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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3 (목)

맛집… 촬영지로… 청춘들의 ‘성지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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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SBS ‘살짝 미쳐도 좋아’에서 전국 빵 맛집을 찾아 여행 중인 배우 장희진(위사진), 방탄소년단 ‘LOVE YOURSELF’ 뮤직비디오의 배경이 된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 SBS TV·뮤직비디오 화면 캡처


“워너원 앨범 재킷 촬영지인 강원 주문진으로 성지순례 여행 가실 분 모집합니다!”(워너원 팬사이트)

좋아하는 대상을 향한 팬들의 마음이 마치 신앙심 같다고 해서 붙여진 ‘성지순례 여행’이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다. 아이돌 가수, 일본 애니메이션, 디저트나 빵이 유명한 식당 등 빠져 있는 대상도 다양하다. 역사적 명소 위주의 순례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공유하는 최신 정보를 찾아다니며 몸으로 즐기는 새로운 여행의 트렌드다.

아이돌 가수 팬 사이에 유행하는 성지순례는 ‘우리 오빠’가 다녀간 장소를 다니며 흔적을 찾는 ‘팬투어’의 일종이다. 온라인에는 가수 워너원의 팬들이 앨범 재킷 촬영 장소인 강원도의 한 서핑용품 전문점과 카페, 해변을 방문한 글이 올라온다. 방탄소년단의 팬들도 지난해 9월 발매된 ‘LOVE YOURSELF’ 앨범의 뮤직비디오 촬영지인 서울 용산구 서빙고역이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다녀간 서울 강남구의 식당, 편의점, 공원 등을 방문한 뒤 온라인에 인증 영상과 사진을 공유하고 있다.

스타가 광고하는 상품을 구하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아다니는 순례객도 있다. 좋아하는 멤버의 부모님이 운영하는 식당이나, 멤버가 어린 시절 자란 고향을 방문하기도 한다. 지난해 12월 23일 워너원 이벤트가 열리는 부산으로 여행을 다녀와 SNS에 인증샷을 올렸다는 직장인 김혜진 씨(26)는 “트위터로 다른 사람과 정보를 공유하며 팬 활동을 하는 것이 삶의 활력소가 된다”고 말했다.

‘짱구’ ‘슬램덩크’와 같은 일본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도쿄 인근의 사이타마현 가스카베시, 가나가와현 가마쿠라시 등 작품의 배경을 찾아 일본을 여행한다. 또한 애니메이션 속에서 짱구가 먹는 ‘초코비’ 과자 같은 소품을 찾아다니기도 한다. 사이타마현이나 가나가와현에서도 만화 관련 전시장이나 매장을 열고 머그컵, 인형 등 굿즈를 판매하고 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도라에몽 애니메이션을 즐겨봤던 직장인 김희진 씨(28·여)는 겨울 휴가를 맞아 지난해 12월 16일부터 5일간 도쿄 롯폰기를 찾았다. 김 씨는 “결혼 전 자유여행으로 도라에몽을 다룬 전시회와 도라에몽을 제작, 방송하는 TV아사히를 방문해 보고 싶어서 롯폰기에 다녀왔다”고 했다.

핫플레이스 음식점만 찾아다니는 성지순례도 있다. 지난달 16일엔 배우 장희진이 대전, 부산 등으로 ‘빵지순례(빵+성지순례)’를 떠나는 예능 프로그램이 방송돼 한 동영상 사이트 순위에 오르며 화제가 됐다. 가수 최자가 SNS에 공유한 사진을 근거로 그가 다녀간 식당을 찾아다니는 ‘최자 로드’ 관련 포스팅만 900건 넘게 검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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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이러한 다양한 ‘성지순례’에 대해 소비자들이 스토리가 있는 콘텐츠를 직접 체험하길 원하는 것이라고 분석한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특정 여행 명소에 집착하던 과거와 달리, 마음 맞는 사람과 함께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있는 장소가 더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 박종민 경희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인스타그램 등 SNS에 올리며 놀이로 즐기는 문화가 구체적인 취향과 만나 심화된 모습”이라며 “관광업계나 지방자치단체에서도 관련 문화 콘텐츠를 개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윤경 기자 yuniqu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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