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미국의 주요 우방국 가운데 12개국 명단에 포함된 것은 한국뿐이라는 사실이다. 미국에 철강을 가장 많이 수출하는 캐나다, 우리와 거의 같은 수준인 멕시코를 비롯해 일본, 독일, 대만 등은 모두 빠졌다. 정부는 군사 동맹국이고 FTA 체결국인 한국이 명단에 포함된 이유조차 모르고 있다. 대미 수출 증가율, 수출 품목 등 여러 요인이 거론됐다고 하지만, 2011~2017년 한국(42%)과 비슷한 수출 증가율을 보인 독일(40%)은 제외됐다. 대만(113%)조차 명단에서 빠졌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후 심각해지는 보호무역 파고는 하나의 뚜렷한 경향을 보이고 있다. 한국이 미국과의 무역 규모에 맞지 않게 과도하게 보복 대상이 되고 있으며 이 사태가 한국 정부의 주요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한국은 작년에 대미 흑자가 크게 줄어든 거의 유일한 나라다. 그런데 트럼프는 보호무역 얘기만 하면 한국을 빠뜨리는 적이 없고 그 내용도 갈수록 험악해지고 있다. 미국은 한국 기계 부품에 최대 45% 관세를 부과하는 덤핑 예비 판정을 내렸고, 세탁기 등에 세이프가드(긴급 수입 제한 조치)를 시행키로 했다. TV에 대한 보복 관세를 예고했고, 반도체와 자동차 등 대미 주력 수출품에 대한 제재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식이면 한·미 FTA 재협상이 어떻게 될지 알 수 없다.
정부는 철강 제재가 알려진 지난 17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부랴부랴 철강업체들을 불러 민관합동 대책회의를 열었다. 회의 결과는 "미국 정부의 최종 결정이 내려지기 전까지 민관이 함께 미국 정부, 의회, 업계 등을 상대로 최대한 설득 노력을 하자"고 한 것이 전부다. 이렇게 해서 될 일이었으면 여기까지 오지도 않았다. 미국 상무부는 작년 4월부터 초강력 무역 제재를 위한 조사에 착수했다. 정부가 그동안 무얼 하고 있었는지 국민은 궁금하다. 무역과 투자, 기술개발로 나라 전체가 돈을 버는 문제에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나. 정치에 쏟는 열의의 절반만 보여도 대미 무역 환경이 이토록 악화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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