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09 (수)

[충무로에서] 청년일자리 `제로섬게임` 우려된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공무원 시험 준비하던 대리가 덜컥 합격하더니 벌써 3명이나 회사를 그만뒀어."

설 연휴 고향에서 중견 제조업체에 다니는 지인에게서 들은 얘기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던 대리가 합격해 퇴사하자 그와 가깝게 지내던 부서 직원 두 명도 잇달아 사표를 냈다고 한다. 먼저 합격한 직원에게서 공시 노하우와 올해 늘어난 공무원 채용 정보를 듣고 과감히 사표를 던졌다고 한다. 이 지인은 "특히 입사 3년 전후의 직원들이 공무원·공기업 채용 확대에 마음이 많이 흔들리고 있다"고 전했다.

다른 서비스업체에 다니는 지인은 "올해부터 주말 근무수당이 줄고 근무 강도는 더 세졌다"고 불평했다.

최저임금 수준을 받던 단순사무직 직원 임금이 1월부터 월 10만원 이상 일제히 인상됐다고 한다. 대신 인턴 직원은 출근 시간을 한 시간 늦추거나 퇴근 시간을 앞당겨 일급이 줄었다. 정직원도 주말 근무를 줄이거나 대체휴일을 이용하는 방식으로 근무수당이 줄었다고 한다. 그는 "일은 어차피 대휴 전날에 미리 다 해놔야 하기 때문에 업무가 늘어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청년 일자리 시장이 여전히 불안하다. 오랜만에 가족·친지가 모인 자리에 '취업' 얘기가 나올까봐 취업준비생은 세뱃돈을 받아도 마음이 편치 않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은 9.9%로 전년보다 0.1%포인트 올랐다. 체감 실업률은 22.7%로 청년 4명 중 1명은 실업 상태다. 문제는 청년층 인구가 2021년까지 계속 증가하기 때문에 일자리가 순증하지 않으면 통계적으로 실업률을 낮추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정부는 그야말로 특단의 대책을 세워 실행해야 한다.

다만 공무원·공기업 고용 확대와 최저임금 인상 등 정책이 자칫 '일자리 제로섬'에 빠지지 않을까 우려된다. 한쪽에서 고용하면 다른 일자리가 줄고, 한 사람이 혜택을 보면 다른 사람이 불이익을 입게 되는 것이다.

일자리 창출에 요술방망이는 없다. 양질의 일자리가 순증하려면 경제 상황이 좋아지고 노동시장 유연성과 같은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경직된 고용 문화에선 기업이 '고용'을 고정 변수로 놓고 투자를 결정해야 하는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설 연휴에 이어 곧 대학 졸업 시즌이 시작된다. 요즘 대학 졸업식은 웃음기가 사라지고 불참자가 많다고 한다. 여기에 최근 공공·금융기관의 '금수저 채용 비리'는 취준생을 더 화나게 한다. 자녀 취업을 챙겨주지 못하는 '흙수저' 부모들 마음은 또 어떨까.

청년실업률이 높았던 1999년, 한 친구는 인턴으로 취업한 회사에서 졸업식 직전 정규 채용에서 탈락했다는 통보를 받았다. 속상해서 고향 부모님께 졸업식에 오시지 말라고 얘기하고 본인도 가지 않았다. 졸업식은 참석해서 부모님께 꼭 감사 인사를 전해야 훗날 후회가 없다.

[서찬동 중소기업부 차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