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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7 (일)

동맹국 중 한국만… 美, 철강 무역제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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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안보·통상 정책 연계… 우리 정부는 "이유를 모르겠다"]

美상무부, 53% 관세 부과할 제재대상 12개국에 한국 포함

캐나다·일본·독일·대만 빠져

"미국의 주요 우방국 중에 우리나라만 포함됐습니다. 도대체 어떤 기준으로 선정한 것인지…."(국내 철강회사 고위 관계자)

미국 상무부는 지난 16일(현지 시각) '무역확장법 232조' 보고서를 통해 한국을 포함한 12개 국가의 철강 수입에 대해 53%의 관세를 부과하는 방안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제안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대통령 직권으로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 조사한 뒤 수입량을 제한하거나 고율 관세를 부과하는 초강력 무역 제재 조치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한국이 미국의 동맹국이기 때문에 한국산 철강이 미국 안보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지난해 32억6000만달러(약 3조5000억원)의 철강을 미국에 수출했다. 대미(對美) 철강 수출국 3위다. 상무부는 미국이 가장 많은 철강을 수입하는 캐나다(1위)를 포함해 일본(7위), 독일(8위), 대만(9위) 등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국을 제외시켰다.

미국 정부는 정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았지만, 윌버 로스 상무부 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를 통해 "대미 수출 증가율 등을 기준으로 했다"고 말했다. 2011~ 2017년 한국의 대미 수출 증가량은 42%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증가 폭이 비슷한 독일(40%)은 물론 3배 수준인 대만(113%)도 빠졌다. 우방 국가들이 규제 대상국에서 대부분 제외된 대신 중국·러시아·브라질·터키·남아공·태국 등이 포함됐다. 송재빈 철강협회 부회장은 "이번 보고서 공개 결과는 상당히 당혹스럽다"며 "12개국 선정에 대해서는 기준이 무엇인지, 왜 한국이 포함돼야 하는지 의구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우리 정부 관계자도 "정확한 원인을 모른다"고 했다.

이번 발표는 미국이 최근 한국을 상대로 화학제품·반도체·세탁기 등 여러 품목에 대해 동시다발적으로 통상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 나와 우리 정부와 무역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워싱턴에선 트럼프 행정부의 한국산 철강 등에 대한 잇단 제재가 정치적인 동기에서 비롯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워싱턴의 통상 관련 소식통은 "트럼프 행정부가 겉으로는 '통상은 통상' '안보는 안보'라고 선을 긋고 있다"면서도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보면 대북 정책 혼선이 커지면 한국에 대한 무역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한결같이 경고한다"고 했다. 지난해 6월 사드 배치 연기 논란이 이어진 뒤 백악관에서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폐기 움직임이 본격화됐고 지난해 11월 우리 정부가 중국에 이른바 '3 No'(사드 추가 배치 불가, 미국 미사일 방어망 참여 불가, 한·미·일 군사동맹 불가) 의사를 전한 뒤 철강 등에 대한 무역 공세가 강화된 것을 우연으로만 봐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미 상무부는 이번 보고서에서 과도한 철강 수입이 '미국 경제의 약화를 초래해 국가 안보를 손상할 위협이 있다'고 결론 내렸다. 철강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2011~2016년 평균 74%에 그친 가동률을 80% 이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고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철강 수입을 지난해보다 37% 줄여야 한다고 계산했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수입 규제 방안을 내놨다.

모든 국가의 철강 수입을 지난해 수준의 63%로 제한하는 쿼터를 설정하거나 모든 수입 철강 제품에 24%의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다. 또는 한국을 포함한 브라질·중국·인도·러시아 등 12개국에서 수입하는 철강에 53%의 관세를 부과하고 나머지 국가는 지난해 수준으로 수입을 제한하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는 4월 11일까지 상무부가 제안한 세 가지 수입 규제 방안 등을 참고해 최종 규제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우리 정부는 4월까지 최대한 미국을 설득할 방침이라고 밝혔지만, 제재를 피하기는 쉽지 않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은 가맹국이 안보를 이유로 수입을 제한하는 조치를 예외 조항으로 인정하고 있어 기존 무역 제재와 달리 국제기구를 통해 시비를 가리기도 마땅치 않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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