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이프가드 발동에 대해 우리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비롯해 대응 조치를 취하겠지만 그런 노력이 긍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이 날지는 미지수다. 압력과 피해는 즉각적인 데 비해 해결에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미국의 통상압력이 여기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이다. 이번 조치는 2002년 부시 대통령이 한국산 철강 제품에 대한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후 처음이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에 불공정한 통상환경을 바꾸겠다고 명시적으로 천명하고 있는 만큼 현재 진행 중인 한미 자유무역협정 협상뿐 아니라 개별 산업, 업종에 대한 통상압력이 커질 가능성은 높다.
물론 무역장벽과 통상압력은 이를 발동하는 국가에도 손해다. 소비자들은 수입제한으로 높은 가격에 직면한다. 미국 소비자들은 당장 비싼 세탁기를 구매해야 하고 높아진 생산 단가로 전기 가격 역시 상승 압력을 받는다. 하지만 이런 손실에도 불구하고 자국 산업을 보호한다는 대중영합적인 명분이 표를 얻으려는 정치인에게는 도움이 되기에 세계 각국에서 무역규제 조치들이 취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미국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없는 우리 기업 입장에서는 개별 기업 차원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 정부가 이를 해결해주지 못한다면 기업 입장에서 대응할 수 있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해외 수출업체의 경우 무역 압력 대상이 되지 않도록 미국 현지 공장 가동에 나서는 것이다. 이번에 주요 대상이 된 한국 주요 가전업체들은 테네시, 사우스캐롤라이나 등의 공장을 통해 이미 미국 국내 생산, 공급을 준비하고 있다. 둘째는 이번 조치에도 불구하고 산업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자동화 또는 해외 공장 이전으로 비용 조건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문제는 두 방법 모두 우리 국내 고용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사실이다. 즉, 개별 기업 대응으로 통상압력 파고를 넘을 수는 있지만, 그 자체가 고용에는 부담을 준다는 것이다. 더불어 통상압력 때문에 난관에 처한 회사를 개별적으로 지원한다면 그 역시 새로운 압력의 불씨가 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정책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향은 일단 실효성 있게 미국의 통상압력을 덜어주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국과 원만한 교섭 채널을 확보할 필요가 있다. 특히 미국 정책당국이 과거에 비해 자유무역 자체를 강조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미국과 지나치게 각을 세우거나 관계가 악화되면 우리가 희망하는 유리한 결과를 거두지 못할 가능성이 있음에 유의해야 한다.
어떤 산업, 기업이 다음 대상이 될지 확실하지 않다. 하지만 이 파고는 계속될 것이기에 전반적인 정책 환경을 개선해 기업이 국내에서 활동하더라도 이를 넘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 힘써야 한다. 통상 환경에서 미국만큼 못해준 부분이 있다면 이것을 상쇄할 수 있을 기업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결국 미국에서도 이 모든 정책이 자국 기업을 위한다는 하나의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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