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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8 (월)

[생생中國] 중국인도 못 믿는 中 공식 통계 ‘촤이모상이(揣摩上意·상부의 뜻을 헤아려 적절한 조치를 취함)’ 관습이 빚은 통계 조작의 유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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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중국 베이징대 금융인 모임 자리에서 천쭈민 씨(가명·47)를 만났다. 미국 박사 출신인 그는 현재 광둥성의 한 사모펀드에서 인수합병 담당 애널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천 씨를 만날 당시 때마침 중국 지방정부에서 통계 조작을 했다는 뉴스가 터져 나와 대화는 자연스럽게 중국 통계의 신뢰도 문제부터 시작됐다.

10여분 정도 대화를 이어나가던 중 그는 개인적인 견해라고 몇 차례 강조하면서 충격적인 얘기를 건넸다. 천 씨는 “중국인조차 중국의 공식 통계를 믿지 않는 것 같다”며 “(과장된 수치가 많기 때문에) 각 기업이나 연구기관들은 공식 통계를 참고해 새로운 내부용 통계 자료를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특히 우리나라 통계청과 같은 중국 국가통계국이 발표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경우 오류와 조작이 많다고 주장했다.

매경이코노미

문제의 시발점은 중국 지방정부다. 각 지방정부가 자체적으로 그 지역의 GDP 관련 통계를 조사하고 취합하는데 이 과정에서 ‘통계 마사지’가 빈번하게 이뤄진다는 것. 국가통계국은 중국 국무원 직속 기구기 때문에 통계를 조작하기가 구조상 어렵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중앙의 감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 더구나 고위급 인사권, 지방재정 지원 권한을 가진 중앙정부에 잘 보일 속셈이라면 통계 조작의 덫에 걸리기 더더욱 쉽다는 논리다.

중국 통계 조작의 민낯은 새해 벽두부터 드러나고 있다. 그것도 조작 사실을 양심 고백하는 형태로 말이다. 지난 1월 3일 네이멍구자치구는 2016년 재정수입이 530억위안(약 8조8500억원)가량 과대계상됐다며 기존 대비 26% 줄여야 한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네이멍구자치구는 2016년 GDP 성장률(기존 7.2%)을 하향 수정할 방침이다. 같은 달 11일 톈진시 빈하이신구에서는 2016년 당시 GDP를 무려 50% 넘게 부풀린 사실을 공개했다. 애초 빈하이신구는 2016년 GDP를 1조54억위안(약 167조9000억원)으로 발표하며 ‘1조 위안’ 클럽에 들었다고 대대적인 선전을 한 바 있다. 수정 후 GDP는 무려 3400억위안(약 56조7800억원) 쪼그라든 6654억위안(111조1200억원)으로 다시 집계됐다.

중국에서 통계 조작 사건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중국의 국가 회계조사 부처인 국가심계서는 충칭 직할시, 지린성, 후난성, 윈난성 등 4개 성급 지역에 속한 10여개 도시가 재정수입을 허위 신고했다고 공개한 바 있다.

그동안 중국에서 통계 조작이 관행처럼 번진 이유를 공산당의 통치 시스템과 촤이모상이(揣摩上意) 관습을 통해 살펴볼 수 있다.

중국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나라다. 중국의 정당 제도는 공산당과 8개의 민주당파로 구성돼 있지만 민주당파는 공산당에 복종하는 위성 정당의 성격을 띤다. 중국 공산당원들은 31개 성·시·자치구로 파견돼 성장 등 핵심 직책을 맡으며 중국 전역을 지배한다. 중국의 통치 시스템은 톱다운(Top-Down) 방식을 특징으로 한다. 중앙에서 경제성장률과 같은 정책 목표를 정해 하달하면 이를 따라야 하는 게 지방정부의 숙명이다. 1978년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 ‘양적 성장’을 꾀했던 최근까지 지방정부에서 빈번하게 통계 조작에 나섰던 이유도 이 같은 상명하복의 결과였던 것이다.

▶‘양적 성장’ 기조에 성장률 과장 밥 먹듯

‘내실 다지기’로 바뀌자 줄줄이 양심고백

중국 관료사회에 뿌리박힌 촤이모상이 관습도 통계 조작의 이유로 볼 수 있다. 중국 전국시대 학자인 소진이 처음 제기한 촤이모상이는 ‘윗사람의 뜻을 헤아려 이에 맞는 조치를 취한다’는 뜻이다. 통계 조작까지 해가면서 윗사람의 비위를 맞추려는 중국 관료의 속성은 2000년의 긴 역사의 산물인 것이다. 네이멍구 등에서 통계 조작 사실을 밝힌 것도 촤이모상이의 연장선상에 있다. 시진핑 집권 2기 들어 중국이 경제 발전 기조를 ‘질적 성장’으로 틀자 통계 조작 사실을 이실직고하고 ‘내실 다지기’를 하겠다는 신호를 중앙에 보낸 것이기 때문이다.

최근 톈진시, 후베이성, 간쑤성 등 지방정부에서 올해 GDP 성장 목표를 지난해 대비 줄줄이 하향 조정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할 수 있다.

[베이징 = 김대기 특파원 daekey1@mk.co.kr]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945호·설합본호 (2018.02.07~2018.02.20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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