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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11 (월)

노인 인구 1000만 시대… 어디서, 어떻게 살아야 행복할까 [노후, 어디서 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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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령 사회, 요양시설 선택하려면

국내 노인 복지시설 수 급격하게 증가… 양로원-병원 등 국가 보조금으로 운영

실버타운은 전액 자기부담 맞춤 단지

미국-일본은 지역 단위로 주거복지… 정부, 도심 시니어 레지던스 늘리기로

동아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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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편 모 씨는 최근 치매에 걸린 아버지를 요양원에 모셨다.

어디에서도 ‘좋은 요양원’에 관한 정보를 찾을 수 없어 한참 고생할 수밖에 없었다. 인터넷 검색을 해도 요양원 홍보 자료 이상의 정보를 찾기 어려웠다. 주변 사람들에게 물어봐도 저마다 경험한 내용과 거주 지역이 달라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결국 인근 요양원 몇 곳을 직접 방문한 끝에 아버지를 모실 곳을 찾을 수 있었다. 편 씨는 “아버지가 여생을 보낼 수도 있는 곳을 결정하는 것이라 쉽지 않았다”며 “운동시설과 활동 프로그램, 식단, 함께 지낼 어르신까지 확인해야 할 것이 너무나 많았다”고 토로했다.

편 씨의 고민은 이제 특정 연령대의 문제가 아니라 전 국민의 고민이 됐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65세 이상 주민등록인구가 1000만62명으로 전체 주민등록인구(5126만9012명)의 19.51%를 차지했다. 국내 노인 인구가 1000만 명을 넘어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제 국민 5명 중 1명이 노인이 됐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7% 이상인 경우 고령화사회, 14% 이상은 고령사회, 20% 이상은 초고령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2025년 고령화율이 20%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되며 2050년에는 국민의 40%가 65세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나이가 들고 아플 때 갈 수 있는 요양원, 어르신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시니어 주거시설을 찾는 것이 모두에게 닥친 시급한 문제가 된 것이다.

실제 인구 고령화에 맞춰 노인 복지시설은 급증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노인 복지시설 수는 9만3056곳으로 4년 만에 17.2%, 1만3674곳이 늘어났다. 하지만 정작 내가 어떤 곳에 들어갈 수 있을지, 우리 부모님을 어디로 모시면 좋을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많지 않다. 그만큼 본인과 보호자의 고민이 더 깊어질 수밖에 없다.

그렇다고 아무 곳이나 입소하기도 어렵다. 노년기 주거 환경은 건강과 직결된다. 더욱이 최근 우리 사회에는 젊었을 때만큼 활발하게 활동하는 시니어가 많아졌다. 누구나 자신이 살고 있는 집에서 여생을 마무리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하지만 건강 상태나 개인 상황 등에 따라 여생을 마무리하는 곳이 병원이나 요양원 또는 다른 곳이 될 수 있다. 그 판단 정보가 어느 때보다 중요해진 시점이다.

미국, 일본 등 우리보다 일찍 고령화를 경험하고 있는 나라는 이미 고령층의 행복한 주거를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이들 국가의 공통점은 시니어 주거 지원 시설이 지역 기반이란 점이다. 노인을 위한 장기요양 체제가 ‘동네’ 단위의 독립성을 갖추고 있다. 일례로 미국 애리조나주 선시티는 8000만 평(2억6446만 ㎡) 이상의 대규모 대지에 비영리단체가 운영하는 종합병원 등의 공공시설을 중심으로 55세 이상의 노인이 입주 가능한 1만3500개의 주거 홈이 전원도시를 이루고 있다.

일본은 지역 기반의 생활 지원 서비스가 작동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관광객이 줄면서 도산한 호텔을 고령자를 위한 주거 공간으로 탈바꿈시킨 예가 있다. 일본 도쿄 에도가와구에 있는 고토엔에는 유치원과 노인 주거시설이 함께 있어 세대 간 상호 도움을 주고 저출산·고령화 사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도 했다. 이런 모범 사례를 한국이 본받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의 시니어 주거 사업은 크게 장기요양급여로 보조금을 받을 수 있는 양로원, 장기요양시설, 요양병원과 전액 자기 부담인 실버타운으로 구분된다. 실버타운은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는 노년층을 위한 맞춤형 단지로 건강과 여가, 문화와 식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복합 주거 시설이다. 법적 용어로는 유료요양시설 혹은 노인복지주택으로 불린다.

