 된다.

같은 모임에 가더라도 어떨 때는 패트리샤가 먼저 집에 갈 수 있도록 각자 차를 운전해 모임에 갈 때도 있으며, 마티는 패트리샤를 동반하지 않고 일주일에 한번 술자리에 참석한다.

토요일 역시 따로 보낸다. 마티는 아침에 카페에서 친구들을 만나고 오후에는 호프집에 가서 여러 사람들과 어울린다. 패트리샤는 집에서 책을 읽고 부모님께 전화하고 이메일 답장을 보내고 강아지 산책을 시킨다.

“성격이 정반대인 커플은 마음을 편하게 먹고 최선의 해결책을 찾을 필요가 있다”고 그녀는 조언했다.㉒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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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차이가 많다는 것은 그 ‘차이’에 대한 비교가 가능한 ‘공통점’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공통점이 없다면 그 차이를 어떻게 비교 할 수 있겠는가?

심리학에서 ‘이유기반 선택’(reason-based choice)이론 이라는 게 있다. 최적이 아니라 이유대기 쉬운 것을 선택한다는 이론이다. 이 이론의 요약은 차이점이 많을수록 그 차이를 어디에서 찾느냐? 바로 ‘공통점’에서 찾는다는 다소 역설적인 이론이다. 생각해보면 공통점이 없다면 차이점을 어디서 도출할 것인가?

‘이유기반 선택’이론에서는 우리의 이해를 돕기 위해 쌍A(‘PC-노트북’) 쌍B(‘PC-고양이’) 이렇게 두 쌍을 예를 들면서 쌍A 쌍B 어떤 쌍이 서로 더 유사한가? 라고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사람들의 반응은 ‘뭐 이런 걸 물어보나’ 싶을 정도의 코웃음이다. “당연히 데스크톱 PC와 노트북이 서로 더 유사하지요!”라고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다. 그런데 다음 질문 “그렇다면 쌍 A에서보다는 쌍 B에서 차이점을 더 많이 볼 수 있겠네요?”라고 말이다. 이번에도 사람들은 “당연히 그렇겠죠”라고 대답한다. 정말 그럴까? 결과는 대부분 정반대로 나타난다.

실제로 사람들에게 “2분 동안 둘 간의 차이점을 최대한 많이 써보라”고 주문을 한다. 그 결과, 사람들은 ‘데스크톱 PC와 노트북’ 간의 차이점들을 어렵지 않게 써 내려간다. 크기, 사양, 형태 등 그 측면들도 다양하다. 그런데 같은 시간을 주고 사람들에게 ‘데스크톱 PC와 고양이’ 간의 차이점을 써보라고 하면 사람들은 약간 당황해 하면서 쉽게 써 내려가지 못한다. 딱히 비교할 만한 것들이 없기 때문이다.

이는 꽤 흥미로운 역설이다. 왜냐하면 더 유사하다고 생각하는 둘 혹은 그 이상의 대상들로부터 차이점을 더 많이 그리고 쉽게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우리 주위를 돌아보면 더 가깝고 유사한 관계에 있는 대상들로부터 차이점을 더 강하게 느끼고 따라서 갈등을 겪는 일도 많다.

한 마디로 공통점이 많이 존재할수록 그 공통점에 기초한 차이, 그리고 더 나아가 비교를 더 쉽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비교가 쉽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나의 판단과 결정에 좋은 ‘이유’ 혹은 ‘구실’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뜻한다. ‘이유를 가장 잘 댈 수 있을만한’ 것을 선택하는 경우일 뿐㉓ 실제적인 차이가 없거나, 우리가 얼마든지 수용하거니 타협 할 수 있는 공통점에 근접해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을 것이다.

결국 남녀의 차이를 인정 하면 된다. 남성과 여성이 긴밀한 관계를 오래 유지하기 위해서는 서로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체적, 정신적으로 남녀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나면 사소한 다툼이 적어질 수 있다.

성격이나 체질을 따지기에 앞서 남녀는 뇌 구조 자체가 다르다는 것을 알아 두는 것도 도움이 될 것 같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여성은 뇌의 좌반구와 우반구 사이 간격이 남성보다 매우 좁은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에 남성은 뇌의 각 반구 내에서의 연결망이 여성의 뇌보다 촘촘한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여성이 언어 감각이나 여러 명이 참여해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이 뛰어난 것은 이런 뇌 구조 때문이다. 남성이 혼자서 하는 자전거 타기나 비행기 조종에 능숙한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여성과 남성은 식성에서도 차이를 보이고 있다. 남성이 육식을, 여성이 채식을 좋아하는 것은 선천적 성별 차이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 연구팀이 소화와 관련 있는 체내 신경과 호르몬의 분비 상태를 분석한 결과 남성은 고기나 치즈버거, 여성은 채소와 과일 위주의 식단을 좋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남성과 여성은 ‘다름’을 서로 인정해야 한다. 연인들이 음식 선택에서부터 취미생활에 이르기까지 마찰이 끊이지 않는 것은 생물학적 차이를 은연중에 잊고 있기 때문이다. 폭넓은 이해와 공감만이 연인 관계를 오래 유지하는 길이다.㉔

우리가 사랑의 관계에서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 있다면, 성공적인 사랑과 결혼에 있어 ‘유사점’도 중요하지만 ‘차이점’에 대한 효용가치도 무시 할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어떤 사람들은 성공적인 사랑과 결혼은 당신과 당신의 파트너가 ‘얼마나 다른지’ 에 달려 있다고 지적한다.

