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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일사일언] 혼자보다는 같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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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일보

박성태 베네치아비엔날레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독감으로 사흘을 거의 침대에 누워서 지냈다. 깊은 잠에 빠질 때가 많았다. 그동안 전화기엔 받지 못한 전화번호가 쌓였다. 통화가 되지 않자 한 친구는 '혹시 사망?'이라는 문자를 보냈다. 그 친구는 1인 가구인 나의 고독(사)을 우려한다. 뜬금없이 전화 걸어 "밥은 먹었냐"고 묻는다. 이번처럼 독감에 걸리면 나는 말문이 막힌다. 우렁각시 이야기는 이미 많이 써먹어 진부하다. 확고한 가족주의자인 그 친구에게는 혼자 사는 내가 늘 걱정거리다.

전체 가구 비율 중 1인 가구는 30%에 육박한다. 이유도 천차만별이고 세대별 분포도 고른 편이다. 표준적인 4인 가구 비율인 21%보다 높다. 한국에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가족 형태로, 2025년이 되면 33%까지 많아진다고 한다. 그럼에도 성인 남녀와 이들의 자녀로 구성된 '정상 가족' 이데올로기는 여전하다. 이들에게 1인 가구는 비정상적이다. 특히 '빈곤하고 나이 든 1인 가구'는 차별과 혐오의 대상은 아닐지라도 몇몇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기도 한다. 그 친구는 나를 딱 그 지점에 위치시킨다. 가끔 구제 차원에서 나를 고깃집으로 불러 배불리 먹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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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친구가 몇 년 전부터 함께 살자는 말을 종종 한다. 작고 품위 있는 개인 공간과 서재, 거실 등 몇 개의 공간을 함께 쓰는 집을 짓는 꿈을 내 앞에 펼쳐놓는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공유 온실과 음악 감상실을 떠올린다. 나는 식물을 좋아하지만 온실이 없고, 혼자 음악 듣기는 흥미를 잃은 지 꽤 됐다. 친한 친구 몇 명이 더 모이면 복작거리며 더불어 함께 사는 확대가족을 만들 수 있을 듯싶다.

우리 사회에서 주거공간을 공유하든 그렇지 않든 새로운 형태의 가족은 늘어나는 중이다. 많은 이들이 전형적인 가족에서 벗어나 친밀한 관계를 맺는다. 그것을 지속하는 방식도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독감으로 누워 있다 보니 개인인 나와 공동체 속 나 사이의 균형을 잃지 않아야겠다는 생각이 더 절실해진다.

[박성태 베네치아비엔날레건축전 한국관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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