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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여성들, 술 못마시잖아"…스리랑카, 주류판매금지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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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년 넘은 '女주류 구매 금지법', 폐지 뒤 부활

종교계 불만에 흔들렸나…대통령 개혁 철회 발표

뉴스1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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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진 기자 = 스리랑카에서 60여년 만에 폐지됐던 여성의 주류 구매 금지법이 며칠 만에 다시 부활했다.

15일(현지시간) 인디아투데이 등에 따르면 마이트리팔라 시리세나 스리랑카 대통령은 여성의 주류 구매 금지법을 폐지하겠다고 지난주 밝힌 만갈라 사마라웨라 재무장관에게 폐지 결정을 철회하라고 명령했다.

대통령실은 구체적인 철회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채 "내일부터 장관의 명령은 백지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불교 국가인 스리랑카는 주류의 제조뿐 아니라 판매 및 구매까지도 엄격히 제한한다. 주류를 제조·판매하기 위해서는 별도의 자격이 필요하며, 판매는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만 가능하다. 제복을 입은 경찰과 군인도 주류를 살 수 없다.

여성의 주류 구매 금지법은 1955년부터 이어졌으나, 최근 정부의 양성 평등 노력으로 폐지가 결정됐다.

정부는 개혁안에 18세 이상인 여성의 주류 구매를 허용하고, 바와 같은 주류 판매점 및 제조점에서 여성이 근무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을 포함하려 했다. 주류 판매 시간을 오전 8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늘리는 방안도 개혁안에 담길 예정이었다.

여성들은 더 이상 식당과 같은 일부 허가 구역에서 술을 마시기 위해 정부의 승인을 받지 않아도 된다며 개혁안을 환영했다.

그러나 시리세나 대통령이 개혁을 철회하면서 여성의 주류 구입 금지 외에 주류 판매 시간도 줄어들게 됐다. 여성의 주류 판매점 및 제조점 근무 방안은 아직 철회가 확실하지 않다.

시리세나 대통령의 결정은 개혁에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행보로 풀이된다.

앞서 재무부의 개혁 발표는 종교계를 비롯한 일각의 비판을 샀다. 승려들은 개혁이 '가족 문화'를 파괴하고 여성들의 알코올 중독을 부를 것이라고 주장했고, 전국소비자보호운동 단체는 사마라웨라 장관이 음주를 조장한다며 대통령의 개입을 촉구하고 나섰다.

다만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개혁을 뒤엎으면서, 일각에서는 정부와 대통령의 파트너십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여성의 정치 참여를 외치는 시리세나 대통령이 양성 평등 개혁을 철회했다며 '위선'을 지적하는 글이 쇄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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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ho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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