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하원 의사당에서 상하원 합동의회 형식으로 첫 국정연설을 갖고 “어떤 정권도 북한의 독재보다 더 완전하고 잔인하게 자국 시민을 탄압하지 않았다. 북한의 무모한 핵무기 추구가 미국 본토를 곧 위협할 수 있다”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최대한의 압박을 펼치고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우리에게 안주와 양보는 침략과 도발을 불러들일 뿐이라는 점을 지난 경험이 가르쳐줬다”며 “우리를 위험한 상황으로 몰아넣었던 과거 행정부의 실수를 반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의 ‘전략적 인내’ 등 과거 정부의 대북정책과 달리 최고의 압박 작전을 통해 임박한 북핵 위협에 제동을 걸어야 한다는 의지를 피력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됐지만 곧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와 탈북자 지성호 씨 사례를 거론하면서 북한 정권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지 씨를 향해 “그의 이야기가 자유롭게 살고자 하는 모든 인간의 열망을 증언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 씨의 이름을 호명하면서 2분 이상을 할애해 그의 탈북 과정을 소개했고 연설 현장에 참석한 지 씨는 목발을 높이 들어 올리며 호응했다.
집권 2년 차를 맞아 미국의 이익과 일자리를 우선시하는 미국 우선주의도 분명히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과의 무역 관계가 공정하고 호혜적이기를 기대한다. 우리는 나쁜 무역협정을 고치고 새로운 협정들을 협상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 규정의 이행을 통해 미 근로자와 지식재산권을 보호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는 “경제적 굴복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정하기도 했다. 미국의 번영을 희생시키고 기업과 일자리, 국부(國富)를 해외로 몰아낸 불공정 무역협상의 한 페이지를 뒤로 넘기겠다고 다짐했다.
▶“北, 무모한 핵무기 추구해 美 본토 위협”
“경제 굴복시대 끝…나쁜 무역협정 고쳐야”
이와 함께 “우리의 무너진 인프라를 재구축할 때”라는 말로 ‘트럼프노믹스’의 한 축인 사회기반시설 투자에 본격 시동을 걸 것임을 시사했다. 31년 만의 대규모 감세안을 지난해 말 통과시킨 뒤 기세가 한껏 오른 트럼프 대통령이 인프라 투자로 미국 경제성장과 일자리를 더 세게 견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법인세율 대폭 인하(35→21%) 등을 담은 트럼프 세제 개혁은 바닥을 맴돌던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반등시키는 데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 감세에 이어 인프라 투자를 본격화하면 공화당이 올해 11월 예정된 중간선거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 매체인 ‘데일리 콜러’는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 국정연설에서 115차례의 박수갈채를 받아 역대 2번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국정연설에 대한 좋은 칭찬과 평가에 감사하다”며 “4560만명이 시청했다. 이는 역사상 가장 많은 인원”이라고 자화자찬성 글을 올렸다.
미 대통령의 국정연설은 현 행정부의 새해 비전과 국정운영 방향을 가늠할 좌표라는 점에서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관심 대상이다. 미 대통령은 이 자리에서 국가 경제와 예산 상황을 설명하고 올해 추진할 대내외 정책 기조와 주요 입법 과제를 언급한다.
미 주요 언론들에 따르면 국정연설의 시작은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워싱턴 전 대통령이 1790년 1월 8일 첫 연두교서를 낭독한 게 시초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은 지난 2000년 89분간 연설해 최장 기록을 갖고 있으며 올해 트럼프 대통령은 80분간 연설해 1960년 이후 역대 세 번째로 길었다고 외신들은 전했다.
[뉴욕 = 황인혁 특파원 ihhwang@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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