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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정교사처럼 일해도, 대가 못받는 ‘시간제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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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계약과 달리 초과 근무 시키는데

수당·상여금·복지혜택은 없어

“기간제 비용 줄이려 편법” 지적



한겨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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ㄱ(40)씨는 지난해 전남 한 중학교와 ‘시간제 교사’ 계약을 맺었다. 8월 말부터 겨울방학 직전인 12월 말까지 하루 7시간씩 일하기로 했다. 오전 9시에 출근해 오후 4시에 퇴근하기로 학교와 계약을 맺었는데, 실제 학교는 오후 4시 이후 열리는 교무회의 참석을 요구했다. ㄱ씨는 정교사나 ‘기간제 교사’와 마찬가지로 일주일에 17시수(한 시수는 45분)의 수업을 맡으며, 하루 8시간 넘게 일했다. 하지만 ㄱ씨는 기간제 교사도 받는 성과상여금, 맞춤형 복지 혜택에서 제외됐다. 급여는 계약한 시간만큼만 받았다. ㄱ씨는 “하루 종일 학교에 묶여 사실상 상시 근무를 하는데도, 방학기간 급여나 초과근무 수당이 없다”고 말했다.

14일 전국기간제교사모임 등의 설명을 종합하면, 전국 중·고교에서 기간제 교사의 처우에도 못 미치는 ‘시간제 근무 기간제 교사’(시간제 교사)를 채용해 기간제 교사처럼 일을 시키는 곳이 늘고 있다. 2010년 관련 제도가 마련된 시간제 교사란, 주당 6시간 이상 35시간 이하의 범위에서 학교가 시간제로 기간제 교사를 뽑을 수 있도록 한 직군이다. 휴직 등으로 정교사의 자리가 빌 때, 일정 기간의 계약을 맺고 상시 근무하는 기간제 교사와는 또 다르다.

교육계에서는 교과교실제나 고교학점제 등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늘리는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수록, 학교 현장에서 교사에 대한 수요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예컨대 교사가 각 학급을 찾아 수업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중고교에서 과목별로 교실을 별도로 운영하는 교과교실제나 고교생이 원하는 과목을 스스로 선택해서 수강할 수 있는 고교학점제가 제대로 이행되려면 교사가 더 필요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제도 도입·확대에 따른 구체적인 교사 수급 정책도, 이미 채용된 시간제 교사에 대한 근무실태 조사도 없다는 사실이다. 지난해 전남과 전북, 대전 등 전국 6개 시·도교육청에서 교과교실제 시간제 교사 700여명을 채용했다고 교육부는 집계하고 있다. 하지만 이들의 처우나 근무실태에 대해서는 제대로 파악된 게 없다. 14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교과교실제 시간제 기간제 교원 처우개선 청원’을 올린 청원자도 “오후 3시에 퇴근해야 하지만 저를 비롯한 많은 시간제 교사들은 기간제 교사와 똑같이 근무하는데 본봉이나 초과수당, 명절상여금, 맞춤형 복지비, 성과금까지 어느 하나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교육부는 고교학점제 도입 등을 통해 학생의 과목 선택권을 계속 확대한다는 방침이지만, 이에 따라 함께 증가하는 교사 수요에 대한 이렇다 할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김덕영 전국기간제교사모임 리셋팀장은 “시간제 교사는 기간제 교사의 채용 비용을 줄이기 위해 학교가 편법으로 운영하는 제도로 변질됐다. 시간제 교사에 대해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처우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미향 기자 arom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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