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0.13 (일)

북·미 대화 이끌 '한 방'으로 부상한 북한 내 美 억류자 석방 문제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북한의 비핵화를 위한 북ㆍ미 대화를 열 ‘한 방’으로 북한 내 미국인 억류자 석방 문제가 떠오를 조짐을 보이고 있다. 평창 겨울 올림픽을 통해 남북 대화 분위기가 형성된 이후 미국과 북한에서 동시에 북한 억류 미국인 송환 문제가 쟁점으로 부상하면서다.

중앙일보

김정은(左), 트럼프(右)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美, 평창 전후로 잦아진 '억류자' 문제


미국의소리(VOA) 방송은 19일 “북한은 웜비어를 부당하게 수감시킨 데 대해 책임을 져야 한다”는 마이클 케이비 미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대변인의 인터뷰 소식을 전했다. 해당 인터뷰는 지난 16일(현지시각) 이뤄졌다. 전날인 15일 북한 외무성 미국연구소 공보실장이 담화에서 “웜비어가 생명 지표가 정상인 상태에서 미국으로 돌아간 후 1주일도 못 되어 급사한 데 대한 대답은 현 미 행정부가 해야 한다”는 주장에 대한 반론이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전을 관람 한 뒤 헤어지며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17일에는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이 미국 CBS 인터뷰에서 “당신(북한)이 나에게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하기를 귀 기울이고 있다”며 “나의 일은 우리가 채널을 열어놓고 있다는 것을 북한이 반드시 알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文 대통령, 北 접촉 후 펜스 부통령 만나


문재인 대통령은 김여정 등 북한 고위 대표단과의 접견에서 조속한 북ㆍ미 대화를 여러 차례 당부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지난 10일 김여정 등의 청와대 접견과 오찬 등의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주로 북ㆍ미 대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설명했다”며 “북한의 비핵화는 결국 미국과 북한이 풀어야 할 문제이고, 문 대통령이 언급한 북ㆍ미 대화가 곧 비핵화 대화를 뜻한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오전 청와대를 방문한 김여정 북한 노동당 중앙위 제1부부장과 악수하고 있다. 배경 그림은 고(故) 신영복 선생의 서화 ‘通’과 판화가 이철수 선생의 한반도 작품이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 대표단과 2시간 50분간 만나 북ㆍ미 대화를 강조한 문 대통령은 그날 오후 마이크 펜스 부통령과 나란히 앉아 쇼트트랙 경기를 함께 관람했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회담과 만찬을 제외하고 쇼트트랙 경기 관람은 펜스 부통령의 방한 일정 중 미국이 요청한 유일한 문 대통령과의 외부 동반 일정이었다”며 “북한 대표단 접견 직후 마련된 그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안건을 정하지 않은 북한과의 일종의 탐색적 대화를 요청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후 펜스 부통령은 귀국 비행기에서 가진 워싱턴포스트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과 관여를 동시에 한다”며 “북한에 대한 최대 압박 전략을 지속하고 강화하되, (북한이) 대화를 원하면 우리도 대화에 응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앙일보

문재인 대통령과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10일 강릉 아이스아레나에서 열린 2018 평창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여자 예선전을 관람하며 대화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靑 "억류자 석방은 북·미 대화 촉진제"


문제는 대화를 시작하기 위한 조건이다.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지금 미국과 북한은 탐색 또는 예비대화를 위한 조율 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며 “현재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 3명에 대한 석방이 이뤄질 경우 북ㆍ미 대화를 여는데 윤활유나 촉진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북한이 추가 미사일 도발은 대화 기조를 깨는데 직결된다는 점을 인지하고 자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북ㆍ미 중 누군가가 ‘대화 한 번 해보자’고 조금 더 적극적으로 나서는 자체가 가장 중요한 국면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중앙일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연세대학교 명예특임교수, 연세대학교 김대중도서관 관장). 문정인 특보는 ’미군이 전술핵을 한국에 재배치하더라도 한국은 미국의 핵우산 아래 있다는 북한의 인식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기 때문에 ‘공포의 균형’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실제로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는 지난달 30~31일 영국 소아스(런던 동양ㆍ아프리카대)와 바스대 런던캠퍼스에서 잇따라 강연을 하면서 “북한에 억류돼 있는 한국계 미국인 세 명을 풀어주는 제스처를 보인다면 (평창에 오는) 마이클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과 대화를 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펜스 부통령은 왜 웜비어 부친과 동행했나


중앙일보

마이크 펜스 미 부통령이 9일 오전 경기 평택 해군 2함대에서 오토 웜비어의 아버지 프레드 웜비어를 만나 위로하고 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기류는 지난 펜스 부통령의 방한 과정에도 반영됐다. 그는 북한에 억류됐다 송환 직후 사망한 오토웜비어의 부친을 올림픽 개막식에 초청했다. 웜비어의 부친과 함께 탈북자들을 함께 만나기도 했다. 미국은 이러한 일정에 관련해 문 대통령이나 청와대에 협조를 요청하지 않았다고 한다. 사실상 북한에 보내는 직접적 메시지의 성격이라는 뜻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역시 평창 올림픽 직전인 지난달 30일 미국 의회 연설에서 웜비어의 부친을 초청했다.

중앙일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탈북자들을 만나고 있다. 이 자리에는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 초대됐던 지성호 탈북인권청년단체 나우 대표(왼쪽 넷째) 등이 참석했다. [EPA]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중앙일보

지난달 30일 미 의회에서 열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에서 목발을 치켜든 탈북 장애인 지성호씨.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북한에 현재 억류 중인 미국인은 김동철 목사와 평양과학기술대학에서 활동하다 체포된 김상덕, 김학송 씨 등 모두 3명이다. 모두 한국계로, 목사인 김동철 씨에게는 국가전복음모와 간첩 혐의가, 평양과학 기술대학교에서 근무했던 김상덕 씨와 김학송 씨에게는 반공화국 적대 혐의 등이 적용됐다. 과거 북한과 미국이 인도적 이유로 협상에 나선 선례도 있다. 2014년 제임스 클래퍼 미국 국가정보국장은 케네스 배와 매슈 토드 밀러의 석방을 협의하기 위해 방북했고, 오토 웜비어의 석방 과정에서 노르웨이 접촉이 이뤄지기도 했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모바일에서 만나는 중앙일보 [페이스북] [카카오 플러스친구] [모바일웹]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and JTBC Content Hub Co., Lt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