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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靑 "경찰행정학과 출신 경찰대 편입학 검토"… 대학들 "학생 빼가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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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들 "경찰 순혈주의 혁파해야" 한목소리… 경찰대 폐지, 치안대학원 전환 제안

메트로신문사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14일 오후 춘추관 대브리핑실에서 현 정부의 국정원, 검찰, 경찰 등 권력기관 개혁 방안을 발표 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14일 일반대학 경찰행정학과 출신들의 경찰대 편입학 검토를 시사한데 대해 대학들은 '재학생들을 빼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현실성이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특히 일부에서는 현 정부가 지난해 대선 기간 중 경찰개혁의 일환으로 경찰대 폐지를 언급했었는데, 여기서 한참 후퇴한 방안이라며 경찰대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다.

동국대 경찰사법대학 곽대경 교수(홍보처장)는 15일 메트로신문과의 통화에서 "일반대학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경찰대 편입학이 가능하게 되면, 대학 입장에서는 학생들을 빼가는 것일 수 있다"면서 "순혈주의 배제는 필요하지만, 현 정부가 작년 선거 공약으로 경찰대 폐지를 얘기했던것과 비교하면 미봉책이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경찰행정학과 출신이 경찰대 편입학이 허용될 경우 일반대 2년을 수료하거나 졸업한 뒤 3학년으로 입학하는 유형이 유력하다. 이럴 경우 전적 일반대학의 경우 경찰대 편입학 준비를 위한 피더 스쿨(feeder school)로 전락할 우려도 제기된다.

곽 교수는 이어 "경찰 간부가 되고 싶어하는 지원자들은 충분히 많고, 더군다나 사법시험이 없어지면서 경찰 간부쪽으로 학생들이 몰려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경찰대를 폐지하고 전국 경찰행정학과 졸업자를 비롯한 많은 지원자들을 시험을 통해 경찰 간부로 등용하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대다수 대학들은 경찰 조직의 순혈주의 혁파의 필요성에는 한 목소리를 냈지만, 경찰대를 그대로 둔 채 편입학을 허용하는 것은 미봉책이고 현실성도 없다는 의견이 많다.

경찰대 출신인 계명대 경찰행정학과 이성용 교수는 일반 대학의 경찰대 편입학은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단언했다. 이 교수는 "순혈주의로 인한 부작용이 있으므로 어떤 방식으로든 문호를 개방하는 것은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면서 "그러나 (청와대가 내놓은) 해결방법이 약하다고 본다. 경찰행정학과 등 사립대에서 공부하고 경찰 간부후보생시험을 봐서 경위로 입직하는 제도와 아무런 차이가 없다. 경찰대에 가지 못한 학생들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모든 경찰이 순경에서 시작하는 영국과 미국 경찰과 비교하면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경찰대 입학해 4년을 공부하고 간부가 되는 건 후진적인 시스템"이라며 "민주화된 사회구조시스템에 맞게 경찰 간부 양성 시스템도 바꿔야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대 경찰행정학과 황의갑 교수는 장기적으로 경찰대가 치안대학원 형태로 가야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황 교수는 "하나의 대학에서 기수에 따라 연결되는 지금의 체제는 민주적인 형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다양한 루트와 출신을 허용하는 개혁방향은 올바르다"고 했다. 황 교수는 "장기적으로 경찰대는 대학원 중심으로 개편되어야 한다"면서 "현직 경찰을 재교육시켜 간부로 육성하는 치안대학원 형태로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일반대학 경찰행정학과 교수들은 경찰대 폐지가 되더라도 경찰연수원의 1년 과정의 경찰 간부교육으로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곽대경 교수는 "80년대처럼 (경찰대에)예산을 서서 경찰 간부를 양성하는 것은 불필요하다"면서 "경찰 간부가 되고자 하는 수요가 많은 만큼 우리나라 인적자원 효율화 측면에서도 (경찰대 폐지에 대한) 중장기적인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대도 자체 TF팀을 만들어 경찰대 개혁 의지를 보이고 있다. 경찰대는 지난해 12월 송원영 총경을 팀장으로 하는 경찰대 개혁TF팀을 구성하기로 했다. 경정 이하 4명으로 구성되는 팀은 오는 24일께 확정될 예정이다.

송원영 경찰대 개혁TF팀장은 "TF팀 의제는 경찰대 순혈주의만 한정하지 않는다"면서 "경찰대가 설립 40년 가까이 됐고, 시대도 많이 바뀐만큼 경찰대를 다시 점검하고 필요한 부분에 대해서는 개혁안을 마련해 개선토록 하자는 취지"라고 말했다.

한편 전국 4년제 일반대학의 경찰행정학과는 동국대를 비롯해 용인대, 경기대, 순천향대, 조선대, 우석대, 계명대, 대구대, 동서대 등 전국 약 28개 대학이 운영하고 있으며, 입학 지원자들이 많아 대다수 대학내 상위권 입학 경쟁률을 보이고 있다.

한용수 기자 hys@metroseou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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