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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트럼프 “예쁜 한국 숙녀” 발언 꼬집어 ‘트위터 스타’ 된 한국계 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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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트럼프, 지난 가을 한국계 여성 직원에게 인종·성차별적 질문

“어디서 왔느냐…예쁜 한국 숙녀, 왜 대북 협상 나서지 않냐”

한국계 게리 리, 트위터에 오바마와의 일화 소개하며 꼬집어

<워싱턴포스트>, “오바마에 대한 존경심이 트럼프 ‘허세’ 눌렀다”



한겨레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과 게리 리가 악수하는 사진. 게리 리 트위터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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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계속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반이민’ 정책과 인종차별적 발언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평범한 한국계 미국인 남성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수많은 미국인들에게 공감을 얻고 있다. <워싱턴 포스트>는 14일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존경심이 담긴 한 남성의 첫번째 트위트가 트럼프 대통령의 ‘허세’ 트위트보다 어떻게 더 유명해졌을까”란 기사를 통해 오바마 전 행정부에서 일했던 게리 리를 소개했다. 게리 리는 전날 트위터에 오바마 전 대통령과의 일화를 올려 하루만에 ‘에스엔에스 스타’가 됐다.

2011년까지 백악관 비서실 보조 직원으로 일했던 그는 백악관을 떠나던 날을 떠올리며 트위트 14개를 올렸다. 그는 “내가 떠나던 날 오바마 전 대통령은 한국어로 “안녕하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며 “다른 동료와 만나 일화를 전했더니, 그는 눈물을 흘렸다. 이유를 묻자 ‘첫번째 아프리카계 미국인 대통령이 네 부모님 언어로 인사를 했다는 사실은 믿을 수가 없는 (놀라운) 일”이라고 말하더라. 그 때 나도 함께 울었다”고 했다. 리는 오바마 전 대통령과 찍은 사진이 “운좋게도 남아있다”며 함께 공개했다. 사진 속 오바마 전 대통령과 게리는 아주 환하게 웃으며 악수하고 있다.

리는 또 “난 정부에서 일하고 싶었지만 정치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단지 2007년 시카고에 있는 오바마 캠프에 이력서를 보냈고, 졸업 2주 전 전화를 받고 캠프에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다. 그게 내가 대통령을 위해 일할 수 있었던 이유”라며 어떤 편견도 갖지 않고, 자신에게 기회를 준 오바마 전 대통령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그가 갑자기 ‘화제의 인물’로 떠오른 건 트럼프 대통령의 중미·아프리카 국가들을 향한 ‘거지 소굴’(shithole) 발언과 함께, 한국계 여성을 “예쁜 한국 숙녀”(pretty korean lady)라고 언급했던 사건이 알려지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가을 파키스탄에 장기 억류된 미국인의 석방 문제를 보고하는 자리에서 정보기관에서 일하는 한국계 여성 직원에게 어디에서 왔냐고 물었고, 여성이 “뉴욕”이라고 대답하자 “당신 사람들(your people)이 어디서 왔느냐”고 재차 질문했다. 여성은 부모님이 한국 출신이라고 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방 안에 있던 다른 직원에게 “왜 이렇게 예쁜 한국 숙녀가 왜 행정부를 위해 대북 협상을 하지 않는 것이냐”고 물었다고 <엔비시>(NBC) 방송이 지난 12일 보도했다.

게리 리는 문제가 된 트럼프 대통령의 “어디 출신이냐”는 언짢은 물음에 대해 “아시아계 미국인들이 두려워하는 질문”이라면서 “우리 어머니는 18살 때, 아버지는 26살 때 정규직과 아르바이트 자리를 전전하면서 일했고, 작은 사업체를 열었다. 한번은 단 20달러만을 가지고 있었던 적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리는 “그분들은 절대 갖지 못했던 기회를 아들들에게 주었고 셀 수 없을만큼 희생했다. 그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원하는 것을 성취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또 “부모님은 장남이 백악관에서 일하리라고 상상해본 적이 없었다. 어떤 다른 나라에서 이런 일이 가능할까. 어떤 다른 나라에서 당신이 그런 꿈을 꾸도록 허락할까”라며 “이렇게 아름다운, 믿을 수 없는 이민자들의 국가가 미국”이라고 적었다. <워싱턴 포스트>는 “리의 트위트는 다른 문화도 존중하는 ‘다른’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를 소개해 누리꾼 14만2천여명에게 호응을 얻었다. 이제 사람들은 게리 리가 누구인지 안다”고 적었다.

김미나 기자 min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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