대조적인 성격, 출신 및 성장배경이 서로 다른 문화 및 차이에서 오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는 완전히 새로운 관점으로 사랑관계 또는 결혼생활에 활력을 불어 넣을 수도 있다. 그리고 이런 차이점들은 자신들의 세계를 고무시키고 확장시킨다.(하지만 이런 결혼의 장점은 폭넓은 이해와 공감을 전제로 하는 연인들만이 얻을 수 있는 결혼의 혜택이다)㉕


“성격이 반대면 처음에는 끌릴 수 있지만 차이점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는 서로 거부감을 느끼게 된다.” 결혼 41주년을 맞은 웨버 부부는 성격차이를 극복하는데 20년이나 걸렸지만 마침내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게 되었다고 전한다.㉖ 결국 부부의 관계에서 얼마나 많은 유사점이나 차이점이 있다하더라도,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타협은 당신의 사랑과 결혼 생활을 유지하고 풍요롭게 하는 열쇠가 된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오래 함께 산 부부가 자신들의 '최장 해로'의 비결로 참고 받아들이는 포용력을 꼽았다. 뉴스허브에 따르면 올해 결혼생활 83주년을 맞은 제람과 강가 라브지는 자신들의 결혼생활 비밀은 포용력이라며 젊은 부부들도 그런 것을 배웠으면 좋겠다고 말했다.㉗ 결혼을 유지하는 핵심능력은 어떤 사람을 만나든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타협 능력에다 참고 견뎌내는 인내와 포용력임을 알 수 있다.

<글 출처 및 인용 참고문헌>

① 노컷뉴스 편집팀, 부부 절반 이상 "이상형 아닌 사람과 결혼", 2008-05-21

② (세종=뉴시스), 기혼자들 “행복한 결혼 위한 배우자 조건 1위는 비슷한 가치관”, 2014-12-29

③ By Elizabeth Bernstein, 성격이 정반대인 커플의 관계유지법, 월스트리트저널, Thursday, June 13, 2013

④ 과학향기, 닮은꼴에 끌리는 이유?, 한겨레, 2009. 10. 26

⑤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넌 또 다른 나인걸, 한겨레21, 2007년 9월 11일

⑥ 김석진 교수, [헬스코치] '부부는 서로 닮는다?' 나쁜 남자와 결혼 한다면…, 조인스 , 2010.08.31

⑦ 권병준 기자, 성격 비슷한 이성이 '내 짝으로 최고', 코메디닷컴, 2009.03.29

⑧ 김효정[두뇌상식], 비슷하게 생긴 사람끼리 연애하는 이유/오늘의 두뇌상식, brainworld.com, 2012년 03월 15일

⑨ 권병준 기자, 위의 글

⑩ By Elizabeth Bernstein, 위의 글

⑪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위의 글

⑫ 김석진 교수, 위의 글

⑬ 조이스 브라더스, 사랑과 결혼에 대한 카운슬링, 심정순 역, 신론사(1994) p.64

⑭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위의 글

⑮ 김지효 기자, 닮은 사람끼리 '결혼한다고'?, 메디컬투데이, 2009-05-25

⑯ 김효정 [두뇌상식], 위의 글

⑰ 생태학개론(web.joongbu.ac.kr)참조

⑱ By Elizabeth Bernstein, 위의 글

⑲ 정재승 한국과학기술원 바이오및뇌공학과 교수, 위의 글

⑳ 데니스& 바바라레이니, 부부건축 ,전의우 역, 생명의 말씀사(2001) p.107

㉑ By Elizabeth Bernstein, 위의 글

㉒ By Elizabeth Bernstein, 위의 글

㉓ 김경일 아주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생활속의 심리학]이유기반선택이론, 네이버캐스트, 발행2013.12.16

㉔ 김 용 기자, 너무 다른 남과 여... 어떻게 친해질까, 코메디닷컴, 2015.08.28

㉕ Staff Writer, Overcoming Differences in a Relationship, counsel-search.com, 내용 참고정리

㉖ By Elizabeth Bernstein, 위의 글

㉗ (오클랜드=연합뉴스) 고한성 통신원, 뉴질랜드 102세 동갑 부부 '최장 해로' 비결은?…"인내·포용", 2018/02/14

[강희남 한국전환기가정센터포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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