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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6 (수)

땜질에 땜질 더하는 의대 증원 문제, 원칙이 뭔가 [정치에 속지 않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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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정원 확대는 윤석열 정부의 야심작이었다. 전 정부가 못한 일을 과감하게 하겠다는 결기도 있었다. 연초에는 상당한 지지를 받기도 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른 지금은 걱정의 대상이 됐다. 전공의, 의사협회, 의대생, 의대 교수의 반발이 연쇄적으로 있었고, 응급실 뺑뺑이로 대변되면 의료 파행 속에 “지금은 아프면 안 된다”라는 말이 안부 인사가 됐다.

이 사안은 대통령 지지율과 관련해서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한국갤럽 여론조사(9월 24~26일, 1001명 대상,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서 ±3.1%,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의대 정원 확대가 윤석열 대통령 긍정 평가 이유 2위(7%), 부정 평가 이유 1위(16%)에 올랐다. 지지율을 올리는 이유이자 끌어내리는 이유다.

정원 확대 자체에 대해선 지금도 많은 사람이 필요하다고 본다. 그런데 이를 추진하는 그동안의 과정, 문제가 터졌을 때 이를 해결하는 모습에 실망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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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정갈등이 이어지고 있는 지난 8일 오전 서울 시내 한 대형병원 응급의료센터에 진료 지연 안내문이 놓여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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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증원 규모다. 2000명을 올해 입시(2025학년도)부터 단박에 늘리겠다고 했다. 왜 2000명이냐는 질문이 쏟아졌고 정부는 근거가 있는 최소치라고 강조했다. 그 뒤에 대학들의 신청을 받는 절차가 진행됐고, 최종적으로 1500명으로 확정됐다. 2000명과 1500명은 상당히 큰 차이다.

게다가 최근에는 내년 입시(2026학년도)에선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고 얘기한다. 필요한 증원 규모를 정확하게 산정한 것이 맞느냐는 의구심이 들 수밖에 없다.

정부는 증원에 반대하며 병원을 떠난 전공의들에게 초기엔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그러더니 병원 복귀를 유도한다면서 이런저런 유화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복귀한 전공의는 미미하다. 정부는 밀면 밀린다는 사례만 남겼다.

수업을 거부하고 있는 의대생들에 대해 정부는 휴학 불가 입장이었다. 그런데 이젠 내년에 학교에 복귀하는 약속을 조건으로 휴학을 허용한다고 한다. 복귀하는 의대생을 위해 대학이 …비공식‘ 학습지원자료인 …족보’를 지원한다는 안까지 나왔다.

여기에 더해 현행 6년의 의대 교육과정을 5년으로 단축할 수 있다는 견해도 내놨다. 올해 한 해 의대 교육 공백이 생긴 것을 고려한 듯한데, 수의대도 6년인데 무슨 소리냐는 비판이 단박에 나왔다. 그러자 강제가 아니라며 대학이 원하지 않으면 안 하는 것이란 설명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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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과대학 학사 정상화를 위한 비상 대책(안) 발표를 하고 있다. [교육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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땜질에 땜질을 가하고, 예외에 예외를 더하는 상황이 아닌가. 의료 파행을 해결하려는 타협책이라지만, 이런 모습을 보노라면 의대 증원을 놓고 꼼꼼한 준비와 시나리오, 문제를 해결하는 원칙 자체가 없는 것 아니냐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

이미 많은 문제가 불거졌다. 지금이라도 원칙을 잡고 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더 많은 혼란을 만들 뿐이다.

이상훈 MBN 앵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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