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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朝鮮칼럼 The Column] 2015 노사정 타협의 실패 되풀이 말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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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게 성사된 사회적 대화

일자리 창출을 우선 의제로 조속히 성과를 내야

勞측이 원하는 것과 노동시장 유연화 조치를 언제나 同時에 시행해야

조선일보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문재인 대통령이 양대 노총 위원장을 직접 만나 '사회적 대화'의 복원을 당부한 결과, 지난달 31일 두 노총 위원장과 경총, 대한상의 회장, 고용노동부 장관과 노사정위원장 등 6명이 모두 참여하는 노사정(勞使政) 대표자회의가 8년여 만에 열렸다. 이들은 새로운 '사회적 대화' 기구의 조직과 의제부터 논의하기로 하고 헤어졌다. 우리가 처한 작금의 고용(雇用) 상황을 생각하면, 이런 느긋한 행보가 매우 안타깝다. 2년 연속 실업자가 100만명을 넘었고, 청년실업률이 작년 9.8%, 체감 22%를 기록하는 등 고용지표가 최악인 데다, 청년들이 취업을 못 하면 결혼·출산까지 어려워지는 현실 때문이다.

이번 '사회적 대화'를 꼭 성공시켜 일자리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 '2015년 노사정 타협'의 교훈을 되새겨 볼 필요가 있다.

당시 노사정 대화는 2013년 말 대법원 판결에 의한 통상임금 범위 확대, 2000년 시간당 1865원에서 2015년 5580원으로 3배 오른 최저임금, 2016년 1월 정년 60세 의무화 법의 적용 시작 등이 청년 고용에 미칠 악영향에 대한 우려에서 출발했다. 이 모두가 이미 취업해 있는 근로자들에게는 큰 혜택이지만 새 일자리 창출에는 장애물이어서였다.

정부는 일반해고의 가능성을 열고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는 방향으로 추진했으나 노(勞)측의 합의를 얻지 못했다. 정부가 그와 관련된 지침을 만들겠다고 하는 '합의하지 않아도 되는 합의'를 하는 데 그쳤다. 결국 일반해고라는 말도 못 꺼내고 해고의 요건을 건드려 보지도 못한 '공정인사에 관한 지침'과 임금피크제의 도입을 좀 쉽게 하려는 '취업규칙에 관한 지침'이었는데, 그나마 노측의 반발로 작년 9월 모두 폐기됐다.
조선일보

1월 31일 노사정위원회가 서울 경제사회발전 노사정위원회 대회의실에서 열렸다. 이날 회의에는 8년여 만에 민주노총 위원장이 참석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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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후 올해 최저임금 16.4% 인상과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기(旣)취업자에게 도움되지만 고용 창출에 부담이 될 일이 더 추가되었다. 근로시간 단축도 그에 상응하는 임금 감소가 없다면, 일자리 나누기는커녕 역효과가 날 수 있다.

이번 '사회적 대화'는 따라서 노사정 모두가 동의하는 일자리 만들기를 최우선 의제로 삼아 조기(早期)에 합의를 도출해야 한다. 사(使)측은 2015년 대타협 때에도 기업이나 경영자의 이익을 내세우지 않았다. 노사정 모두 '오직 청년 취업에 도움이 될' 제안들만 가지고 다음 회의에 임해야 할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부나 국회가 근로자를 위한 조치를 일방적, 선제적으로 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노사 간의 타협은 대개 사측은 비용을 더 부담하고, 노측은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제도 개선에 동의해 주는 모양이 되게 마련인데, 전자(前者)는 쉽게 시행되는데 후자(後者)는 국회 입법 등 시간이 걸리고 실행이 되지 않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예컨대 정년 60세 의무화를 직무성과 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도입 같은 노동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와 동시 시행하도록 했더라면 노측도 수용하기가 훨씬 쉬웠을 터이다. 실제 현장에선 법에 정한 일정에 따라 정년 연장은 실행되었으나, 같은 법 19조의 2에 규정된 '임금체계 개편 등 필요한 조치를 하여야 한다'는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 채 여태 표류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은 바로 적용되었지만 산입 범위의 확대와 지역별·업종별·연령별 차등화 같은 제도 개선 과제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

노측이 원하는 것들은 이미 다 얻었는데 뒤늦게 그 대가(代價)를 치르는 내용의 합의를 하라고 하면 노측 대표가 감당하기 어렵다. 노측 대표가 대타협의 장에서 뭔가 '쟁취'하는 모양을 만들어 주어야 합의를 이루기 쉽다. 미리 다 주고 뒤늦게 대가를 받는 방식이 사실은 노측 대표의 입장을 더 어렵게 만든다는 말이다.

이제 노측이 사회적 대화에서 얻을 것은 실직(失職)에 대비한 사회안전망 강화 정도이다. 우리나라의 사회안전망은 선진국에 비해 아직 미흡해도 매년 조금씩 꾸준히 보강돼 왔는데, 이 과정에서도 이에 상응해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조치는 없었다. 한꺼번에 대폭, 과감하게 사회안전망을 강화해야 노동시장 유연성 제고(提高) 조치와 맞바꾸는 '빅딜'이 가능할 것 같다. 남은 카드가 이것 정도인데 이마저 낭비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 고용 상황이 장기화되면 국가적 재앙이 될 것이다. 노사와 민관(民官)이 함께 '국가총동원 체제'라도 가동해야 할 판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정부와 노·사 모두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무엇을 대가로 치를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행동했으면 한다.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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