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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30 (월)

이윤택,연극계서 줄줄이 퇴출…연희단거리패 결국 해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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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습적인 성추행 사실이 드러난 극작가이자 연극연출가 이윤택 전(前)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이 연극계 단체들에서 잇따라 퇴출당하고 있다. 이씨가 이끌던 극단 연희단거리패는 결국 19일 해체됐다.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오늘로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한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그동안 이씨의 성폭력 행동에 대해 알고 있었음에도 성폭력이라는 인식을 하지 못했다”며 “우리의 이런 인식이 이런 엄청난 결과를 가져왔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번 일이 용납이 안 된다고 생각해 단원들과 논의 끝에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소희 연희단거리패 대표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30스튜디오 앞에서 이윤택 전 예술감독 성추행 사건과 관련해 “연희단거리패를 해체하겠다”고 밝혔다./김명진 기자


김 대표는 이날 오후 조선일보 디지털편집국과의 전화통화에서 “(극단 내 성폭력 문제가 불거지고) 사나흘간 우리 단원끼리 의논해, 고심 끝에 ‘해체해야 하는구나’라는 결론이 나왔다”며 “물론 해체가 결정되기까지 단원 간 이견이 분분했다”고 했다. 그는 이어 “앞으로의 활동은 정해진 바가 없으며, 일단은 해체를 먼저 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이씨의 공개사과 기자회견 전 “피해자들에 대한 사과가 (오늘 기자회견의) 주가 돼야 한다고 전했다”고 했다. 그는 기자회견장이었던 30스튜디오가 공간이 좁고 취재진이 꽉 차 있어 현장에서 이씨의 사과 모습은 지켜보지 못했다고 했다.

김 대표는 ‘성폭력이 자행됐음에도 당시 이를 문제라고 인지하지 못한 것이 연극계 ‘관행’ 때문이냐’라는 질문에는 말을 아꼈다. 그는 “성폭력이라는 말이 알려진 지 오래되지 않아 그동안 문제를 (심각하게) 인지하지 못했다”며 “우리 극단 내 일어난 일을 연극계 전체로 확대하는 것은 조심스럽다”고 했다.

이어 김 대표는 "이씨에 대한 법적 조치와는 별개로 극단에서도 도의적으로 내부에서 일어난 일에 대해 진상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피해자들을 만나 사건의 진상을 듣고 자체적으로 조사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현재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SNS)에 올라온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 내용을 포함해 피해자들을 만나 사례를 구체적으로 취합할 예정”이라며 “피해자 수도 앞으로 추산해 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이씨와 연희단거리패는 이날 사단법인 아시테지(국제아동청소년연극협회) 한국본부의 회원 자격을 잃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가마골 극장과 가마골 극장이 운영해 온 부산 기장의 아동청소년극 전용극장인 안데르센극장과 가마골극장의 폐쇄도 촉구했다.

아시테지 한국본부는 이날 성명서를 내고 "몇 해 전부터 그(이윤택)가 보여준 아동극에 대한 애정을 감사히 여기며 그가 연출한 몇몇 아동극을 지지한 사실에 분노를 감출 수 없다"며 "두려운 마음과 함께 이로 인해 순수함으로 버텨온 아동·청소년 연극의 미래에도 검은 먹구름이 드리우지 않을까 심히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앞서 서울연극협회, 한국연극연출가협회, 한국극작가협회 등이 이씨를 회원에서 제명했다. 한국여성연극협회는 지난 18일 공식입장을 내고 이씨에 대한 사법처리를 요구했다.

[이다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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