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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9 (수)

[이야기 책세상] ‘인공지능과 디자이너’는 공존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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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이 대두되면서 기술이 인간의 직업을 바꿔놓을 것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앞으로 생겨날 직업과 사라질 직업이 무엇인지를 분석하는 작업도 계속 논의되고 있다. 그렇다면 패션 디자이너처럼 흔히 창의적인 영역이라고 말하는 직업은 어떻게 변하게 될까. 인공지능이 디자인까지 대신하면서 패션 디자이너들을 밀어내는 시대가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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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디자인 같은 창의적인 영역이 어떻게 바뀔 것인지도 커다란 관심사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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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 디자인은 창의력으로만 이루어지는 경우도 많지만, 실은 40%는 데이터에 의해 만들어지고 40%는 트렌드에 의해 만들어진다고 한다. 나머지 20%만이 순수한 디자이너의 창의력이다. 하지만 이 20%가 결정적인 차이를 만든다.

예를 들어 요즘 가장 큰 패션 트렌드는 워크웨어(Work Wear)다. 워크웨어는 거친 작업복에서 힌트를 얻은 옷들로, 패션업계 종사자라면 모두가 아는 대세적인 흐름이다. 하지만 이 트렌드를 안다고 잘 팔리는 옷을 디자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어느 수위로 적용할 것인지는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브랜드마다 포지션이 다르고, 지향점이 다르다. 워크웨어는 명품에서도 쓰고, 중저가 캐주얼 브랜드에서도 쓰고, 아동복에서도 쓰고 있다. 하지만 그것을 자신의 브랜드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지, 소비자에게 어떻게 제안할 것인지는 분석과 기획, 창의의 영역이다. 바꾸어 말하면 창의적인 사람이 결정해야 할 영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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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지능의 발전은 인간을 더 창의적인 업무에 몰두할 수 있게 할지도 모른다.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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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인간 디자이너와 인공지능 간의 새로운 업무분담이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이때 인공지능은 데이터를 제공하게 된다. 워크웨어라는 트렌드는 포괄적이지만 어느 부분에 어떤 디테일과 어떤 컬러를 적용할지, 기존에 잘 팔리던 제품과의 관계를 어떻게 정립하고 고객의 선호도와 더 나아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와 방향성을 매칭할 것인지는 디자이너가 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는 당연히 수많은 데이터가 필요하다. 인간은 인공지능을 이런 데이터를 제공하는 인프라로 활용할 수 있다.

현재 디자이너들은 창의적인 업무보다 비창의적인 업무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하며 일하고 있다. 앞으로 기계가 부가가치가 낮은 업무를 대신하고, 수많은 디자인 조합을 제안하고, 고도의 분석과 사안의 핵심, 통찰마저 제공할 수 있다면 디자이너는 좀 더 부가가치가 높은 창의적인 일에 몰두할 수가 있다.

사소한 행정 업무나 조사·분석 업무, 작업지시서 작성 등을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상당 부분 대신하고, 디자이너들이 창의적인 업무에 더 시간을 할애할 수 있다면 4차 산업혁명은 위협이 아니라 기회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인공지능은 인간 디자이너에게 업무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발전할 것이라는 낙관론도 그래서 가능해진다.

[MK스타일 김석일 기자 / 도움말 : 장재준, 황온경, 황원규 (‘4차 산업혁명, 나는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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