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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7 (월)

[여행 판도라] 어느 리조트 홍보팀의 시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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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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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가 시작된 지 벌써 3주 차에 접어들었다. 올해 초 이슈가 됐던 뉴스 중 하나는 2018년 연휴를 한눈에 정리한 기사였다. 빨간색으로 휴일이 표시된 큼직한 달력 이미지와 각종 그래픽을 이용해 올해 연휴는 어떻게 분포되어 있으며, 언제 연차를 내면 황금연휴를 맞이할 수 있는지 각종 팁을 다뤘다. 팁이라고 해야 거창할 게 없다. 연휴 앞뒤로 연차를 내 징검다리 휴일을 황금연휴로 만들라는 것. 말이야 쉽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을 우리 모두 알고 있다.

2017년의 일이다. 새해 벽두부터 5·10월 황금연휴를 꿈꿨지만 징검다리로 낀 평일에 연차를 내기란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눈치싸움에 실패해 징검다리 연차를 확보하지 못했다. 연휴에 가까워지자 나라에서 중간에 낀 날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했지만 그 기쁨도 잠깐이었다. 휴가를 목전에 두고 여행을 계획하다보니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장장 10일을 쉴 수 있었던 추석연휴 기간 항공권과 숙박료는 여름 극성수기 못지않게 치솟았다. 그마저도 원하는 시기의 좌석은 전부 마감된 상태. 울며 겨자 먹기로 휴가를 간 사람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시간만 보낸 사람도 불만족스럽기는 마찬가지였다.

그 와중에 행복했던 사람도 있었다. A리조트의 홍보팀이 그랬다. 팀장 포함 7명인 A리조트의 홍보팀은 2017년 1월 2일 시무식을 하면서 한 해 휴가계획을 취합했다. 7명 중에 7일 이상 해외로 장기 휴가를 다녀온 사람은 4명. 프랑스 파리로 배낭여행, 캐나다 오로라 여행, 캐나다 로키 캠핑카 여행 등 남들 버킷리스트에 들어있을 법한 여행을 다녀왔다. 사전에 휴가 일정을 조율해 업무 부담을 줄이고 최소 6개월 전에 여행 계획을 짜 경비도 아꼈다.

2018년 시무식에서도 A리조트 홍보팀 8명 중에 5명이 7일 이상 해외여행 계획서를 제출했다. 올해는 회사 차원에서 3년에 한 번 2주 내리 쉴 수 있는 휴가를 제공해 눈치 보지 않고 마음껏 여행을 다녀올 수 있단다.

A리조트 홍보팀의 휴가 사용법은 특이 사례에 속한다. 산업연구원의 '국내 관광 활성화를 위한 휴가 확산의 기대효과 분석 및 휴가 사용 촉진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근로자들에게 주어지는 연차휴가 일수는 평균 15.1일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하는 일수는 평균 7.9일에 불과했다. 연차를 다 쓰지 못하는 이유를 물었더니 44.8%가 '직장 내 분위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대통령이 앞장서 휴가를 쓰며 '연차휴가 사용촉진제도'를 시행하고 휴가 사용을 권장하는 여행주간을 진행하고 있다지만 피부로 느껴지는 드라마틱한 효과는 없었다. 서류상으로만 휴가를 내고 실제 출근하는 직장인도 허다하다. 이유는 '일이 많아서' '평가에 불리할까봐' '다들 안 가는 분위기인데 눈치가 보여서' 등 다양하다. A리조트 홍보팀의 이야기를 들으며 부러운 마음이 드는 한편 서글펐다. 근로자에게 주어진 권리인 유급연차를 눈치 보지 않고 당당히 사용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 하루빨리 조성되길 누구보다 바란다.

[홍지연 여행+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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