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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금리인상 휴식기' 갖는 한은...추가 인상은 언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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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경기개선 자신감·물가압력 완화’ 동시 강조
이주열 총재 “미국 금리인상은 한은 기준금리 하한으로 작용”
韓美 중앙은행 지배구조 교체 주목…"상반기 중 금리인상 어려울 수도"

“금리인상 후 잠시 쉬어가겠다는 얘기인데, 휴식기가 예상보다 길어질 것 같다.”

새해 첫번째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가 열렸던 18일 이주열 총재의 기자회견을 지켜본 채권시장 관계자들은 메신저 채팅방 등에서 이 같은 의견을 내놨다. 한은은 이날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9%에서 3.0%로 상향 조정하며 경기개선에 대한 자신감을 나타냈다. 일반적으로 한은의 낙관적인 경기인식은 기준금리 인상 전망으로 이어지지만, 이날은 달랐다.

오히려 지난해 11월 6년5개월만에 기준금리 인상에 나선 한은이 당분간 숨고르기에 나서겠다는 신호를 보냈다는 시각이 많았다. 성장률 전망치를 올렸지만, 통화정책 결정의 핵심 근거인 소비자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1.7%로 낮췄기 때문이다. 경기가 완만하게 개선되고 있지만, 물가상승 압력이 높지 않기 때문에 한은이 다음 금리인상 시기를 신중하게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 "물가 압력 높지않고, 한은 총재 교체기라 금리인상 쉽지 않아"

한국은행이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0%로 올린 것은 정부의 낙관적 경기인식에 공감대를 나타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조정을 통해 한은의 전망치는 지난해 12월 2018년 경제정책방향 발표 때 정부가 제시한 3.0% 성장률 전망치와 같아졌다. 정부만큼이나 한은도 올해 경제상황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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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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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에 뜸을 들이는 이유는 물가상승 압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된 통화정책방향에서 한은은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당분간 1%대 초중반 수준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기준금리를 인상할 때인 지난해 11월 제시했던 “1%대 중반 수준을 보일 것”이라는 전망 보다 물가상승 압력을 낮게 본 것이다. 비록 ‘하반기들어 물가 오름세가 확대될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한은은 올해 연간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1.8%에서 1.7%로 낮췄다. 최저임금 상승 등 소비자 물가상승률을 높일 가능성이 있는 요인들도 영향력이 매우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한은의 지배구조 변화가 임박했다는 점도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이날 금통위 의장으로 회의를 주재했던 이 총재에게 다음달 27일은 마지막 금통위 회의가 될 전망이다. 3월말 임기가 끝나기 때문이다. 역대 한은 총재들이 임기 종료가 임박했을 시기에는 금리정책의 변화를 주지 않았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 총재가 금리인상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었다면 이날 금통위가 사실상 마지막 기회였던 셈이다.

한 증권사 소속 채권딜러는 “4월에 부임하는 차기 총재가 부임 직후에 열리는 4월 금통위(4월12일)나 지방선거를 앞둔 5월 금통위(5월24일)에는 금리를 인상하지 못할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반적인 정서”라고 말했다.

◆ 미 연준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주요 변수

그렇지만 지난해 12월 금리인상을 단행한 미국 연준이 기준금리를 올리려는 움직임을 보일 경우 셈법은 달라진다. 현재 한국은행 기준금리(연 1.50%)는 1.25~1.50%인 연준의 기준금리 상단과 맞닿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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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총재는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등에)일대일로 대응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금리정책은)주요국 통화정책의 정상화 속도와 그것이 우리 실물경제 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그때 그때 평가해서 운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한은의)기준금리 하한을 평가할 때 한국과 같은 개방경제는 기축통화국인 미국 금리수준을 감안해야 한다”고 다음 금리인상 시기에 대한 힌트를 줬다. 지난 12월 금리를 인상한 미국 연준이 금리인상을 언제쯤 재개하느냐에 따라 한은 추가 금리인상 시기가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애널리스트는 “예전에 비해 영향력이 줄어들었다고는 하지만, 미국과 한국의 기준금리 역전은 국제금융시장에서 유입되는 국내 투자자금의 움직임에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한은 입장에서는 연준과의 금리역전을 가급적 피하려고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미국 연준의 금리인상 시점이 한은에게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은과 마찬가지로 연준 또한 지배구조 변화를 앞두고 있다. 도날드 트럼프 대통령이 지명한 제롬 파월 연준 의장 지명자가 2월에 취임한다. 파월 의장 지명자는 매파 성향으로 비둘기파였던 자넷 옐런 의장보다 금리인상에 대한 의지가 강한 것으로 평가된다. 오는 30~31일 FOMC 회의는 옐런 의장의 마지막 금리결정 회의이고, 3월20~21일 FOMC 회의가 파월 지명자의 데뷔 무대인 셈이다. 연준 또한 긴박한 사유가 없다면 의장 교체기에는 금리정책을 변경하지 않는 전통이 있기 때문에 오는 5월 FOMC 회의(1~2일) 이전에는 금리인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파월 지명자가 매파 성향이기는 하지만, 12월 금리인상 효과를 지켜볼 필요가 있고 미국 경제 여건을 감안하면 금리를 빠르게 인상해서 글로벌 달러 약세 기조를 후퇴시킬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면서 “이런 요인들이 한은에게 상반기 중에는 상황을 지켜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 줄수 있다”고 말했다.

정원석 기자(lllp@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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