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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6 (토)

"테이블 4개에 종업원 4명… 음식 장사를 소꿉놀이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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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 주인들이 본 '윤식당2']

14.8% tvN 예능 최고 시청률

"팍팍한 현실서 잠시 힐링 되지만 손님 안와도 그만… 허탈감도 커"

"야미야미(yummy yummy, 맛있다)!" 스페인에서 비빔밥을 맛본 외국인 노부부의 한마디에 대한민국 안방이 들썩였다. 한국인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스페인 카나리아제도의 테네리페 섬. 면적은 서울 20분의 1에 인구는 5000명뿐인 작은 마을 가라치코에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한식당을 열었다.

식당은 개점 2시간이 지나서야 손님이 한둘 나타나는 수준이지만, 이를 방송하는 tvN '윤식당2'는 대박이 났다. 첫 회 시청률 14.1%에 이어 12일 방송된 2회는 시청률이 14.8%로 '삼시세끼'를 뛰어넘은 tvN 예능 최고 기록이 됐다. 소셜미디어엔 '풍경을 보는 것 자체가 힐링' '억지 갈등 상황이 없어 좋다' '스페인에서 한국 비빔밥이 통할 줄 몰랐다'는 호평이 줄을 이었다.

조선일보

배우 윤여정, 이서진, 정유미, 박서준이 스페인 테네리페섬에 8일간 한식당을 운영하는 이야기인 ‘윤식당2’에서 출연자들이 비빔밥을 만들고 있는 장면. 전문 셰프에게 전수받은 레시피 대로 계량하고 시간에 맞춰 조리하는 모습에 “실습 나온 학생들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tv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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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실제 음식점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겐 '윤식당'이 어떻게 비칠까. 서울 신촌에서 4년째 분식집을 운영하는 노모(51)씨는 "윤식당은 소꿉장난"이라며 웃었다. "레시피대로 계량하고 시간에 딱 맞춰 조리하는 모습이 마치 요리 실습 나온 학생들 같다"며 "방송에선 손님이 새로 왔는데도 폐점 시간이라며 문을 닫는 장면이 나오지만 실제 식당에선 한 푼이 아쉬우니 주먹밥 하나라도 더 팔려고 아등바등한다"고 했다.

마포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석강옥(59)씨는 "나도 이원일 같은 전문 셰프가 조리법을 알려주고, 매출 걱정 없이 식당을 꾸린다면 윤식당 못지않게 행복할 것 같다"며 혀를 내둘렀다. "손해가 나도 시청률만 올리면 그만인 연예인들이 부러울 뿐이죠. 허탈하기도 하고요." 시청역 근처에서 한정식집을 운영하는 김백선(57)씨는 "윤식당은 테이블이 4개인데 일하는 사람이 4명"이라며 "현실에서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절대 불가능한 조건"이라고 했다.

"가게 임대, 영업 허가를 받는 부분도 보여줬더라면 훨씬 실감 났을 것"이란 지적은 시즌 1 발리 편부터 꾸준히 제기됐다. 광장시장에서 반찬가게를 하는 김미진(41)씨는 "TV에선 모든 것이 쉬워 보이지만 내가 직접 외국에 식당을 차리려면 가게 임대부터 허가, 세금 문제까지 신경 써야 할 게 많다. 그런 절차도 보여줬다면 훨씬 피부에 와 닿는 리얼 예능이 됐을 것"이라고 했다. tvN 관계자는 "8일간만 진행하는 이벤트라 관광 홍보 차원에서 가라치코 시청 및 관공서에서 적극 협조해줬다"고 설명했다.

현실과 다른 판타지, 가짜인 줄 알면서도 '윤식당2'를 본다. 허탈하지만 '대리 만족'을 얻기 때문이다. 정석희 TV평론가는 "동화 같은 마을에서 재미있게 식당을 운영하는 모습을 보면서 나를 둘러싼 팍팍한 현실을 잠시나마 잊는 것"이라고 했다. 이화여대 후문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정우철(36)씨는 "풍광 아름다운 곳에서 매력 넘치는 주인과 종업원들이 알콩달콩 식당 꾸려가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된다"며 "지금은 학교 앞 분식집에 발이 묶여 있지만 언젠가 나도 외국 어딘가에 윤식당처럼 작고 예쁜 가게를 차려 여유롭게 살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된다"고 말했다.





[이해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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