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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국민헌법자문특위, '여론 수렴' 홈페이지 오픈…"편향 정보" "요식행위" 비판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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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국민헌법자문특별위원회가 19일 개헌에 대한 국민 의견을 수렴하기 위한 홈페이지를 열었다. 국민헌법자문특위 홈페이지 명칭은 ‘내 삶을 바꾸는 개헌, 국민헌법’이다. 포털사이트에 ‘국민헌법’을 검색하거나, 인터넷 주소창에 'www.constitution.go.kr’를 입력하면 접속할 수 있다.

국민헌법자문특위 정해구 위원장은 홈페이지를 통해 “특위는 국민과 함께 대통령의 개헌안을 마련하고자 한다”며 “사회 각계각층에서, 전국 곳곳에서 국민 모두가 참여해 대통령의 개헌안 마련에 그 지혜를 모아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또 “촛불시위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국민의 사회계약인 개헌으로 완성돼야 한다”, “촛불시위는 헌법을 통해 미래로 연결돼야 한다”고도 했다.

◇’국회의원 국민소환제’ 등 주목받는 안건 게시…직접 의견 게재할 수도
홈페이지는 ‘주목받는 안건’, ‘댓글 토론회’, ‘오픈 테이블’, ‘문자 보내기’, ‘자료 보내기’, ‘위원회 소개’ 코너로 이뤄져 있다.

주목받는 안건에는 특위에서 선정한 국민이 가장 많이 관심을 가진 주요 안건 22건에 대한 상세 내용이 담겼다. 주요 안건을 클릭하면 대부분 카드 뉴스 형식으로 해당 안건을 설명하고, ‘본 안건에 대한 국민 여러분의 선택은?’이란 질문으로 찬성·중립·반대를 투표할 수 있다. 댓글로 의견을 자세히 남길 수도 있다.

조선일보

/국민헌법자문특위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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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선택을 많이 받은 순서대로 주목받는 안건을 살펴보면, 첫번째는 국회의원 국민소환제다. 선출직 공무원인 국회의원에 대해 유권자들이 부적격하다고 생각하면 임기가 끝나기 전에 국민이 투표로 파면시키는 제도를 의미한다. 그 뒤로 5·18, 부마민주항쟁, 6·10 등 역사적 사건 헌법 전문 명시 여부, 우리나라에 적합한 정부 형태, 법률안 및 헌법개정안 국민 발안제 도입, 국회의원 선거 비례성 강화 원칙 명시 등의 쟁점이 있다.

국민들이 직접 안건을 등록할 수도 있다. ‘댓글 토론회’ 코너에 들어가서 자신이 제안하고 싶은 안건을 등록하면 된다. ‘남·여 동등한 군복무를 명시할 것을 건의한다’, ‘국회의원 3선까지만 허용하게 하자’, ‘국방·납세·교육·근로의 의무를 이행한 자만 국회의원·지자체장·대통령이 될 수 있게 하자’ 등의 의견이 올라와 있다. 이밖에 개헌 의견을 문자메시지(1688-9782)로 보낼 수 있고, 관련 자료를 우편이나 메일로 보낼 수도 있다.

◇편향 정보 의혹·물리적 시간 제한…野 “요식행위 아니냐” 비판
이 홈페이지는 개헌에 대한 국민의견 수렴을 위해 마련됐다. 개헌과 관련해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국민들의 합리적 의견을 받아들여 개헌안을 준비하겠다는 취지다. 온라인을 통해서는 특정 세대나 집단의 여론이 중점적으로 반영된다는 한계는 홈페이지를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지적됐다. 여기에다 오픈된 홈페이지에 실린 정보들을 두고 “찬반이 팽팽한 쟁점을 두고 편향된 정보를 제공하고 질문을 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주목받는 안건’ 카드뉴스에 실린 내용에는 이 같은 비판을 받을 수 있는 대목이 여러 곳 있다. 5·18, 부마민주항쟁, 6·10 등 역사적 사건을 헌법 전문에 싣는 문제를 두고는 ‘(해당 사건들이) 4·19 이후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발전시킨 역사적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아직 역사적 평가가 완결되지 않아 불필요한 논란이 생길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은 카드뉴스엔 실리지 않고 하단에 게시된 ‘논의’에만 수록됐다.

헌법에서 ‘근로’ 용어를 ‘노동’으로 바꾸고, 동일가치 노동 동일수준 임금 원칙을 명시해야 한다는 쟁점도 마찬가지다. 찬반 논쟁이 팽팽하거나 헌법이 아닌 법률에서 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는 문제인데 카드뉴스 해설에는 ‘‘근로’라는 용어를 가치중립적인 ‘노동’으로 변경하자는 의견이 있다’, ‘동일 가치의 노동에 대해서는 동일 수준의 임금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고만 소개하고 있다.

‘공무원의 근로3권 보장 강화’ 안건의 제목은 ‘근로 3권, 공무원은 가질 수 없나요?’다. ‘공무원의 단결권·단체교섭권·단체행동권은 극히 제한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일반 공무원의 근로 3권 보장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진행중이다’는 내용과 함께 ‘공무원의 근로3권 보장 확대, 여러분의 생각은 어떠십니까’라는 질문이 담겼다.

앞서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가 헌법 개정안을 마련했을 때 야권에서는 “사회주의 코드 개헌”, “좌편향 개헌”이라며 반발했었다. 이번 국민헌법자문특위의 국민 여론 수렴 절차에 대해서도 야권 관계자는 “(정부가) 이제 국회는 신경도 쓰지 않고, ‘국민 개헌’이라는 미명하에 자기들 뜻대로 헌법에 좌파 이념을 도입하려고 한다”고 했다. 그러나 여권에서는 “국회에서 합의가 진척되지 않으니 대통령이 나선 것 아니냐”고 하고 있다.

특위는 이날부터 3월 초까지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숙의과정을 거쳐 3월 13일 문재인 대통령에게 개헌안을 공식 보고할 계획이다. 이 때문에 열흘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국민 여론을 수렴한다고 하는 것에 대해 “물리적으로 제대로 된 여론 수렴이 불가능하다”, “요식행위에 불과하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이옥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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