올 7월 정부는 ‘시니어 레지던스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시니어 레지던스를 대폭 확대하기 위해 도심 내 유휴 시설과 유휴 국유지를 시니어 레지던스로 조성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고령자 복지 주택을 해마다 3000가구씩 공급하고 중산층 고령자까지 공급 확대와 유주택 고령층도 입주가 가능한 실버스테이 시범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정부가 지원하는 각 요양원 서비스의 수준은 일단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평가위원을 구성해 3년에 한 번씩 진행하는 정기 평가 등급(A∼E)으로 확인할 수 있다. 개별 요양원이 어떤 등급을 받았는지는 국민건강보험공단 누리집 ‘장기요양기관 찾기’에서 급여 종류를 ‘노인요양시설’로 설정해 검색하면 알 수 있다.

노후에 어디서, 누구와, 무엇을 하면서 살지는 모두에게 중요한 문제다. 헬스동아는 전국에 있는 A 등급 이상의 요양원, 국내 유수의 실버타운 등을 독자를 대신해 찾아가 확인하는 ‘노후, 어디서 살까’ 시리즈를 시작한다.

국내 유일 요양원-병원-주야간보호센터 통합 운영

서울 구로구 ‘미소들의료재단’
센터에 환자보다 돌봄 인력 더 많아… 다양한 회복 활동 지원 ‘유치원’ 운영
건물 내 요양병원에 주치의 상주… 183명 의료진이 양한방 협진
환자 욕창 관리에도 각별한 노력




《우리 부모님이, 아니면 내가 나이가 들어 아프면 어떤 요양시설로 가야 할까. 노인 인구 1000만 명(올해 7월 기준) 시대 대한민국 성인 모두가 가진 고민이지만 아직까지 뚜렷한 길잡이가 없는 것이 사실이다. 헬스동아는 앞으로 한국 내 유수의 시니어 주거시설을 직접 찾아가 독자들의 요양원과 요양병원, 실버타운 선택의 폭을 넓힐 계획이다.》


헬스동아 ‘노후, 어디서 살까’ 시리즈의 첫 번째 방문 장소는 서울 구로구 ‘미소들의료재단’이다. 이곳은 2008년 노인전문병원으로 개원했다. 국내에서 유일하게 노인요양병원, 요양원(실버케어센터), 주야간보호센터 등 노인 관련 시설 3곳을 통합 운영하고 있다.

지역 시니어를 위한 돌봄 시설

서울 구로구에 사는 60대 남성 신 모 씨는 매일 아침 8시 자신의 집 앞에서 미소들의료재단 운송 버스를 기다린다. 주야간보호센터 차가 정차하면 요양보호사가 신 씨에게 인사를 건넨다. 신 씨가 주야간보호센터에 도착하면 자리에 앉아 실내화로 갈아 신고 센터 로고가 새겨진 조끼를 입는다. 테이블에 놓인 물통의 보리차를 마시고 오전 간식을 먹으면 사회복지사의 출석 부르는 목소리가 들린다. 오전과 오후 내내 센터에서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끝내면 오후 4시30분에 집으로 돌아간다.

미소들의료재단 주야간보호센터는 아침, 저녁으로 거동이 불편한 노인과 치매 환자들이 집에서 센터까지 오는 것을 돕고 있다. 주야간보호센터는 장기요양 1∼5등급을 받은 65세 이상 노인이나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치매, 뇌혈관질환, 파킨슨병 등)을 가진 환자가 이용한다.

생계 등의 이유로 가족이 돌보기 어려운 경우 센터가 주간과 야간에 환자를 보호하고 다양한 활동을 함께하며 회복을 돕는다. 각종 레크리에이션을 비롯해 혈압·혈당 체크, 공기압 치료 등 건강관리와 신체 기능 유지 프로그램, 미술치료, 실버 체조, 웃음치료, 음악치료 등을 제공한다. 노인들을 위한 일종의 유치원인 셈이다.

해당 센터의 환자 정원은 34명이며 사회복지사, 간호조무사, 요양보호사 등 49명이 환자를 돕고 있다. 본인부담금 15%로 주간만 이용할 경우 한 달에 20만 원, 야간까지 이용하면 30만 원 정도 든다. 이용자는 센터에서 차로 1시간 거리 내에 거주하는 환자다.

노인 유치원부터 병원까지 ‘원스톱’ 진료

미소들의료재단의 큰 장점은 주야간보호센터와 요양원을 이용하는 환자들이 모두 센터 내에 자신의 주치의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만약 요양원이나 보호센터에 있는 환자의 상태가 나빠져 치료가 필요한 경우에도 다른 병원에 갈 필요 없이 건물 내 요양병원에서 전문의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일종의 ‘원스톱 노인 돌봄’ 복합 시설인 셈이다.

