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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10 (목)

‘가상화폐’ 콘셉트 日 걸그룹 화제…“가즈아! 지금이 기회” 가사도 ‘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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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사진=가상통화 소녀 공식 홈페이지


“고점에 사들였다간 지옥이야. 개미들은 크게 데이고 말 거야”
“가즈아! 지금이 기회라고 우쭐대지 마. 추가매수는 안 돼! 폭락이 올 테니까”

지난 12일 데뷔한 일본의 걸그룹 ‘가소쓰카 쇼죠(假想通貨 少女·가상통화 소녀)’의 데뷔곡 ‘달과 가상통화와 나’ 노랫말 중 일부다. 이 밖에도 가상화폐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이들이라면 이해하고 공감할 만한 아래와 같은 가사가 눈길을 모은다.

“후회 말고 코인을 손에 넣자! 좋아, 가즈아~! 넴! 네오! 모나! 카르다노! 리플! 이더!”
“기다리고 기다리던 입금 계좌를 개설, 생각보다도 송금이 쉬워서 벌벌 떨었네”
“채굴하자! 열심히 캐도 전기세가 들지”
“신규 ICO(Initial Coin Offering·가상화폐공개), 전혀 연락이 없어, 사기는 조심”
“패스워드 조심, 같은 걸 쓰지 마! 초조해 하지 마! 침착하게! 보안에 최선을 다 하자!”

가상통화 소녀는 일본의 연예기획사 신데렐라 아카데미 소속 아이돌 그룹 ‘별자리 백경’의 유닛이다. 일본에서도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상화폐를 콘셉트로 한 걸그룹이다. 멤버는 8명으로, 멤버들의 나이는 15세~22세다(이 중 멤버 두 명은 나이를 밝히지 않았다). ▲비트코인 캐시 ▲비트코인 ▲이더리움 ▲네오 ▲모나 ▲카르다노(에이다) ▲넴 ▲리플 등 각자 ‘담당’하고 있는 가상화폐가 있다.

‘비트코인 캐시’를 담당하는 리더 나루세 라라는 공식 트위터와 홈페이지를 통해 “가상화폐를 테마로 한 아이돌 유닛이다. 우리는 투기와 투자를 부추기지 않는다. 많은 가상화폐 중에서 미래가 있는 화폐를 엄선, 올바른 지식을 엔터테인먼트 형태로 전하는 아이돌”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가상통화 소녀 측은 공식 홈페이지에서 “가상 화폐 업계는 ‘머니 게임’화 되어 가고 있다. 욕심이 앞서는 가운데 사람들은 가상 화폐의 기술과 잠재력을 무시하고 있는 것 같다. 이대로 가다간 어디선가 폭락이 일어나 큰 손해를 입는 사람이 늘어나고, 세상을 변화시키는 기술이 모처럼 탄생했다가 도태될 가능성이 있다”며 “가상화폐가 단순한 투기의 수단이 아닌 밝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기술이라는 것을 알리고 싶다”고 전했다.

동아일보

사진=가상통화 소녀 공식 트위터


가상통화 소녀는 지난 12일 도쿄 지요다구 간다의 한 라이브홀에서 데뷔 무대에 올랐다. 공연 입장료와 관련 물품은 비트코인과 이더리움 등 가상화폐로만 구입이 가능했다. 이날 멤버들은 무대 위에서 데뷔곡 ‘달과 가상화폐와 나’를 포함해 3곡을 선보였으며, 자신이 담당하고 있는 가상화폐에 대해 소개했다. 영상은 당일 유튜브에도 올라왔다. 앞서 7일 유튜브를 통해 음원과 가사를 미리 공개했는데, 이는 현재까지 조회수 5만 건을 기록했다.

15일 비즈니스 인사이더 일본판에 따르면 TBS, TV아사히 등 일본 주요 언론 말고도 로이터, 파이낸셜 타임즈, AFP 통신 등 외신이 이날 이들의 데뷔무대에 주목해 관련 보도를 전했다. 세계에서 가상화폐를 둘러싼 열기가 뜨거운 가운데, ‘최초의 가상화폐 걸그룹’이라는 화제성 때문이다.

미국 비즈니스 인사이더는 “이 그룹은 아주 묘한 콘셉트다. 아직 많은 사람이 가상화폐에 대해 경계심을 품고 있는 가운데, 10대 소녀들이 가상화폐에 대해 노래하는 모습은 많은 이들의 친밀감을 유도한다”고 전했다.

유명한 컴퓨터 프로그래머이자 백신 회사 맥아피사를 설립한 존 맥아피도 트위터에 관련 보도를 소개하며 “가상 화폐는 일본에서 이미 대세다. 난 이미 6개월 전에 (가상 화폐에) 음악적 요소가 더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영국 파이낸셜 타임즈는 “세계의 가상화폐 현상을 이해하려면 일본을 주시해야 한다. 비트코인 거래의 40%는 엔화에 의한 것이라는 자료가 있다. 게다가 중국이나 한국 등에서 가상화폐 규제가 이뤄지고 있는 반면, 일본은 가상화폐에 대해 개방적인 정책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고 보도했다.

가상통화 소녀 공식 웹사이트 접속자 중 40%는 외국인이다. 접속 국가는 미국·영국·호주·중국 등 다양하지만 일본 외에서 가장 많은 국가는 바로 한국. 지난 13일 기준으로 사이트 전체 접속자 중 10%를 차지하고 있다고 한다.

박예슬 동아닷컴 기자 ys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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