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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자의? 타의?…'성추행 논란' 고은 시인 어디로 떠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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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토로 섬겨온 수원시 "시인 입장 존중"

뉴스1

[DB] 고은시인 자택 © News1 오장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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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뉴스1) 권혁민 기자 = 문단 내 성추행 논란의 중심에 있는 고은 시인이 수원 광교산 문화향수의 집(장안구 상광교동)을 떠난다.

수원시가 2013년 8월 안성시에서 30년 가까이 거주한 고 시인을 삼고초려 끝에 모셔온 지 4년 6개월만이다. 다만, 현재 거주중인 집을 떠나는 것인지, 수원시를 떠나는 것인지는 알 수 없다.

고은 시인은 지난 18일 고은재단을 통해 "올해 안에 계획해뒀던 장소로 이주하겠다"고 수원시에 공식적으로 뜻을 전했다.

재단은 "시인께서는 지난해 5월 광교산 주민들의 반발(퇴거 요구)을 겪으면서 시가 제공한 창작공간에 거주하는 것을 부담스러워했다"며 "자연인으로 살 수 있는 곳에 새 거처를 마련해 이주를 준비한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재단은 그러면서 "퇴거 방침은 최근 불거진 성추행 의혹 논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고은 시인은 이미 지난해 광교산 주민들의 퇴거요구로 인해 자발적으로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기로 마음을 굳힌 상태였다는 게 시 관계자의 설명이다.

시인이 문화향수의 집을 떠나는 시점은 구체적으로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재단을 통해 밝힌 연내가 유력하며, 정확한 장소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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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이 16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도서관에서 열린 '만인의 방' 조성 및 작품 등 기증 업무 협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서울도서관은 오는 11월 고은 시인이 25년간 만인보를 집필한 '안성서재'를 서울기록문화관에 80㎡ 규모로 재구성해 '만인의 방'으로 공개할 예정이다.2017.5.16/뉴스1 © News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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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득실(得失) 문제다.

시는 고은 시인을 모셔온 후 '인문학 도시' 구현에 탄력을 받았다.

고은 시인을 인문학 멘토로 내세우며 대외적 활동을 펼쳐왔고, 인문학도시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

고은 시인은 2013년 수원화성행궁 등에서 열린 '세계작가 페스티벌'의 추진위원장을 비롯해 일본 위안부 할머니들을 기리는 수원평화비 추모시 헌납, 2015년 1월에는 수원 문인들과 함께 문집 '광교산 기슭에서'를 발간했다. 같은해 3월에는 광복 70주년 기념으로 시 '수원 그날의 함성'을 낭송했다.

수원시에 있어 고은 시인은 시가 추진하는 인문학도시 표방과 사람중심의 시정을 추진하는 데 있어 커다란 존재였던 셈이다. 그리고 노벨문학상을 받는 대한민국 최초의 도시를 내심 기대했다.

그러나 이번 문단내 성추행 문제로 득(得)보다는 실(失)이 더 크지 않겠냐는 게 지역의 중론이다.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는 도시 이미지 실추는 피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다.

앞서 시는 지난해 5월에 수원시 상광교동 주민들이 광교정수장 해제 문제를 둘러싸고 고은 시인 퇴거를 촉구하고 나섰지만 시는 고은 시인을 감쌌다.

광교산주민대표협의회는 당시 상광교동 광교산자락 아래 고은 시인 주거지 인근에서 집회를 열고 "시민 공간에 무상으로 거주하는 고은 시인은 당장 광교산을 떠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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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은 시인 퇴거를 촉구하는 상광교동 주민들.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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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들은 집회에서 "주민들은 지난 47년간 개발제한구역과 상수원보호법 등 이중 규제 때문에 주민들은 주택 개·보수조차 마음대로 못하는데 고은 시인은 저명한 문인이라는 이유만으로 각종 특혜를 누리고 있다"고 불만을 제기했다.

당시 시는 "우리가 불법적인 일을 한 게 하나도 없다. 삼고초려로 어렵게 모셔온 우리 보물을 걷어차려는 행동에 시가 아무 일도 못한다면 이게 무슨 꼴이겠냐"며 대응책 마련을 주문했다.

고은 시인의 성추행 논란의 발단은 이렇다.

최영미 시인이 황해문화 2017년 겨울호에 실린 '괴물'이라는 시에서 성추행을 당했고 또 목격했다는 경험을 표현하면서 당사자로 거론한 'En선생'의 정체가 고은 시인으로 쏠리고 있어서다.

또 시인 류근은 최영미 시인의 시 '괴물'의 당사자가 시인 고은이라고 밝혔다. 그는 지난 7일 자신의 SNS에 "몰랐다고? 놀랍고 지겹다. 60~70년부터 공공연했던 고은 시인의 손버릇, 몸버릇을 이제야 마치 처음 듣는 일이라는 듯 소스라치는 척 하는 문인들과 언론의 반응이 놀랍다"고 게재했다.

류근 시인은 처음에 '고은'이라는 실명을 명기했다가 1시간가량 지난뒤 '고O' 시인으로 수정했다.

시는 고은 시인의 뜻을 받아들일 예정이다. 올해 고은 시인 등단 60주년을 기념해 추진할 예정이었던 문학 행사는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또 고은 시인이 떠나면 광교산 문화향수의 집을 어떻게 활용할지 고민할 계획이다.
hm07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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