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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레이더M] 대우건설 사태와 공유지의 비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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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어처구니없이 무산된 대우건설 입찰의 씁쓸한 여운이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매각 무산 직후 인수 측은 물론 매각 측 역시 당혹스러운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거래 관계자 이야기를 종합하자면 "대우건설에 이런 부실이 있을 줄 우리는 몰랐다"가 결론이다. 매각 대상 회사인 대우건설의 부실 여부를 인수 측은 물론 매각 측인 산업은행 역시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기업을 매각하기 위해서는 기업 가치를 산정하는 실사작업을 진행한다. 기업 실적은 물론 발생할 기업의 잠재적 부실 등을 재보는 작업이다.

인수 측은 매각 측이 자료를 주기 전까지는 알 수 없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그런데 더 큰 함정이 숨어 있었다. 대우건설 대주주이자 채권단인 산업은행 역시 대우건설 실사자료를 제대로 건네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 거래 관계자는 "대우건설이 거래 주간사는 물론 대주주인 산업은행에마저 회사 관련 자료를 주는 데 소극적이었다"며 "매각 측 역시 예기치 못한 부실이 터져나오며 매각이 무산됨에 따라 그야말로 '멘붕'에 빠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일차적 책임은 분명 대주주인 산은이 져야 마땅하다. 대주주로서 선량한 관리자의 의무를 다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일이 발생한 근본 이유는 바로 '공유지의 비극'이다. 산업은행은 근본적으로 금융사일 뿐 기업을 경영하는 지주사는 아니다. 일반 기업을 경영하는 감시의 끈이 느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 같은 틈을 파고들어 대우건설이라는 공유지를 사유화한 사람들이 있다. 자신의 세 과시를 위해 대우건설을 활용하는 정치인 그리고 이에 편승해 줄 대기에 급급한 대우건설 경영진과 임원들이다. 대우건설 사장 임명을 둘러싸고 매번 낙하산 논란이 재현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보이지 않는 손'이 대우건설의 단물을 빨아먹는 동안 대우건설 실적은 곪았다. 대우건설 자기자본은 산은이 금호그룹으로부터 인수했던 2010년 말 기준 3조3539억원에서 불과 6년 만인 2016년 말 2조69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거듭된 영업손실 때문이다.

반면 사장 연임을 위해 내실보다 외형만을 추구한 경영진의 도덕적 해이로 인해 역설적으로 같은 기간 매출은 6조7134억원에서 11조1059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 과정에서 정작 대우건설 5900명 직원들은 추가 구조조정 압력에 직면했다.

경기 변동에 따라 대규모 기업 구조조정 과정은 또다시 반복될 것이다. 대우건설 사태는 반면교사로 삼아야 할 중요 사례다. 공적 영역이 개입할 때 개인의 영달만을 고려하는 몰지각한 몇몇으로 인해 기업이 얼마나 쉽게 망가질 수 있는지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기업 구조조정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다. 양호한 사업구조를 지녔지만 일시적으로 재무적 어려움에 빠진 기업에 자금을 수혈해 생명줄을 되살리는 것이다. 기업은 기업의 손에 가급적 빨리 되돌려줘야 한다.

[한우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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