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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셀트리온 빠지면 760"…코스닥 `불안한 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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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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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트리온 3형제가 이끄는 코스닥 상승세가 그야말로 '파죽지세'다. 매수 타이밍을 놓친 투자자 입장에선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할지 고민스럽다. 기존 투자자도 차익실현 시점을 판단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최근 코스닥시장은 달리는 호랑이 등에서 내리기 힘든 '기호지세(騎虎之勢)'의 형국이기 때문이다.

코스닥지수는 15일 전일 대비 2.13% 오른 891.61로 마감하며 900선에 바짝 다가섰다. 그러나 엄밀히 말해 최근 상승세는 셀트리온,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 3사가 주도한 장세다. 코스닥지수는 10여 년 만에 800선을 돌파한 지난 2일 이후 15일까지 9.7% 올랐다. 같은 기간 셀트리온은 54.9% 폭등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 상승률도 각각 44.1%, 74.9%에 달했다. 1월 들어 3사 평균 상승률이 58%에 이른다.

셀트리온 3사가 코스닥 전체 시가총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8월 만해도 9.5%에 불과했으나 지난해 말 15.6%로 높아진 데 이어 이날 21.4%로 높아졌다.

이는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우선주 포함)의 시총 비중(20.94%)보다도 높은 수치다. 6개월 만에 시총 비중이 두 배 이상 급증하면서 셀트리온 3사가 1269개 종목이 상장된 코스닥 전체를 좌지우지하는 모습이 연출되고 있다.

셀트리온 '3형제'를 제외하면 코스닥지수는 아직도 700선 초반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코스닥 상승은 셀트리온 3사 주가 급등에 따른 '착시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코스닥 부양책 효과가 3사에 편중됐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코스닥지수가 전일 대비 20.5포인트(2.41%) 상승해 873.1로 마감했던 지난 14일 셀트리온을 제외한 코스닥지수를 계산해 보니 760.6에 그쳤다.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등을 제외한 코스닥지수는 704.9까지 떨어졌다. 이는 지난해 11월 6일(703.79)과 비슷한 수준이다.

또 코스닥지수와 셀트리온 3사를 제외한 지수 간 격차는 지난해 9월 말 28.2포인트, 10월 말 44.6포인트, 11월 말 72.3포인트, 12월 말 94.3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올해 1월에는 168.1포인트까지 늘어났다. 투자자들 관심은 셀트리온 3사 상승세가 더 이어질지, 그리고 셀트리온이 다음달 중순께 코스피로 이전한 뒤 코스닥 흐름은 어떨지에 쏠린다. 전문가 사이에는 코스닥 활성화 정책에 따라 당분간 유동성 장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견이 우세했지만 다음달 셀트리온의 코스피 이전을 계기로 '속도조절'이 불가피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상헌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바이오주만 올랐다가 빠지는 경우가 최악의 케이스"라면서 "하지만 코스닥 정책이 이제 막 나왔다는 점에서 다른 종목으로 온기가 퍼질 가능성이 더 커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KRX300지수가 발표되면 코스닥 중형주도 수급이 개선될 것"이라며 "쏠림현상은 점차 완화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이진우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셀트리온이 이전 상장하고 나면 코스닥은 속도조절에 들어갈 것"이라며 "지금은 수급 개선보다 심리적 요인이 앞서나가고 있다. 방향성이 당장 바뀌지는 않겠지만 속도가 지금처럼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셀트리온 3사에 대한 제약 업종 애널리스트들의 시선도 아직 긍정적인 편이다.

서근희 KB증권 연구원은 "수급적인 요인으로 셀트리온이 오르고 있는데 한동안 이벤트가 이어질 수 있다"며 "셀트리온이 이전하면 (코스피를 추종하는) 패시브 자금이 새롭게 들어올 수 있고, 코스닥에 남는 셀트리온헬스케어 등도 KRX300지수에 포함되기 때문에 자금 유입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KRX300지수에 포함되는 코스닥 68개 종목 중 상당수가 제약·바이오 업체이기 때문에 상승 모멘텀은 둔화되더라도 급격한 하락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도 나온다. 강양구 현대차투자증권 연구원은 "고평가 논란도 있지만 한미약품, 녹십자 등 제약업체에 인허가 모멘텀이 있다"며 "셀트리온이 이전한 뒤에도 바이오주 랠리는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펀드 시장에서도 바이오 비중이 높은 상품 수익률만 질주하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이 높은 바이오 기업 위주로 투자하는 KODEX 코스닥150 레버리지 ETF는 이날 전일 대비 5.90%의 수익률을 찍었다. 12일 기준 1개월 수익률이 51.44%, 3개월 수익률은 115.37%에 달한다. 반면 같은 기간 중소형주 액티브 펀드 평균 수익률은 1개월 3.48%, 3개월 8.35%에 그치고 있다. 코스닥 살리기에 나선 정부 움직임이 바이오 기업 주가에 불을 붙이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 방침에 따라 주요 기관들은 코스닥 비중 늘리기에 일제히 나선 상황이다.

하지만 아직까지 코스닥 개별 종목에 대한 리서치가 부족해 코스닥 150 ETF 등 지수 상품 위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짜고 있다.

[신헌철 기자 / 홍장원 기자 / 박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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