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석영의 英학습서 '아학편' 출간
조선 말기 간행된 영어 단어 학습서 '아학편(兒學編)'〈사진〉이 원형대로 다시 출간됐다. 종두법을 보급한 의학자이자 국어학자인 지석영(1855~1935)이 110년 전인 1908년 펴낸 책이다. 지석영은 조선 후기 학자 정약용(1762~1836)이 강진 유배 시절 지은 아동용 한자 학습서 '아학편'의 2000자 한자에 각각 해당하는 영어 단어의 철자를 적고 한글로 발음을 표기했다. 일본어·중국어도 함께 덧붙여 3개국 단어를 함께 익힐 수 있게 했다. 지석영은 서문에서 "지금 해문(海門)이 크게 열려 서구와 아세아가 교역하고 있다. 우리의 적고 비루함으로 저들의 우수하고 뛰어난 점을 취하여 열강과 겨루려면 어학(語學)이 필요하다"고 썼다.
영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 고심한 점이 돋보인다. 'P' 발음은 'ㅍ'으로, 'F' 발음은 'ㅇㅍ'으로 구별해 표기했다. 'B'는 'ㅽ'으로 'V'는 'ㅇㅂ'으로 적었다. '民: 백성 민/People/피오필', '面: 낫 면/Face/ㅇ페이쓰', '編: 책 편/Book/ㅅ브크', '菜: 나물 채/Vegetable/ㅇ베쥐타불' 식이다. 'R' 발음은 'ㄹ' 앞에 '으'를 붙이고 'L' 발음은 '을'을 붙여 구별했다. 'Rice'는 '으라이쓰', 'Learn'은 '을러언'으로 적었다.
책을 낸 출판사 베리북 송사랑 대표는 "원본 그대로의 감동을 느낄 수 있도록 인위적인 편집을 하지 않았다"면서 "어떤 발음도 표현 가능한 한글의 우수성을 체험해 보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이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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