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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양심적 병역거부 위헌제청 65개월…올해는 기다림 끝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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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김태인씨 종교신념으로 입영거부

1심 판사 2012년 헌재 심판 제청

잠깐일 줄 알았던 결정 계속 연기

선교꿈 못 펴고 6년째 언어공부만

“올해안 좋은 소식 나오기를 기대”



한겨레

김태인(27)씨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 제청으로 2012년 1심 재판이 중단됐고, 5년 5개월째 헌법재판소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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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1월 현재 헌법재판소 최장기 미제사건은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입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2011년 6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자들이 낸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다. 헌재는 이 사건을 포함해 양심적 병역거부 관련 30건이 넘는 위헌법률심판 제청과 헌법소원을 심리 중이다. 헌재가 6년 넘게 심리를 미루는 사이 매년 평균 약 500~600명의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징역 1년6개월을 선고받고 감옥에 가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심에서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 판결이 44건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사회적 분위기가 사뭇 달라지고 있다. 헌재가 올해 최장기 미제사건에 어떤 결론을 내릴지 주목된다.



김태인(27·사진)씨는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어머니, 여동생과 함께 여호와의 증인 왕국회관을 다녔다. ‘이웃을 사랑하라’, ‘칼을 쳐서 농기구를 만들게 될 것이고, 너희가 전쟁을 연습하지 않을 것이다’ 같은 성경 말씀대로 살겠다고 결심했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2011년 8월17일, 퇴근해 돌아와 보니 어머니가 입영통지서를 내밀었다. “입영할 수 없다”는 편지를 병무청에 보내고 입영일이었던 2011년 9월20일 39사단에 가지 않았다. 경찰과 검찰에서 간단한 질문에 답한 뒤 2011년 10월28일 김씨는 기소됐다.

2011년 12월2일 열린 김씨의 첫 재판은 다른 양심적 병역거부자들과 조금 다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지난 7일 <한겨레>와 만난 김씨는 “판사가 마지막으로 할 말이 있으면 하라고 해서, ‘나는 절대 죄가 있어서 여기 있는 게 아니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 그랬더니 판사가 ‘그럼 법과 싸워보겠느냐’며 위헌법률심판을 알려줬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가 재판관 7대2 의견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자를 처벌하는 병역법 제88조 제1항 등에 두 번째 합헌 결정을 한 게 불과 넉 달 전 일이었다. 김씨는 “제 주장과 행동이 같아지려면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김씨가 결심하자 창원지법 마산지원 김관구 판사는 2012년 8월9일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의 위헌 여부에 관한 심판을 제청한다”고 결정했다. 김 판사는 “대체복무 등 예외를 인정하지 않고 무조건 형사처벌을 규정하고 있는 법률조항은 양심적 병역거부자인 신청인의 양심의 자유, 종교의 자유 등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으로 헌법에 위반된다”고 결정문에서 밝혔다.

판사가 헌재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하면 헌재 결정 때까지 재판이 중단된다. 잠깐일 줄 알았던 김씨의 기다림은 헌재가 결정을 미루면서 어느덧 5년5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김씨보다 먼저 2011년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국회가 대체복무제를 입법하지 않는 것은 위헌”이라며 제기한 입법부작위 위헌확인 청구는 헌재 최장기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김씨는 “인도네시아에 가서 전도 활동을 하고 싶어 6년째 인도네시아어를 배우고 있는데 지금까지 한 번도 가지 못했다. 20대에 하고 싶었던 꿈과 목표를 이루지 못해 힘들고 답답하다”고 했다. 김씨 재판에서 제청된 위헌법률심판 때문에 창원 지역 양심적 병역거부자들도 재판이 줄줄이 연기돼 기다림은 배가됐다.

김씨는 올해 헌재의 ‘위헌 결정’을 간절히 기다린다. 지난해 입영과 예비군 훈련을 거부한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1심에서 44건의 무죄 판결이 나와 기대가 더 커졌다. 김씨는 “무죄 선고가 늘어나면서 양심적 병역거부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사람들도 우리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알게 됐다. 올해 안에 헌재에서 좋은 소식이 나오기를 기대하고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창원/글·사진 김민경 기자 salm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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