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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Q&A] 24년전 이건희 계좌에 뭉칫돈 들어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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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금감원, 이건희 차명계좌 과징금 부과 절차 개시

삼성증권·미래에셋 등 4개 증권사 대상 검사

27개 차명계좌의 1993년 8월 당시 잔고 확인 목적

자료 폐기돼 과징금 부과, 어려울 가능성 커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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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이건희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를 위한 실무 절차에 착수했다. 최근 법제처가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차명계좌 27개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법령해석을 내놓은 데 따른 조처다. 금융감독원은 19일 원승연 부원장을 팀장으로 한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개설됐던 삼성·신한금융투자·한국투자·미래에셋대우 등 4개 증권사를 상대로 2주간 검사를 진행한다. 이번 검사는 1993년 8월12일 당시 27개 차명계좌의 금융자산 잔액을 확인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 27개 차명계좌만 과징금 부과 대상인 이유가 뭔가?

“현재까지 알려진 이 회장의 차명계좌는 약 1400여개이다. 2008년 삼성특검과 금융감독원이 찾아낸 게 1229개, 2011년 삼성 쪽이 자체 파악해 국세청에 신고한 계좌가 대략 200여개다. 이 중 1993년 8월 금융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는 27개이다. 법제처는 금융실명제 법령 해석을 통해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만들어진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할 법적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 1993년 8월12일 잔고가 왜 중요한가?

“과징금 산정 기준일이기 때문이다. 금융실명제 도입 근거가 된 대통령 긴급재정명령에 과징금 산정 기준이 정해져 있었다. 1993년 8월12일 잔고의 50%를 금융기관이 과징금으로 원천징수하고 이를 국세청에 납부토록 돼 있다. 이 때문에 이날 이후 계좌 잔고가 크게 불어나더라도 과징금이 커지지 않으며 이날 이후 만들어진 차명계좌엔 과징금이 부과될 수도 없다. 합리성이 결여된 규정이라는 평가가 있다.”

- 24년이나 흘렀다. 잔고 확인은 가능한가?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11월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전수점검을 했다. 이때 27개 계좌를 운용한 증권사와 예탁결제원 등으로부터 매매 기록 정보가 폐기됐다는 보고를 받았다. 이번 검사는 증권사들의 ‘보고’가 사실인지 확인하는 작업이다. 금융투자업 감독규정은 매매명세 등 투자자의 거래 관련 자료의 보존 기간을 최소 10년으로 정하고 있는 터라 ‘폐기’ 행위 자체를 문제삼을 수는 없다. 금감원은 전산 기록은 물론, 문서 보관소도 헤집는다는 계획이나 표정이 밝지는 않다.”

- 다른 곳에는 정보가 없나?

“의외의 단서는 당국에서 나올 수 있다. 금감원은 2008년 삼성특검 당시 이 회장의 차명계좌 관련 검사를 진행했다. 당시는 27개 계좌가 폐쇄되기 전이었다. 검사 목적이 실명법 위반 여부를 규명하는 것이었던 터라 거래 기록 분석에는 힘을 쏟지 않았었다. 그러나 검사 과정에서 확보한 수많은 자료 중에 ‘1993년 8월12일’ 잔고를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포함돼 있을 수 있다. 금감원은 이 기록도 다시 살펴볼 예정이다.”

- 잔고는 얼마쯤 될까?

“예단하기 어렵다. 다만 삼성특검의 발표를 토대로 미뤄 짐작할 수는 있다. 삼성특검은 이 회장의 차명재산은 ‘선대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 회장의 부친인 고 이병철 회장 사망시기는 1988년이다. 이 회장이 거액의 차명재산을 소수의 차명계좌에 담아뒀다가 1993년 이후 개설한 1천여개 차명계좌로 다시 분산하는 식으로 관리했다면, 27개 계좌에는 1993년 당시엔 조단위의 뭉칫돈이 들어있었을 여지가 있다. 2007년 12월 말 당시엔 27개 계좌에 965억원 상당의 금융자산이 있었다.”

- 잔고만 확인되면 과징금을 매길 수 있나?

“또다른 과제다. 과징금은 금융회사가 원천징수를 해 국세청에 납부해야 한다. 27개 계좌에 현재 잔고가 없는 터라 원천징수는 불가능하다. 금융회사가 자기돈으로 과징금을 국세청에 내고 난 뒤, 이 회장 쪽에 별도로 받아내야 한다. 하지만 이 회장한테 돈을 받아낼 확신이나 법적 근거가 취약한 터라 금융회사가 자기돈을 먼저 국세청에 낼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에 대해 당국은 그 문제는 그때 가서 생각한다는 식이다.”

- 왜 이제서야 과징금 부과 절차를 밟는가?

“원래는 1990년대에 모두 끝냈어야 할 사안이다. 그러지 않았던 이유는 금융당국이 차명계좌는 과장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고 봤기 때문이다. 차명계좌도 실명계좌라는 논리였다. 그러다 최근 법제처가 금융당국의 이런 법 해석이 틀렸다는 판단을 밝히면서 20여년이 지나서야 과징금 부과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잘못된 법 해석이 이 소동을 낳은 본질 중 하나인 셈이다.”

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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