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타파는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을 미리 알았다고 볼 수밖에 없는 새로운 녹취록을 공개한다. 녹취록 속에서 김건희 여사는 1차 작전 때 사들인 물량에 부담을 느끼며 증권사 직원에게 계속 매도를 요구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보름 뒤 2차 작전이 시작되자 김건희 여사는 주식을 집중 매수했는데, 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이같은 거래 패턴의 급격한 변화를 주가조작을 사전 인지한 정황으로 인정해 유죄를 선고한 바 있다.
김건희 기소 여부 가를 '사전 인지' 여부
지난 9월 12일 도이치모터스 사건에 대한 2심 판결이 내려졌다. 권오수 회장 등 주범들에 대한 형량은 1심보다 높아졌고, 특히 김건희 여사와 비슷한 입장인 ‘전주’ 손 모 씨가 주가조작 방조 혐의로 유죄(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를 받았다.
방조 혐의란 범행을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이런 실행을 용이하게 하는 직,간접적 행위를 한 혐의를 말한다. 특히 2심 법원은 “방조범에서 정범의 고의는 범죄의 구체적 내용을 인식할 것을 요하는 것은 아니고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으로 족하다”는 판례를 인용했다.
김건희 여사 역시 주가조작을 사전에 알았다면, 특히 구체적 내용을 인식하지는 못했다 하더라도 ‘미필적 인식’ 또는 ‘예견’만이라도 갖고 있었다면 최소한 주가조작 방조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가 성립할 수 있다는 얘기다.
김건희 새 녹취록… 물량 부담에 ‘팔자’ 요구만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1차 작전 시기, 김건희 여사는 2010년 1월 한 달 사이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67만주, 17억 원 어치나 사들였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1차 작전 세력은 주가를 극적으로 끌어올리지는 못했다.
5개월이 지나도록 주가가 지지부진하자 김건희 여사는 주식을 처분하기 위해 노력했다. 뉴스타파가 새로 공개하는 녹취록에는 이 시기 김건희 여사가 느꼈던 ‘물량 부담’이 생생히 드러나 있다. 2010년 6월 말부터 10월 초 사이 김건희 여사가 대신증권 직원과 통화한 내용이다.
김건희 : 여보세요
대신증권 담당자 : 예 교수님 전데요, 일단 오늘 2,900원에 2만주만 처리됐어요.
김건희 : 2,900원에요?대신증권 담당자 : 예 예 2만 주만 팔았어요
김건희 : 아 그럼 송금은 얼마가 들어온 거죠?
대신증권 담당자 : 그러면 이제 오늘 2만 주 팔고 어저께 8천 몇 개 팔고. 지금 8천, 8,100만 원 정도 있어요 지금.
김건희 : 아, 예 알겠습니다. 내일 또 그렇게 팔아주세요
- 2010.6.29 통화 녹취록. 이날 김건희는 2만주를 매도했다.
대신증권 담당자 : 오늘 일단 2,900원에 5만 개 팔았어요, 5만개
김건희 : 5만 주요?
대신증권 담당자 : 예.
김건희 : 아 그래서 얼마 남았어요, 인제요?대신증권 담당자 지금 이제 55만개 남았죠. 오늘은 이 정도만 팔아볼게요.
- 2010.6.30 통화 녹취록. 이날 김건희는 5만주를 매도했다.
대신증권 담당자 : 인제 보합에 끝났어요. 3,095원에 끝나가지고.. (중략) 이거 뭐 모양, 움직이는 모양은 뭐 내일도 뭐 3,100원 이상에서도 팔 수는 있을 것 같아요.
김건희 : 물량 많으니까 또 정리를 하려는 거죠.
대신증권 담당자 : 뭐 하여튼 3,100원 되면은 한 1,2만주 팔아볼게요. 그냥, 먼저 팔고
- 2010.7.1 통화 녹취록. 이날은 매도가 없었다.
대신증권 담당자 : 일단 그래서 그 만 주, 3,050원에 정리했어요.2010년 6월 28일부터과 7월 12일사이 16만주 가량을 팔아치운 김건희는 2010년 10월 8일 무려 27만 주의 주식을 한꺼번에 매도한다.
김건희 : 3,050원이요?
대신증권 담당자 : 예, 오전에 2만 5천 주 2,920원에 정리하고 지금 만 주 3,050원에 만 주 정리했어요.
김건희 : 예 예 알겠습니다. 총 몇 주 남았죠?
대신증권 담당자 : 그러면은 어…48만 5천 주
- 2010.7.9 통화 녹취록. 이날 김건희는 3만 5천주를 매도했다.
김건희 : 일단 파는 게 좋을 것 같애, 그래도.이 시기 김건희 여사와 증권사 직원 사이의 녹취록에서 알 수 있는 건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때 사들인 도이치모터스 주식 물량에 부담을 느끼며 어떻게든 이걸 팔고 싶어했다는 사실이다. 그도 그럴 것이 김건희 여사가 1차 작전 때 순매수한 주식은 57만여 주, 작전 시작 전부터 갖고 있던 주식을 합하면 69만 주나 됐기 때문이다. 별다른 호재나 ‘작전’이 없다면 계속 들고 있기에 부담스러운 물량이다.
대신증권 담당자 : 그러더라도?
김건희 : 조금 일부 팔고..
대신증권 담당자 : 예
김건희 : 많으니까, 물량이
(중략)
김건희 : 더 팔 수는 없죠. 아직 좀 둘까요?
대신증권 담당자 : 아직 다 파는 건 조금 리스크가 있어요.뭐 어쨌든 FTA 체결하고 좀 메리트는 있으니까 한 번 나머지 한 번 지켜보죠.
