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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문경새재 넘나든 애환의 우리 소리' 문경아리랑, 세계인을 감동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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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새재아리랑의 백미 다듬이질 공연. 문경아리랑은 다듬이질을 하면서 아낙들이 부르는 애환이 잘 담겨있다. /제공=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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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아시아투데이 장성훈 기자 = ‘아리랑’이 내달 9일 하늘과 땅이 맞닿은 강원도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에 맞춰 전 세계인에게 평화와 화합의 메시지를 전한다. 한민족의 애환을 담은 아리랑은 남북이 1963년 스위스 로잔에서 개최된 첫 남북체육회담에서 이의 없이 단가(團歌)로 합의 채택한 이후 55년 동안 여러 대회를 통해 함께 불려졌다.

2018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공연과 응원가로 불려질 아리랑은 우리 민족의 혼을 담은 새로운 노래로, 남북 평화의 메시지를 담은 장엄한 울림으로 전 세계인에게 감동을 전하게 된다.

‘아리랑 도시’ 경북 문경시는 평창에서 펼쳐지는 아리랑의 다변화와 세계화에 발맞춰 올해 중국, 미국, 러시아, 일본 등 해외동포를 초청해 문경새재아리랑제를 세계아리랑제로 확대 개편하는 등 문경아리랑의 저변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한다고 18일 밝혔다.

또 세계 최초로 오선지에 쓰여진 아리랑 악보 등 ‘문경아리랑’의 정체성을 찾는 노력을 지속적으로 펼치고 지역과 시대를 넘어 전승되는 ‘문경아리랑’의 위상을 높여 아리랑 중심도시로서 기틀을 다진다는 방침이다.

◇오선지에 쓰여진 아리랑…문경새재 넘나드는 애환의 우리 소리

132년 전 조선 고종 23년인 1886년 미국인 교육자 호머 B 헐버트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공립학교인 육영학교 교사로 이 땅에 발을 들였다.

헐버트는 그 해 10월 17일 미국의 여동생에게 보낸 편지에 전날 옆집에서 조선 아이들이 부른 노래를 소개하는 글과 함께 오선지에 적은 악보를 보냈다. 헐버트가 쓴 악보에는 ‘아라렁 아라렁 아라리오 문경새재 박달나무 홍두깨 방망이 다나간다’라고 쓰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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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머 헐버트는 미국 잡지 ‘코리언 리퍼지토리(The Korean Repository)’ 1896년 2월호에 논문 ‘Korea Vocal Music’을 게재했고, 논문과 함께 채보한 아리랑 악보를 실었다. /제공=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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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들은 개사(改辭)의 천재야. 이 노래는 약 3500일 전부터 유행하는 노래라고 해.” 헐버트가 들었던 이 노래는 반복되는 후렴구에 다음 가사가 이어지는 형태였다. 다음 가사는 부르는 사람들마다 각기 달랐다.

현재 전해지는 아리랑의 기원은 헐버트가 입국하기 약 20년 전 대원군이 경복궁을 중건(1865~68년)하면서 8도에서 부역으로 끌려온 장정들이 “차라리 내 귀나 먹어라. 그놈의 원납전소리 지긋지긋하다(但願我耳聾 不聞願納聲)”는 뜻의 ‘아-이-롱(我-耳-聾)’이란 말을 노래처럼 불렀다는 데서 유래됐다.

당시 대원군은 거센 비난에도 불구하고 경복궁 중건을 강행해 원납전(願納錢)을 강요하고 벼슬을 팔며 당백전을 주조하는 등 폐단을 일으켜 백성들의 원성을 한몸에 받았다. 이에 억지로 끌려 온 부역꾼들은 공사장에 불을 지르고 자재를 태우는 등 문제를 일으켰다. 대원군은 이들을 달래기 위해 밤마다 횃불을 밝히고 노래판을 벌였다.

삼남지방 등에서 문경새재를 넘어 부역으로 끌려온 백성들은 이때 불렀던 노래를 경복궁 중수가 끝나고 다시 문경새재를 넘어 돌아가면서 각 지역의 아리랑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헐버트는 전국을 돌며 조선의 문화를 학습하던 중 ‘문경새재’라는 가사가 들어가는 노래가 가장 많이 불려졌던 점을 확인하고 악보에 기록했다.

문경아리랑은 헐버트에 의해 처음으로 채보된 후 올해 132년째를 맞았다. 아리랑은 악보로 만들어진 뒤 한 세기 동안 그 정신과 가락이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왔다.

문경시는 아리랑의 시초가 될 문경아리랑의 기록을 통해 ‘아리랑 문화’에 대한 다각적인 연구와 전국 아리랑의 허브도시로 도약하기 위한 여러 형태의 문화적 시도를 지속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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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9월 러시아 사할린에서 열린 제2회 사할린 아리랑제에 문경시가 참가해 ‘문경새재아리랑’을 선보였다. /제공=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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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저항·대동·상생’의 아리랑 정체성을 세우다

문경시는 2008년부터 ‘문경새재아리랑제’를 통해 지역 아리랑의 정체성을 구축하고, 지역과 시대를 넘은 민족의 문화로서 ‘아리랑’을 발전시키기 위해 다양한 문화정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11월 개최된 제10회 문경새재아리랑제는 ‘팔도아리랑, 문경으로 모여든다’는 주제로 전국의 모든 아리랑 전승자들을 초청해 함께 아리랑을 부르는 자리를 마련했다. 행사는 아리랑 워크숍, 아리랑 퍼레이드와 경창대회, 팔도아리랑, 그리고 전국 최초로 시도하고 있는 아리랑 민화·만화 공모전 등 전 국민이 참여할 수 있는 행사를 통해 관심도와 호응도를 끌어올렸다.

문경시는 또 2013년 7월 서울 광화문에서 문경새재아리랑제를 열고 문경새재아리랑의 상징적 퍼포먼스인 ‘다듬이 공연’을 문경시민 252명이 참가한 가운데 선보여 한국 기네스북에 등재시키기도 했다.

문경시가 마련한 대형 아리랑 공연을 통해 우리 국민과 아리랑이 하나되는 감동을 연출하면서 아리랑 세계화 포럼 등 아리랑에 대한 중·단기 사업계획과 무형문화센터 건립, 아리랑 도시 선포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의 출발점을 만든 것이다.

올해 문경시는 문경아리랑의 저변확대를 위해 ‘문경새재아리랑제’를 국내에 한정됐던 기존의 팔도아리랑제에서 중국·미국·러시아·일본 등 해외동포를 초청한 세계아리랑제로 확대하기로 하고, 아리랑의 날인 10월 1일 또는 아리랑 도시를 선포한 12월 13일에 개최하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또 각국별로 10여명을 초청하고 국내는 500~600명이 참석하는 대규모 축제로 격상시킨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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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1월 6~7일 열린 제10회 문경새재아리랑제 거리퍼레이드. /제공=문경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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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함께 지난해 제정된 문경새재아리랑 기준악보를 시민들에게 보급하고, 교과서에도 등재해 국민 모두에게 친근감을 주는 아리랑으로 만들겠다는 각오다. 이 밖에도 문경아리랑의 여러 악보제작과 주요 아리랑지역 답사프로그램 개발, 아리랑 뮤지컬 공연, 아리랑세계화포럼 등 다양한 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고윤환 문경시장은 “고요 아리랑마을 조성 등 올해도 ‘문경아리랑’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계승 발전시키는 노력은 계속된다”며 “문경시가 ‘원조 아리랑’ 도시로서의 기틀을 다지고, 아리랑의 세계화를 통한 국민적 관심도 제고를 위해 행정력을 집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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