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자산 증여는 되도록 평가액이 낮은 시점에 증여세 신고를 하는 편이 낫다. <매경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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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못지않게 주식, 채권, 보험 등 금융상품 증여도 자산가의 관심거리다. 부동산은 구입, 보유 단계에서 취득세, 재산세 등 비용이 상대적으로 많이 들고, 자산 특성상 처분이 녹록지 않다. 반면, 금융자산은 보유, 관리 비용이 상대적으로 덜 드는 데다 한결 수월하게 우량 자산으로 갈아탈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원준범 한국투자증권 마케팅부 세무사는 “금융자산 증여는 증여 절차가 간단하고 제세공과금 등 비용 측면에서 부동산보다 낫다. 과거에는 증여가 고액 자산가에게 한정된 이슈로 치부됐지만 최근 소득세 강화로 미리 소득을 분산하거나 자녀의 자산 형성 자금을 챙겨주려는 목적으로 금융자산을 증여하려는 고객층이 늘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가치가 변하는 주식이나 채권을 증여할 때는 크게 두 가지를 따져봐야 한다.
첫째는 시장 가격보다 얼마나 낮은 가격으로 세무 신고를 할 수 있느냐다. 둘째는 증여 후 해당 금융자산의 가치가 어느 정도로 상승 여력을 갖췄느냐다. 요약하자면 시장 가격이 낮을 때 증여한 뒤 이후 우호적인 금융 환경으로 평가액이 불어난다면 절세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 특히 주식 증여의 최대 장점은 증여 이후 주가가 오르거나 배당수익을 얻더라도 기존에 납부한 증여세 외에 추가 세부담이 없다는 것이다. 이는 현행 세법상 증여 당시의 재산 평가액을 기준으로 증여세를 매기기 때문이다. 향후 주가 상승이 예상되는 주식일 경우 주가가 빠졌을 때 증여에 적극 나선다면 세금을 크게 아낄 수 있다.
▶가족 간 소득분산이 절세 첫걸음
10년 단위 비과세 한도 활용을
해외 채권을 예로 들어보자. 대기업 임원 A씨는 지난 2011년 브라질 채권을 1억원어치 매입한 뒤 최근까지 6개월에 한 번씩 표면금리 5%(연 10%)에 해당하는 이자를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악재가 잇따랐다. 지난 1월 11일 글로벌 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브라질의 신용등급을 BB에서 BB-로 강등했다. 연금 개혁 지연으로 재정 부담이 커지고 있다는 이유였다. 지난해 9월 360원대를 맴돌던 헤알화 환율도 올 1월 들어 330원 정도로 4개월이 채 안 돼 8%가량 떨어졌다. A씨는 중도환매를 검토했지만 대학생 자녀에게 증여하기로 마음을 바꿨다. 환손실로 현재 평가액이 5000만원에 불과했기 때문.
장기선 신한금융투자 자산관리솔루션부 세무팀장은 “이 경우 평가액이 5000만원이어서 증여세 부담이 전혀 없다. 브라질 채권의 경우 이자와 매매차익 모두 비과세에 해당해 추가적인 세부담 없이 자녀가 자금원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금융소득이 연 2000만원을 넘는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라면 ‘이익증여신탁’을 적극 활용하면 좋다. 이익증여신탁은 고객이 신탁에 주식, 펀드, ELS(주가연계증권) 등을 맡기면 원금은 고객에게 주고 이익에 해당하는 주식 배당, 펀드 배당금, ELS 수익 등을 배우자나 자녀에게 증여할 수 있는 상품이다. 원리는 간단하다. 우리나라 소득세는 누진구조다. 소득이 높을수록 세율도 높아진다. 따라서 소득이 높을수록 가족 간 소득 분산으로 얻는 절세 효과는 더욱 커진다.
자영업자 B씨 사례는 이렇다. 그는 지난해 11월 미리 소득세를 따져봤더니 2017년 연간 금융소득이 3000만원가량 발생할 것으로 예상됐다. 소득세 최고세율을 적용받을 가능성이 높자 B씨는 금융소득종합과세를 피하기 위해 12월에 상환이 예정됐던 파생결합증권(상환이익 1200만원)을 활용해 자녀를 수익자로 한 이익증여신탁에 가입했다. 그 결과 B씨의 연간 금융소득은 1800만원이 돼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에서 제외됐다. 또 1200만원의 배당소득은 자녀에게 귀속돼 15.4% 원천징수만 부담하면 됐다. 이때 자녀는 세후 배당소득 1015만원(1200만원-1200×15.4%)에 대해 증여세 이슈가 발생하지만 증여재산 공제 한도(성인 자녀 10년간 5000만원, 미성년 자녀 2000만원) 이내여서 납부할 세금은 한 푼도 없다.