김건희 : 예 예 알겠습니다.
대신증권 담당자 : 일단 부담은 많이 덜어놨으니까
- 2010.10.8 통화 녹취록. 이날 김건희는 27만주를 매도했다.
그렇게 팔자더니… 2차 작전 시작되자 ‘풀매수’
이렇듯 1차 작전 때 확보한 도이치 모터스 주식 물량에 부담을 느끼고 증권사 담당자에게 계속 매도를 요구했던 김건희 여사, 그러나 불과 보름 뒤 2차 작전이 시작되자마자 엄청난 기세로 주식을 사들인다.
2심 판사가 2차 작전의 시작일로 못박은 건 2010년 10월 21일인데, 김건희는 이로부터 정확히 일주일 뒤인 10월 28일부터 다시 도이치모터스 주식을 ‘풀매수’ 하기 시작한다.
10월 28일 1억 6천 7백여만 원, 10월 29일 3천만 원 가량 등 이틀 동안 2억 원 어치를 샀다. 주말을 쉬고 월요일 장이 열리자마자 다시 매수 랠리를 시작한다. 11월 1일 1억 8천여만 원, 11월 2일 8천 4백여만 원, 11월 3일 3억 2천여만 원, 11월 4일 3억 8천여만 원 등 6거래일 연속 매수를 하며 무려 33만 4천 9백주, 11억 7천 2백만 원 어치를 샀다.
이후에도 다시 11월 9일부터 매수를 시작해 11월 18일까지 불과 3주 사이에 16억 원 어치의 주식을 사들인다. 1차 작전 후반 조바심을 내며 팔았던 주식 수량 만큼을 고스란히 다시 사들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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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건희 여사의 이같은 갑작스러운 집중 매수를 주가 조작에 대한 사전 인지 정황으로 볼 수 있을까.
과거 법원이 판결을 내렸던 유사한 사건이 있다. (서울중앙지법 2013고합1271) 이 사건의 피고인은 주식 거래를 해본 경험이 없다가 갑자기 주가 조작 종목 주식 6억 원 어치를 사들였다. 김건희 여사가 권오수 회장과 오랜 친분을 가졌던 것처럼 피고인은 주가조작 종목의 회사 대표와 친분을 갖고 있었다. 이 피고인은 김건희 여사처럼 자신이 독자적으로 판단해 주문을 한 것 뿐이라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공범들 중 누구도 피고인과 시세 조종을 공모했다고 진술하지 않았다는 것도 김건희 여사와 같다.
법원은 어떤 판결을 내렸을까.
“피고인은 자신이 왜 이와 같이 갑작스럽게 거금을 들여 주식을 집중적으로 매수하기 시작하게 되었는지에 관하여 합리적인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중략)...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세조종에 공모 가담하였다면 위와 같은 피고인의 주식 매수 모습은 쉽게 납득이 된다.1심 법원은 이 피고인에게 징역 2년 6월, 집행 유예 4년의 형을 선고했다.
(중략) 피고인이 공모하였음을 인정하는 다른 공범자들의 진술이 없다고 하더라도…(중략)... 피고인이 이 사건 시세조종에 공모가담하였음을 인정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 서울중앙지법 2013고합1271 판결문 중
거래 패턴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유죄의 근거로 보는 판례는 또 있다. 서울남부지법 2018고합258 사건에서, 피고인 중 하나는 주가조작 사건 주범의 고교 동창이었다. 판결문에 따르면 그는 “다른 종목도 매수 매도하는 거래패턴을 보이다가 시세조종 기간에 근접한 시기부터는 집중적으로 이 사건 회사 주식만 거래”했다.
이 피고인은 김건희 여사처럼 시세조종성 주문과 통정매매에도 관여했다. “피고인과 다른 공동피고인들이 이 사건 회사 주식을 거래하면서 반복적으로 시세조종성 주문을 유사하게 제출하고 통정매매 역시 짧게는 수 초, 길게는 5분 이내로 체결된 바,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보기 어렵다.”
결국 법원은 피고인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의 유죄 선고를 내렸다. “다른 공범자들의 진술이 없다고 하더라도 (중략) 피고인들이 이 사건 번행을 공모하였음을 인정하는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법원, 주가 떨어지자 화낸 ‘전주’에게 “자기 책임하에 투자한 사람 태도 아냐”
김건희 여사가 2차 작전 시작 시점에 집중매수한 주식은 어떻게 됐을까. 김건희 여사의 집중 매수 두 달 뒤 주가는 급등했고 김건희 여사는 집중매수한 주식을 모두 팔아 6억 9천만 원의 수익을 봤다. 40%가 넘는 수익률이다.
그런데 당시 주가조작 세력끼리 주고 받은 문자 메시지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는 자신의 주식을 “먹은 것도 없는데 팔았다”며 화를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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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고인 손00은 도이치모터스 주가가 하락하고 자신이 이자부담으로 힘든 상황에 놓이자 피고인 김00을 심하게 탓했는데, 이러한 언행은 단순히 종목 추천을 받아 자기 책임 하에 투자한 사람의 태도라고 할 수 없다”
과거의 판례를 보더라도, 그리고 이번 2심 판결을 보더라도, 물량 부담을 호소했던
김건희 여사의 급격한 주식 매수와 수익을 본 뒤의 태도는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판단할 수 있는 중요한 정황이다.
이번 주 <주간 뉴스타파>는 이같은 집중 매수 정황을 포함해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을 사전에 인지했다고 볼 수 있는 근거 5가지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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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타파 심인보 inbo@newstapa.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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