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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8 (화)

대박 혹은 거품? 연내 줄잇는 신약임상 성적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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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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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제약사들이 짧게는 수년, 길게는 수십 년간 신약 연구개발(R&D)에 투자해온 성과가 올해부터 속속 가시화할 전망이다. 이제까지 국내 기업이 개발한 신약은 20개 남짓으로 많지 않지만 어렵게 탄생한 신약들도 좁은 내수 시장에서 판매되는 데 그쳤다. 그러나 최근 개발 중인 약들은 처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미국 유럽 등 전 세계 환자들을 대상으로 대규모 임상시험을 진행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은다.

1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미국 스펙트럼에 기술 수출한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롤론티스'의 글로벌 임상3상 중간 결과가 1분기에 나온다. 롤론티스는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 중 가장 먼저 글로벌 임상3상에 진입했다. 호중구감소증은 혈액암의 일종으로 백혈구 중 50% 이상을 차지하는 호중구가 갑자기 줄어드는 질병이다. 다국적 제약사 암젠의 '뉴포젠'이 오리지널 약으로 약 6조원에 달하는 전 세계 호중구감소증 치료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 롤론티스는 뉴포젠의 약효 지속 시간을 늘려주는 한미약품의 기반기술 '랩스커버리'를 적용해 '바이오베터'로 개발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바이오베터란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 효능이나 약효 지속 시간, 투여 방식 등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신약을 말한다.

올 2분기에는 한미약품이 미국 일라이릴리에 7800억원에 기술 수출한 면역질환 치료제 'HM71224'의 글로벌 임상2상 중간 결과가 발표된다. 하반기에는 존슨앤드존슨에 기술수출한 비만 신약 'HM12525A'의 미국 임상1b상(1상 후기) 결과가 나온다. 유한양행도 폐암 표적항암제 'YH25448' 개발에 올인한 상태다. 국내 임상에서 탁월한 약효와 안전성이 확인됨에 따라 연내 글로벌 임상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폐암은 국내에서 사망률이 가장 높은 암이다. 폐암에 걸린 사람이 5년 이상 생존할 확률(5년 상대 생존율)은 26.7%에 불과해 위암(75.4%), 대장암(76.3%) 등에 비해 현저히 떨어진다. 돌연변이 발생으로 더 이상 약효가 듣지 않는 폐암 환자들을 위해 개발된 3세대 폐암 신약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한미약품의 '올리타' 2개뿐이다.

유한양행이 개발하는 YH25448은 타그리소와 비교해 암이 뇌까지 전이된 환자들에게 더 우수한 항암 효과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경쟁 약물에 비해 부작용 위험이 적은 것도 강점이다.

유한양행 관계자는 "YH25448은 돌연변이가 없는 정상세포나 다른 단백질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고용량으로 투여하더라도 피부독성이나 설사 같은 부작용이 상대적으로 적다"고 설명했다.

대웅제약은 기존 '프로톤펌프 억제제(PPI)'를 대체할 약물로 기대를 받고 있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억제제(P-CAB)' 계열 차세대 항궤양제를 개발하고 있다. 지난해 5월 위식도 역류질환 환자 200명을 대상으로 임상2상을 시작했고 올 상반기 결과를 발표한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시험 첫날부터 신약이 PPI 대비 우수한 위산 분비 억제력을 보였다"며 "하루 1회 투여로 약효가 24시간 지속됨에 따라 그간 환자들을 괴롭혀온 야간 속쓰림 증상도 완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항궤양제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으로 2015년 기준 330억달러, 2021년에는 400억달러로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 시장도 9000억원 이상 규모인데 기존 PPI를 대체할 만한 차세대 신약이 아직 개발되지 않았다.

대웅제약은 하반기 임상3상 진입을 목표로 하고 있고 미국 일본 중국 등 해외 진출을 위해 다국적 제약사들과 논의 중이다. 종근당이 개발하는 먹는 류머티즘 관절염 치료제 'CKD-506'은 1분기 유럽 임상1상이 종료된다. 시중에 나와 있는 치료제와 달리 환자 면역력을 강화해 관절염을 치료한다. CKD-506은 관절염뿐만 아니라 염증성 장질환 등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에도 효과를 보여 종근당은 개발에 성공하면 시장성이 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면역항암제에 대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 중인 신라젠도 올해 8월께 신약 안전성과 종양 반응성 등을 담은 무용성 평가(Futility Interim Analysis) 결과를 발표한다. 무용성 평가는 개발 중인 신약이 치료제로서 가치가 있는지 없는지를 따져 임상 지속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이다.

[김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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