김정남 NH투자증권 WM리서치부 세무사는 “10년 단위로 기간을 분산하고 되도록 다수 명의로 증여한다면 금상첨화다. 단 주식은 증여 신고를 한 당일 종가 기준이 아니고 신고일 기준 총 2개월간 평균으로 산정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기금 증여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정기금 증여는 증여재산 평가금액을 매년 이체되는 금액의 단순합계로 계산하는 것이 아니라 현재 가치로 할인(6.5%)해 평가한 금액으로 신고되기 때문에 세부담을 제법 줄일 수 있다.
직장인 C씨는 대학생 자녀 명의로 연금계좌를 가입하고 정기금 증여를 활용해 10년 동안 매년 일정 금액을 부어 총 6480만원을 증여하기로 했다. 액수만 놓고 보면 성인 자녀 공제금액 한도 5000만원을 넘지만 연 6.5%로 할인된 가액으로 증여재산을 평가하기 때문에 증여세 부담은 없다.
보험은 계약 관계에 따라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 종신보험은 계약자와 피보험자를 동일인으로 하는 게 좋다. 만약 다르다면 계약자가 보험금 수령인에게 증여하는 형태가 돼 증여세를 물어야 한다. 또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이라면 계약자와 수익자에서 제외하는 것이 좋다. 미성년 자녀 등 보험료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이 계약자가 된다면 타인에게 보험료를 증여받아야 하고 이 경우 보험료는 증여세 대상이 된다. 굳이 납부 능력이 없는 사람을 계약자로 지정해야 한다면 보험계약 이전에 증여를 한 뒤 이 증여받은 금액을 보험료 재원으로 사용하는 것이 좋다.
저축보험도 증여 시 요긴하게 활용할 수 있다. 직계존속의 경우 5000만원(미성년자는 2000만원) 한도로 증여재산에 대해 세금을 공제받는데, 공제 한도가 10년마다 다시 살아나므로 빨리 증여할수록 증여세 공제 혜택을 한 번이라도 더 활용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갓 태어난 딸을 위해 딸 명의로 2000만원짜리 10년 만기 저축보험에 가입했다고 치자. 10년 뒤 10살이 된 딸에게 2000만원을 증여하고, 적립금이 5000만원인 저축보험을 새로 가입한다면 딸이 20살이 됐을 때, 총 7000만원의 증여세를 한 푼도 내지 않고 물려주는 것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저축보험을 증여에 활용할 때는 ‘복리의 마법’에 주목해야 한다. 예를 들어 연이율 3% 저축보험상품에 매월 20만원씩 납입하면 8년이 되기 전 미성년자 공제 한도인 2000만원이 쌓인다.
마지막 팁 하나. 2018년 세법 개정으로 K-OTC(장외거래시장) 소액주주의 양도소득에 대한 비과세 규정이 신설됐다. 올해 1월 1일 이후 거래부터 적용받는데 주의해야 할 점은 모든 기업이 아니라 중소·중견기업 소액주주에 한정된다는 점이다. 때문에 보유 종목의 해당 여부와 함께 매출액, 업종 등 상세 요건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
Q 증여할 수 있는 금융자산이 예전보다 많아졌다는데.
A 과거에는 ‘금융자산 증여’ 하면 공모펀드, ELS, 상장 주식 등을 흔히 떠올렸지만 최근에는 범위가 크게 확대됐다. 현금 증여 후 자녀 명의로 비상장 주식에 장기 투자하거나 상장이 임박한 우량 비상장 주식이나 그에 대한 권리를 담은 CB(전환사채), BW(신주인수권부사채) 등을 담은 펀드에 투자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특히 얼마 전 코스닥 활성화 정부 대책 발표 이후 코스닥 상장을 앞둔 우량 장외주에 대한 인기가 많아졌다. 또 이를 담은 장외주식 펀드에 대한 관심 또한 증가 추세다. 결국 성장성과 자산 증식에 대한 갈망이 증여 트렌드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Q 가상화폐는 증여가 가능할까.
A 결론부터 말하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단, 현실적으로는 불가능에 가깝다. 증여세법을 보면 증여란 행위 또는 거래의 명칭·형식·목적 등과 관계없이 직접 또는 간접적인 방법으로 타인에게 무상으로 유형·무형의 재산 또는 이익을 이전하거나 타인의 재산가치를 증가시키는 것을 말한다. 법조항대로라면 가상화폐를 증여한 행위에 대해서는 어렵지 않게 현행 세법으로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 다만, 부동산과 같이 등기된 자산이 아니므로 현실적으로 증여 행위를 적발하기가 여간 힘들지 않다. 정부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현재 정부는 자산 성격을 띤 가상화폐 특성상 양도소득세와 거래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상화폐를 상속·증여하는 경우도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만 거래 내역 추적, 가치평가 기준 등의 보완이 필수다.
[배준희 기자 bjh0413@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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