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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2 (토)

대학으로 들어 온 가상 화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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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 화폐 가격 등락과 관계 없이 블록체인에 대한 학생들 열기 뜨거워

이코노믹리뷰

뉴욕 대학교의 데이비드 여맥 경영 및 법학 교수가 개설한 가상 화폐 과목을 듣고 있는 학생들. 여맥 교수는 225명이 신청하자 더 큰 강의실을 준비해야 했다. 출처= 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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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코노믹리뷰=홍석윤 기자] 올해 들어서 비트코인 가격이 크게 하락했지만 신성한 미국 엘리트 대학교에서 가상 화폐 붐은 식을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트코인과 비트코인이 가져온 기록 보존 기술인 블록 체인에 대한 과목을 이미 신설했거나 신설을 추진하는 미국의 탑 클라스 대학들이 늘어나고 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최근 보도했다.

카네기 멜론 대학교, 코넬 대학교, 듀크 대학교, 매사추세츠 공과대학(MIT), 메릴랜드 대학교 등에서 이번 학기에 신설된 대학원 수준의 강의를 들어 보면 여러 학문 분야에서 이 기술을 얼마나 매력적으로 보고 있는지, 현재의 투기적 가격 거품이 얼마나 오래 지속될 것인지를 가늠해 볼 수 있다.

뉴욕 대학교의 데이비드 여맥 경영 및 법학 교수는 2014년에 이 과목을 처음으로 정식 학점 부여 과목으로 채택했다.

"비트코인에 대한 강의를 처음 개설했을 때, 동료교수들로부터 조심스런 비아냥이 있었지요. 하지만 이 과목을 개설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스위스 바젤(Basel)에서 열린 각국 중앙은행가들의 회의에 초청받았고, 그 이후부터는 동료들의 비아냥도 사라졌습니다.”

이번 학기에, 여맥 교수는 180명의 학생들을 수용할 수 있는 강의실을 예약했지만, 수강 신청하는 학생수가 늘어나 뉴욕 대학교에서 가장 큰 강의실로 옮겨야 했다. 현재 이 과목에 등록해 강의를 듣고 있는 학생 수는 225명이다.

프린스턴 대학교의 아빈드 나레이야난 컴퓨터 과학 교수가 개설한 가상 화폐 과목은 온라인 학습 사이트 코세라(Coursera, 스탠퍼드대, 예일대, KAIST 등 세계 100여 개 대학이 참여해 450여 개 과목을 강의하는 온라인 플랫폼. 현재 500만 명의 수강생이 참여하고 있다.)에서 다섯 번째로 인기있는 수업이다.

지난 달 캘리포니아 대학교 버클리 캠퍼스(University of California, Berkeley) 학생들은 “블록체인, 암호경제학, 경영 기술, 경영과 법”(Blockchain, Cryptoeconomics, Technology of Business, Business and Law)이라는 과목의 첫 강의를 듣기 위해 벽까지 가득 채우다 못해 통로까지 꽉 메워 장사진을 이루었다.

던 송 컴퓨터 과학 교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이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에게 매우 소중한 기회입니다. 여러분의 자리를 노리고있는 다른 학생들이 줄 서 있으니까요.”

이 수업에서 직접 강의를 하는 그렉 라 블랑 경영대학원 교수도 이 분야에서의 발전이 너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가르치는 사람들이 종종 잘못 된(이미 한 물 간) 것을 가르치더라도 학생들이 너그럽게 용서해 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우리는 그것을 완벽하게 알 때까지 기다릴 수 없습니다. (이 강의를) 완벽한 블록 체인 과목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블록 체인 과목이 전혀 없었던 때와 비교하십시오."

버클리 캠퍼스의 이 수업은 75과정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로스쿨, 경영대학원, 공과대학원 소속 교수들이 함께 나누어 가르치고 있다. 던 송 교수는 자신의 학과에 배정된 25명의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00여 명의 학생들에게 경쟁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년 동안 가상 화폐의 가격 상승은 그에 대한 관심을 촉발시켰다. 그러나 가상 화폐는 가격과는 별도로 연구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제를 만들어 냈다고 다양한 분야의 교수들은 말한다.

법률가들에게도 가상 화폐 프로젝트는 기존의 유가 증권이나 상품 구성의 전통적인 법적 범주와 정의에 대한 도전을 제기하고 있다.