미소들요양병원은 양·한방 협진 병원이다. 9년 연속으로 보건복지부 1등급 인증을 받았다. 의사는 13명으로 내과(1명), 신장내과(3명), 신경과(1명), 재활의학과(2명), 가정의학과(1명), 한방과(1명), 성형외과(1명), 흉부외과(1명), 산부인과(1명) 등이다. 여기에 간호사 67명, 간호조무사 52명, 물리치료사 13명 등 총 183명이 근무하고 있다.

요양병원에는 현재 270여 명의 환자가 입원 치료 중이다. 간호사가 중환자실에 입원한 환자의 맥박과 심장박동, 몸 상태를 컴퓨터 화면을 통해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실버케어센터와 주야간보호센터는 60여 명의 작업치료사, 언어치료사, 사회복지사가 거동이 불편한 노인을 돌보고 있다. 실버케어센터는 노인장기요양기관으로 만 65세 이상, 만 65세 미만의 노인성 질환을 가진 노인이 입소해 생활한다. 2008년에 만들어져 정원은 75명이다. 노인들이 주거하는 공간인 실버케어센터는 공석이 생겨야 입소할 수 있다.

“자기 전공 가진, 인력 많은 시설 추천”

어떤 요양원이 좋은 요양원일까. 부모님을 모셔야 한다면 어떤 곳에 모셔야 할까. 미소들의료재단 윤영복 이사장(미소들요양병원장)은 “각 요양원과 요양병원만의 전공이 무엇인지 잘 봐야 한다”고 말했다. 윤 이사장은 성형외과 전문의로 오랜 기간 병상에 누워 있어야 하는 환자의 욕창 관리에 각별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 미소들요양병원은 올해 대한신장학회 인증 평가에서 우수 인공신장실에 선정되기도 했다. 투석 기계 26대를 구비하고 매일 20여 명의 환자가 투석을 받는다. 욕창 환자나 신장 질환자가 입소해 관리받기에 최적인 곳이란 평가를 받는다.

또한 윤 이사장은 “좋은 서비스는 인력에서 나온다”라며 “요양원을 선택할 때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했다. “부모님이 매일 생활하는 공간인 만큼 돌봄이 가능한 전문 인력을 충분히 갖췄는지, 시설은 괜찮은지 꼼꼼히 살펴야 한다”고 설명했다.

요양원 시설 중에선 운동시설이 잘 갖춰졌는지 확인해야 한다. 외부 운동이 어려운 시니어들의 특성상 요양 시설 내에서 운동해야 하기 때문이다. 또 하루 종일 시설에 있는 만큼 입소 노인을 위한 활동 프로그램이 어떤 것이 있는지 챙기는 것도 중요하다.

윤 이사장이 노인전문병원을 시작한 건 16년 전이며 본격적으로 노인복지를 공부한 건 그보다 10년 전이다. 한국은 그 당시 고령화사회가 되고 있었지만 노인복지 개념은 부족했다. 노인복지시설 역시 그 수가 적었다.

윤 이사장은 “일본, 스웨덴, 독일 등 해외 여러 나라를 돌며 선진 노인 의료와 복지 제도를 보면서 우리나라에서 해 볼 수 있는 것들을 고민했다”고 말했다. 특히 일본은 수시로 드나들었다. 병원과 요양원, 주야간보호센터가 함께 있는 ‘노인의료 복지 복합체’ 역시 일본에서 실마리를 얻은 것이다.

■ 말말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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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영복 미소들의료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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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소들의료재단 윤영복 이사장

미소들요양병원과 요양원은 스웨덴, 일본 등에서도 종종 견학을 옵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한국의 노인의료가 앞선 부분이 있다는 뜻이죠. 요양원을 선택할 때는 전문 인력을 충분히 갖춘 곳을 선택하라고 조언하고 싶습니다.”

미소들의료재단 이용객 A 씨

어머니를 미소들실버케어센터에 몇 년 동안 모시고 있습니다. 제가 일하는 곳이 진주라 멀지만 일주일에 한 번은 꼭 뵈러 서울에 옵니다. 어머니를 돌보는 보호사분들이 친절해 마음이 놓입니다.”


미소들요양병원 실버케어센터·주야간보호센터
■ 위치: 서울 구로구 고척로21나길 88-41
■ 접근성: 서울지하철 1호선 개봉역서 마을버스 구로02이용(약 14분 소요), 병원 내 차량 약 70대 주차 가능
■ 전문 인력: 요양보호사 35명, 간호사 2명, 사회복지사 3명, 간호조무사 3명, 물리치료사 1명, 영양사 1명
■ 주요 시설: 물리치료실, 작업치료실, 화랑길 등 휴식 공간
■ 주요 프로그램: 음악 율동, 치매 예방 체조, 미술치료,실버 레크리에이션, 종교 활동


홍은심 hongeunsim@donga.com·박재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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