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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삼성의 위기, 올 게 왔다"…中, 쓸만한 '칩' 쏟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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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에 위치한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 반도체 공장. 사진 CXM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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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에선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며 난리지만 뒤에서 무섭게 따라오는 중국 반도체 회사가 더 큰 위협입니다.”

10일 반도체 업계에 따르면 최근 삼성반도체 내부 회의에서 이 같은 경고음이 수차례 나왔다고 한다.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같은 기술 리더십도 중요하지만 당장 중국 반도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중국 메모리의 시장 진입에 따른 충격이 생각보다 큰 것으로 드러나면서 삼성 내부에서도 관련 문제와 대응방안이 집중적으로 거론됐던 것으로 전해졌다. 위기에 몰린 삼성전자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메모리 공습’이 본격화하고 있는 셈이다. 삼성전자는 이날 주식시장에서 전장 대비 2.32% 하락한 5만8900원에 거래를 마쳐, 1년 7개월 만에 종가 기준 6만원 선이 무너졌다.



“中 메모리, 3위 마이크론까지 넘는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미중갈등 속에 몸을 낮추며 기술 축적에 주력했던 중국 메모리 반도체 회사들은 올해를 기점으로 ‘쓸 만한 구형 칩’을 쏟아내며 그동안 삼성이 압도했던 시장을 잠식하기 시작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올해 중국의 메모리 반도체 시장 진입에 대해 “마침내 올 것이 왔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모건스탠리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 최대 메모리 기업인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가 올해 처음으로 글로벌 D램 생산량의 10%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며 “현재 추세대로라면 2026년 미국 마이크론의 생산량마저 추월한다”고 전망했다. 마이크론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더불어 전 세계 메모리 시장을 삼등분 중이다.

중앙일보

CXMT(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의 DDR4 메모리 칩. 사진 CXMT


CXMT의 주력 칩은 주로 스마트폰이나 노트북에 쓰이는 저전력 D램인 LPDDR4X와 PC용 DDR4 등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레거시(구형)로 분류하는 제품들이지만 최근 신형 DDR5 까지 출시하는 등 기술 수준을 끌어올리고 있다. 또 다른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CXMT 내부에만 삼성전자·SK하이닉스 출신의 엔지니어가 세 자릿수 넘게 있다는 것은 업계의 공공연한 비밀”이라 말했다.



삼성전자 “중국 때문에 실적 저조” 이례적 인정



중앙일보

10일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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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일 시장 기대치를 밑도는 3분기 잠정실적을 낸 삼성전자의 ‘실적 쇼크’ 뒤에도 CXMT와 중국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테크놀로지(YMTC)가 있다. 삼성전자는 실적발표 당일 이례적으로 “중국 메모리 업체의 구형제품 공급 증가로 실적이 하락했다”며 별도 설명자료를 냈다.

조 단위의 적자를 내면서 위기의 근원으로 지목됐던 삼성의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부 실적과는 별개로 메모리 사업부의 D램·낸드플래시 관련 실적마저 당초 예상보다 저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회사가 본격적으로 감산 없이 메모리 칩을 찍어내면서 시장에서 D램 가격이 상승세를 멈췄기 때문이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DDR4 가격 급락은 중국 CXMT의 생산량 증가가 주요 원인”이라 분석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를 사실상 전량 수입하던 중국 전자업계가 자국 회사의 반도체를 쓰기 시작하면서 관련 시장점유율도 빠르게 줄고 있다. HBM·DDR5 등 최신 기술력이 집약된 메모리 칩이 최근 주목받고 있지만, 여전히 전체 메모리 시장에서 구형 칩이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 이상이다. CXMT·YMTC 등 중국 업체는 중국 정부의 보조금 등에 힘입어 구형 칩 생산에 충분한 경쟁력을 갖고 있다는 평가다.



이제 초격차 외에 선택지 없다



중앙일보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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첨단 메모리 기술 경쟁에서 휘청이는 삼성이 상반기 비교적 호실적을 기록하며 버틸 수 있던 이유는 업황 반등 속 압도적 생산능력에 힘입어 기존 메모리 시장에서 시장지배력을 지켜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에 주도권을 빼앗겼던 HBM 시장에서도 중국 시장에서 구형 HBM 제품을 직간접적으로 판매해 숨통을 틔웠다.

이 같은 상황에서 중국의 본격적인 메모리 시장 진입은 치명적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자칫 중국의 기술 자립 달성 후 큰 타격을 받았던 우리 조선·석유화학 산업과 같은 길을 걸을지도 모른다”면서 “기술 초격차로 거리를 벌리는 길 외에 이제 삼성에 주어진 선택지는 없다”고 말했다.

이희권 기자 lee.heek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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