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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글로벌포커스] 4차 산업혁명 시대의 기업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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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미국의 실물경제를 나타내는 지표 중 하나는 연말 소비자 쇼핑이다. 실제로 연말 약 4주 동안 1년 매출의 30%가 이뤄진다. 작년에 미국은 호황이었고, 소비자들은 작년보다 4.9% 증가한 640조원의 쇼핑을 했다.

이런 호황에도 미국의 가장 큰 유통체인 중 하나인 시어스가 100개 지점을 2018년에 닫겠다고 결정했다. 이미 많은 인원을 감원한 메이시스 백화점은 5000명을 더 줄이기로 했다. 경제공황 등 산전수전을 넘긴 전통 있는 회사들의 위기는 큰 뉴스가 됐다.

이들이 패자라면 승자인 회사가 있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아마존이다. 아마존은 미국 전체 온라인 유통의 50%를 차지하며, 진출하는 모든 산업을 바꾸는 위력을 보이고 있다. 이미 클라우드컴퓨팅, 인공지능, 영화 제작 등에서 선두주자 중 하나가 되었으며, 작년에 인수한 홀푸드마켓을 기반으로 식료품, 약국, 뷰티 산업 진출을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다. 무한 경쟁인 미국 시장에서 10여 개 산업의 생태계를 바꿀 수 있는 능력은 역사에 거의 전무후무하다.

당연히 '아마존은 왜 잘하는 것일까'라는 질문을 안 할 수가 없다. '로봇으로 물류를 하기 때문'이라거나 '8000만 고정 고객인 프라임 멤버에게서 매출을 만든다' 혹은 '알고리즘을 이용한 가격 정책을 잘 쓰기 때문이다' 등의 많은 설명이 있다.

그러나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아마존의 기업문화다. 아마존 리더십 중에 중요한 원칙은 '리더는 옳다, 많이(Leaders are right, a lot)'다. 놀랍게도 이 원칙은 상사가 항상 옳다는 말이 아니다. 이 원칙은 상사들이 경험이 많고 결정력은 좋지만, 항상 옳지는 않기 때문에 반대되는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여야 하며, 상사 스스로 생각을 180도 바꿀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는 역설적인 의미다. 실제로 아마존의 회의에서 갓 졸업한 직원들이 고위 임원들에게 자기 의견을 자유롭게 이야기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이는 직원들의 다양한 시각과 능력에서 나온 의견을 의사결정하기 전에 모두 고려하기 위해서다. 이러한 원칙은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의사결정 체계에 들어맞는다.

다른 원칙 중 하나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실행주의, 즉 'Bias for action'이다. 빠르게 변하는 산업 스피드에 맞게 빠른 실행으로 옮기는 게 성장의 필요조건이 됐고, 빠른 실행에 따른 리스크와 '이유와 배움이 있는 실패'를 경영진이 인정해주는 기업문화가 구축됐다. 실제로 2~3년 차 직원이 드론 배달 등의 중요 혁신 프로젝트를 맡아 한다.

그리고 아마존의 인재 정책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최고의 인재를 뽑아 발전시켜라(Hire and Develop the Best)'와 '배우고 호기심을 가져라(Learn, and be curious)'는 원칙에 따라 아마존 경영진은 시키는 대로 잘하는 직원들보다는 '지금 부서에 없는 능력을 가진 직원'을 뽑고 성장시키자는 목표를 세우고 실행하고 있다. 데이터 중심의 경영 정책을 연구하는 교수들을 파격적인 대우로 스카우트하고 있으며, 다양한 능력을 가진 많은 인재들을 매년 뽑고 있다. 패스웨이나 RLD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신입 직원에게 다양한 임무를 부여하고 다년간 코칭과 투자를 하고 있다.

그러나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처음부터 완벽했던 것은 아니다. 실제로 2015년에 지나친 경쟁과 과도한 업무 부담이 비인간적인 기업을 만든다는 뉴욕타임스의 보도로 아마존의 기업문화가 도마에 올랐다.

그 후 최고경영자인 제프 베이조스가 보여준 조치는 아마존의 문화를 최고위급 리더부터 실행하고 있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베이조스는 전체 직원들에게 뉴욕타임스의 신랄한 비판 기사를 정독하라고 권유했다. 기사 내용을 부정하기보다는 오히려 대화와 성장의 기회로 삼고, 아마존에서 많은 변화를 이끌어냈다. 최고경영자 스스로 비판적인 의견으로부터 배움을 얻고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학습 능력과 경영 감수성을 발휘한 것이다. 이는 아마존이 왜 가장 빨리 진화하는 회사인지 보여주는 증거다.

[안현수 미시간대학교 경영대 석좌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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