기업가들이 전통적인 자금 조달 경로를 거치지 않고 가상 화폐를 팔아 수십억 달러의 자금을 조달하면서 규제 당국은 완전히 허를 찔렸다.

경제학자와 경영학 교수들에게도, 비트코인을 위시한 디지털 통화는 돈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제기했다. 예를 들어 버클리 수업의 첫 번째 강의에서는 비트코인의 개발에 대한 내용이 다뤄졌는데, 이는 돈의 역사와는 정반대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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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 중인 여맥 교수. 그가 비트코인에 대한 강의를 처음 개설했을 때, 그는 동료교수들로부터 비아냥을 들었다. 출처= NY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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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몇 경영대학원 수업은 비트코인의 기반 기술인 기록 보존과 의사 결정의 분산 방법 – 블록 체인 – 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비트코인은 기업이나 중앙 정부에 의존하지 않고 컴퓨터 네트워크로 업데이트되는 거래 원장 (ledger of transactions)인 첫 번째 블록 체인을 탄생시키는데 기여했다.

많은 대기업들은 이제 비트코인과 별개로, 블록 체인을 사용해 많은 당사자들이 관련된 음악 저작권이나 화물 컨테이너를 추적하는 작업을 수행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듀크 대학교 경영대학원의 캠벨 하비 교수는 이번 학기에 231명의 학생들이 참여한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은 다양한 학과 출신들이지요. 그들은 이 기술이 수 많은 사업 분야를 혁신적으로 개혁할 것이라는 것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자신들이 그런 개혁의 대상이 아니라 개혁을 주도하는 사람이 되고 싶어합니다."

한편, 컴퓨터 과학자들은 암호 화폐가 지갑과 거래 데이터를 보호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호화 방식뿐 아니라 블록 체인을 가능하게 하는 분산 컴퓨터 네트워크의 설계에 대해 깊이 연구하고 있다.

지난 주 스탠포드 대학교는 블록 체인 소프트웨어의 아키텍처와 보안을 주제로 하는 3일간의 컨퍼런스를 주최했다.

이번 학기에 "암호 화폐, 블록체인 및 그 응용”(Cryptocurrencies, Blockchains and Applications)이라는 과목을 가르치는 카네기 멜론 대학교의 니콜라스 크리스틴 컴퓨터 과학 교수는 "내일 비트코인 가격이 2달러로 내려간다 해도 기술적인 관점에서 이 분야는 여전히 매력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교수와 학생들 모두 이구동성으로, 학문적 가능성 말고도 블록 체인 기술에 대한 지식이 고용 시장에서 훨씬 더 유용 해지고 있다고 말한다.

구인 구직 사이트인 인디드닷컴(Indeed.com)에 따르면, 블록 체인을 언급하는 구인 목록이 급격히 늘고 있으며, 이런 신생 업계의 기회만을 전문으로 하는 ‘크립토 잡 리스트’(Crypto Jobs List)라는 구인 구직 사이트도 생겨났다고 말했다.

버클리 수업 강의실 뒤쪽에 앉아 있던 경영대학원생 비니 투미넬리는 지난 여름 앤호이저-부시(Anheuser-Busch)에서 인턴쉽을 하는 동안 블록 체인이 그가 속해 있던 "혁신 팀"에 화제였는데 최근에 상사와 만났을 때 이 주제가 다시 등장했다고 말했다.

"처음에는 블록 체인을 그저 유행 정도로만 생각했지요. 하지만 이제는 블록 체인 뒤에 몇 개의 발이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에 대한 투자가 점점 더 많이 이루어지고 있으니까요.”

오히려 학생들이 교수들보다 더 빨리 기회를 포착하는 것 같다. 버클리 학생들은 직접 캠퍼스 내에 동아리를 만들어 블록 체인 기술에 대한 여러 과목을 학생들 스스로 가르치며 배우고 있다.

M.I.T에서 디지털 통화 연구팀(Digital Currency Initiative)을 이끌고 있는 네하 나룰라 교수는 이번 학기에 과목을 개설하지 않자 학생의 요구가 빗발쳐, 현재 여러 과목을 하나로 묶어 공동으로 가르치고 있다고 말했다.

"학생들은 이 분야에 완전 매료되었어요. 그들은 필사적으로 배우고 싶어 합니다.”

홍석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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