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오 취임 직후 토요타는 또 다른 위기에 봉착했다. 토요타 운전자 가족이 미국에서 차량 결함으로 사망한 사건이다. 이로 인해 2010년 토요타는 1000만대를 리콜했다. 급격한 경영 압박과 소비자 신뢰 하락도 겪었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토요타는 과거 위기를 넘어섰다. 다시 판매와 생산에서 세계 1위, 주가는 2008년 말에 비해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위기를 타개한 요인은 무엇일까.
첫째,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 더 위기 상황 극복에 효과적이라는 점을 들 수 있다. 특히 위기가 심각하고 조직의 존립 자체를 흔드는 수준일 경우 전문경영인이 총체적 책임을 지고 모든 상황을 효과적으로 지휘하기에 부담이 크다. 둘째, 위기는 조직 분열을 부르기 마련이다. 조직을 확실히 장악해 분열을 막아야 하는데 이 역시 전문경영인보다 오너가 지휘할 때 더 확실하다. 셋째, 위기 극복 처방이 실패하거나 혹은 즉각적 개선 효과가 보이지 않으면 전문경영인은 리더십에 타격을 받고 소극적이 된다. 반면 오너는 이런 실패에서 일면 자유로운 면이 있기 때문에 보다 장기적인 시각에서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리콜 사태로 미국 청문회에 불려간 아키오 사장이 불명확한 해명으로 일관하다 미국 정부와 소비자 반응은 악화됐다. 하지만 당시 아키오 사장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단계적 변화를 추진했다. 임원급 인사 세대 교체에서 출발해 의사결정기구 간소화, 과잉생산 시설 재편, 신형 엔진 개발 등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책임경영을 강조하기 위해 토요타의 핵심 공장과 새 연구시설을 모두 방문해 자신의 미래 전략을 적극적으로 설명했다.
굴지의 기업 스타벅스 또한 2008년 위기에 봉착했다. 이때 CEO에서 물러난 지 8년이 지난 창업주 하워드 슐츠가 다시 CEO로 경영에 복귀했다.
두 사례는 적어도 위기 상황에서만큼은 전문경영인보다 오너 출신 CEO가 더 효과적일 수 있음을 시사한다. 다만, 전제조건은 존재한다. 오너 출신이라 하더라도 기본적으로는 전문경영인 못지않은 업(業)에 대한 통찰력과 조직관리 능력을 갖춰야 한다. 위기를 극복한 오너들은 이미 창업주로서 혹은 경영자로서 그 경지를 인정받은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전문경영인 체계가 정착된 미국에서조차 창업자가 여전히 조직을 이끌거나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업이 많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테슬라 등이 그렇다. 기업 역사가 짧아 그럴 수도 있지만, 4차 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성공 역량인 ‘똑똑한 민첩성(Agility)’을 확보하고 실행하는 데 오너나 창업주의 확고한 의지와 통찰력이 필요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민첩성이란 장기적 추구 가치와 목표가 뚜렷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듭해나가며 신속히 실행과 변화를 반복해나가는 능력이다. 주인의식(Ownership)이 없다면 장기적 안목에서의 투자, 다양한 인재 수혈, 실패를 용인하는 문화, 신속한 의사결정 등은 어려운 얘기가 된다.
리더십 이론을 보더라도 성공적인 리더십 특성과 상황에 따라 가변적이다. 지금의 경영 환경은 정적인 점진적 변화가 아닌 빠르고 대규모적인 변화를 요구한다. 위기는 어느 때라도 닥칠 수 있고 능력 있는 오너의 리더십이 더 빛을 발할 수 있다.
[박형철 머서코리아 대표]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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