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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40년간 택시기사들의 사랑 받아온 돼지불백 맛집 `송림식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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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식부부의 맛집기행-31] 서울에서 택시 운전하는 분들 중에 이 집을 모른다면 '간첩(?)'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사식당의 원조로 불릴 만한 집입니다. 손님 대부분이 '단골'이라고 부를 만큼 가고 또 가는 집입니다. 이 집이 어디냐고요? 서울 광진구 자양동 골목가에 있는 '송림식당'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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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식당`의 돼지불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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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식당'의 대표 메뉴는 돼지불백. 김치찌개, 해장국, 된장찌개도 있지만, 이 집에 가면 돼지불백을 드셔야 합니다. 겉으로 보기에는 여느 집 돼지불백과 다르지 않습니다. 음식을 주문하면 둥그런 판 위에 양념한 돼지고기와 따끈한 밥 한 공기가 나옵니다. 여기에 김치, 무채, 미역줄기 무침이 담긴 반찬 그릇, 상추와 생마늘 몇 점이 들어 있는 그릇, 나박김치 한 대접, 그리고 가위와 집게를 종업원이 가져다줍니다. 여기까지가 끝. 그다음부터는 손님 몫인데, 이곳을 자주 찾는 손님이라면 보통 다음과 같은 순서로 먹습니다.

불판이 달아오르면서 고기가 어느 정도 익으면 가위와 집게를 들고 고기를 잘게 자릅니다. 작게 자른 고기를 뒤적이면서 완전히 익힌 다음에는 마늘을 투척하고 상추를 먹기 좋게 잘게 넣습니다. 이와 동시에 고기 위에 공깃밥을 넣고 고추장을 한 숟갈 뜬 다음 비벼서 드시면 됩니다. 나박김치와 선짓국은 이 집의 별미. 시원한 국물의 나박김치는 돼지불백과 조화를 이루며 속을 편안하게 잡아주고, 시래기와 매일 마장동 우시장에서 사오는 신선한 선지로 만드는 맑은 선짓국도 돼지불백과 그렇게 잘 어울릴 수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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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식당` 이연화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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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식당'의 창업주인 박성자 회장(78)에 이어 음식점 운영을 사실상 책임지고 있는 맏딸 이연화 대표(55) 에게 단골손님들이 끊이지 않는 비결을 물어보았습니다. "가성비와 편리한 주차 효과가 무엇보다 클 겁니다. 음식을 맛있어들 해주시는 것은 가격은 8000원이지만 좋은 재료를 쓰려고 노력한 덕분도 있을 거고요. 돼지고기는 미국산 중 양질의 것을 골라 쓰고, 쌀밥도 맨밥으로 먹어도 맛있다고 느낄 수 있도록 좋은 국산 쌀을 골라 짓습니다." 많은 손님들이 '송림식당'을 다시 찾게 만드는 중독성(?)이 이것만은 아닌 것 같아 재차 비결을 물었더니 의표를 찌르는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1981년 음식점을 열었을 때는 불판에 호일 깔고 돼지고기를 굽는 식이었습니다. 기사식당으로 입소문이 나면서 하루에 두 끼 이상을 드시러 오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그러다 보니 기호에 따라 어떤 분은 고추장을 찾고, 어떤 분은 참기름을 찾고 하면서 고기에 밥을 넣고 비벼드시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서 지금처럼 먹는 스타일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요리 레시피는 주인장과 주방에서 정하고 손님들은 보통 수동적으로 소비하는 데 비해 '송림식당'은 단골손님들이 레시피를 만들어준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지요.

이런 홍복은 아무나 누릴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창업주인 박성자 회장의 평소 나누고 베푸는 마음 씀씀이가 복을 가져다준 것이 아닐까 합니다. 이 대표도 토로하듯이 '송림식당'은 손님들이 하루 종일 붐벼 종업원들로부터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할 수 있는 식당이 아닙니다. 정갈하거나 분위기 있는 식당과도 거리가 먼 곳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집에서 하는 식사는 맛도 맛이지만 편안함이 있습니다. 하루 종일 운전하느라 고단하고 예민해 있는 기사 분들이 맛있게 한 끼 식사를 하면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할 수 있도록 하는 배려가 음식점 곳곳에 배어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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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림식당` 전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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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우후죽순처럼 난립해 있던 기사식당들이 요즘 많이 사라졌지만 '송림식당'만은 여전히 많은 단골손님들로 북적입니다. 1980년대 중반 어느 날에 있었던 일화 한 가지. 지금은 많이 번화해졌지만 당시만 해도 '송림식당'은 서울 동부 외진 변두리 비포장 도로 옆에 있어서 식사하러 온 기사들은 식당 주변에 적당히 주차하고 식사하던 시절이었답니다. 어느 날, 사회정화를 한다며 공무원들이 들이닥쳐 불법주차 단속을 하면서 10여 대의 손님 택시에 몇만 원짜리 과태료 딱지를 붙였답니다. 이 이야기를 들은 박 회장은 고객 손님들에게 "과태료는 모두 제가 부담하겠습니다. 맛있게 식사들 하세요"라며 즉석에서 현금으로 전액 지급했답니다. 당시 돼지불백 1인분 가격이 1500원. 요즘도 '송림식당'의 오랜 단골기사분들이 주말 가족 나들이로 식당을 찾을 때, 종종 식대를 받지 않고 대접해드리는 것도 박 회장입니다.

특별한 서비스와 친절이 없는 '송림식당'이지만 식사를 마치고 카운터에 서면 박 회장이나 이연화 대표를 비롯해 네 자매 중 한 사람과 마주치게 됩니다. 그때 "요구르트 드실래요, 커피 드실래요?"라고 묻습니다. 이때 요구르트 꼭 드세요. 가격은 100원이 채 안되겠지만 손님마다 쥐어주는 요구르트 한 병에는 박 회장 가족들의 소박하고 따뜻한 마음이 담겨있으니까요.

♣ 음식점 정보
△메뉴
- 돼지불백 8,000원, 김치찌개 6,500원, 해장국 6,500원, 된장찌개 6,500원
△위치:서울 광진구 자양번영로 79(자양동 227-136), 02-457-5473
△영업시간: 06:00-23:00(설, 추석 명절 휴무)
△규모 및 주차: 300석(1,2 층 및 지하), 전용 주차장(무료 발레 서비스)
△함께하면 좋을 사람: ① 가족 ★, ② 친구 ★, ③ 동료 ★, ④ 비즈니스☆
♣ 평점
①맛 ★ ★ ★ ★ ★
②가격 ★ ★ ★ ★ ★
③청결 ★ ★ ★ ★ ☆
④서비스 ★ ★ ★ ★ ☆
⑤분위기 ★ ★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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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재웅 을지대 교수·박정녀 하나금융투자 롯데월드타워WM센터 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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