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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1 (금)

더 제왕적 대통령 만드는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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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청일보

[충청일보 사설] 청와대가 14일 발표한 문재인 정부의 경찰 검찰 국가정보원(국정원) 등 3대 권력기관 개혁안은 국가정보원과 검찰의 힘을 빼서 경찰의 역할과 힘을 확대하는 것으로 요약된다. 국정원의 대공수사 기능은 경찰청으로 이관되고, 검찰 수사권 대부분을 경찰청과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새로운 기구들이 설치된다. 대통령 직속으로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공수처)가 신설되고, 원래부터 대통령 직속인 국정원은 간판을 대외안보정보원으로 바꿔 달게 된다. 또 경찰청에는 국정원에서 이관받은 대공수사권을 담당할 안보수사처가 신설된다. 반면 국정원은 대공ㆍ방첩 업무에서 손을 떼고, 대북ㆍ해외 분야 정보수집만 하는 순수 정보기관으로 축소된다. 검찰 역시 막강 권력기관의 위상은 빛이 바래고, 기소와 공소유지가 주업무인 행정기관 정도로 줄어든다. 경제 관련 특수수사권은 유지시켜 겨우 과거의흔적만은 남게 된다.

권력기관 개혁은 해당 부처와 소속 기관 종사자들 간에 자존심과 함께 첨예한 이해관계가 걸려있어 최종 합의 도출이 쉽지 않아 청와대의 방안이 실현될 것인지 불확실하다. 더구나 여소야대 상황인 국회에서 야당이 관련 법안에 동의해 줄 것을 기대하기도 어렵다. 제1 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이미 즉각 반대를 표명했다. 권력기관 개혁을 담당하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사개특위)에 청와대가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이라고 규정, 논의조차 거부하겠다는 입장이다.

야당의 반발과 해당 기관들의 이해관계와 별도로 문 정권의 권력기관 개혁안 자체가 우리나라 현실에 부합하고, 합리적이냐를 냉정히 따져봐야 한다. 경찰의 권한을 너무 비대하게 만든 것, 대공 수사 기능을 국정원에서 떼어내는 것은 인권과 국가안보 차원에서 불안을 안겨주기에 충분하다.

특히 대통령의 권력을 너무 비대하게 만든 것은 개혁의 순수성을 의심케 한다. 대통령은 대외안보정보원(국정원)을 직속기관으로 두고 있으면서, 검찰에서 떼어온 고위공직자를 전담 수사하는 공수처까지 직속 기구로 둔다면 정보기관과 수사기관이라는 칼을 양손에 쥐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형식상 외부의 간섭을 받지 않는 독립된 기구였던 검찰이 사실상 대통령 수중에 들어가는 셈이다. 제어받지 않는 권력이라며 집중견제의 대상으로 분류해왔던 검찰을 해체해 대신 대통령의 권력을 한 층 더 강화시켜주는 꼴이다. 제왕적 대통령제를 비판해왔던 현 정권이 오히려 더 대통령 권한을 키우는 건 누가봐도 '내로남불'이다.

간첩 수사까지 넘겨받아 비대해진 경찰을 제어하기 위해 자치경찰 확대와 함께 경찰위원회를 활성화를 내세웠지만, 위원회라는 존재가 그간 보여준 성향을 볼 때 진보 정권의 입맛에 맞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높다. 결국 대통령 권력의 폭주를 막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이번 개편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면서 스스로 자정을 이뤄내지 못하고, 사회 정의 수호라는 본연의 역할을 외면해온 검찰이 수사권 대부분을 잃게 된 것은 자업자득이다. 권력의 시녀라는 말을 들으며 정권의 입맛에 맞춰 수사권을 휘둘러온 검찰로서는 배신감에 몸을 떨겠지만 결국 주군에 의해 날개가 꺾일 운명이다. 검찰이 밉다고 그의 칼을 빼앗아 대통령 권력을 강화하는 건 더 문제다.

충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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