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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김관웅의 부동산 제대로 읽기] 중개업자들 "자전거래? 소설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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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오르면 집주인만 좋아..실거래량 외려 감소해 불리
중개업소 현실과 동떨어져 ..정부 최고강도 단속 '억울'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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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최근 서울지역 집값 폭등세의 원인을 부동산 중개업소의 불법행위 때문으로 지목하고 무기한 단속에 나선 가운데 현장에서는 "정부가 몰라도 너무 모른다"며 중개업자들의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11일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서울 강남 등 모든 부동산 과열지역을 대상으로 합동단속반을 구성해 무기한으로 최고 강도의 단속을 할 것"이라고 밝히면서 연일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중개업소들이 업.다운계약서, 투기수요 조장, 자전거래(쌍방 거래가 아닌 혼자서 정상적인 거래가 일어난 것처럼 꾸미는 것) 등을 통해 서울 강남 등 과열지역에서 집값 급등세를 조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자전거래 한다고?.. 완전히 소설쓰네요"

특히 얼마전 일부 언론에서 중개업소들이 일부 작전세력과 짜고 자전거래까지 동원해 집값을 올리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 중개업소는 "완전히 소설을 쓰고 있다"는 표현까지 쓰며 격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주식용어인 자전거래는 거래량을 부풀리기 위해 혼자서 매도와 매수 주문을 내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일부 언론은 "서울 강남권에서 중개업소 관계자나 작전세력이 해당지역 아파트 실거래가를 높이기 위해 혼자 계약서를 쓰고 실거래가 신고를 한 뒤 계약서를 파기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그렇다면 중개업소가 아파트 값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래를 하고 있다는게 사실일까. 중개업소 종사자들은 "말도 안된다"며 하나같이 펄쩍뛰고 있다.

서울 강남구 한티역 인근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집값이 오르면 집주인만 좋지, 중개업자는 오히려 거래를 못한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거래에 합의해 계약서를 쓰려다가 실거래가가 높게 뜨면 매도자가 호가를 더 올리거나 아예 매물을 회수하기 때문에 거래가 무산된다. 심지어는 계약금을 두배로 돌려주고 계약을 파기하는 경우도 생기는데 중개업자가 자전거래를 하면서 집값을 높인다는 것은 말도 안된다"며 어이없어 했다.

실제 바로 옆에서 근무하는 다른 관계자는 "좀전에 집주인이 계약에 합의해놓고 갑자기 안판다고 그러네요"라며 짜증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집주인이 두시간전에 계좌번호를 주기로 해놓고 연락이 잘 안되더니 좀 전에 없던일로 하겠다며 전화가 온 것이다. 그 관계자는 "집값이 계속 오르면 중개업소는 몸만 바쁘지 매매 계약서는 거의 못써요"라며 한숨을 쉬었다.

■"거래 성사시키기 위해 실거래 신고 늦추는 판인데…."

일부 언론의 지적과는 완전히 반대 상황인 것이다. 오히려 중개업자들은 거래가 성사되도 실거래가 신고를 늦추고 있다. 집값 오름세를 최대한 늦게 반영해 거래를 한 건이라도 더 성사시키기 위해서다.

서울 삼성동의 한 중개업소 관계자는 "최근 거래가격이 하루가 다르게 계속 오르고 있는데 오른 가격을 바로바로 신고하면 호가가 계속 오르기 때문에 거래를 시킬수가 없다. 최대한 늦춰 신고해야 실제 시세를 모르는 집주인들이 오르기 전 가격으로 내놓고 이렇게 해야 거래가 빨리 이뤄지기 때문이다. 중개업소들은 시세보다 오른 가격에 거래가 이뤄지면 서로 쉬쉬한다. 여기 뿐만 아니라 다른 중개업소도 다 마찬가지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중개업소 현실은 완전히 반대인데도 정부와 일부 언론의 여론몰이에 애꿎게 중개업소만 '마녀사냥' 당하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단속에 일시적으로 문을 닫았다는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인근 중개업소 한 관계자는 전화 연결을 통해 "계약서를 쓰려하면 매도자가 도망가고 하더니 이젠 아예 매물이 단 하나도 없어요. 매수자만 줄서 대기할 뿐이예요. 매매거래는 이제 끝났고 전월세 거래밖에 없는데 이렇게 대대적으로 단속까지 나서니 참 억울하기만 하네요"라고 말했다.

kwkim@fnnews.com 김관웅 부동산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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