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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4 (월)

치졸한 中환구시보, 韓네티즌 일부 악플 악용해 책임회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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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中, 한국기자 집단폭행 파문 / CNN 등 주요외신 기자 폭행사건 집중보도 ◆

CNN, 파이낸셜타임스(FT) 등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언론들은 14일 중국 경호원들이 정상적인 취재 활동을 하던 청와대 출입 사진기자들을 집단 폭행한 사건을 집중 보도하며 중국 측의 몰상식한 태도에 경악과 개탄을 금하지 못했다.

반면 환구시보 등 중국 언론은 일부 한국 네티즌의 악플성 인터넷 댓글을 인용해 "한국 기자들에 대한 네티즌의 반응은 냉랭하다"고 보도하며 책임을 회피하는 치졸한 모습을 보였다. 사과와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보다는 사태 모면에 급급하는 중국의 태도에 분노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CNN은 14일(현지시간) 사건 발생 직후 방송을 통해 "냉각된 양국 관계를 회복하기 위한 한중정상회담이 열리기 몇 시간 전에 한국 기자들이 심하게 구타당했다(Beaten bloody)"라며 폭행 사건을 비중 있게 전했다. CNN은 한국 기자들이 중국인 경호원에게 폭행당하는 장면이 촬영된 동영상을 함께 게재하면서 사태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특히 '이충우 매일경제 기자'라고 피해자의 실명을 언급하면서 그가 중국 경호원들에게 둘러싸여 집단 구타를 당해 얼굴에 피멍이 들었다는 사실을 자세하게 전했다.

뉴욕타임스(NYT) 워싱턴포스트(WP) FT 등 글로벌 주요 매체들은 한중정상회담 결과를 전달하는 기사에서 이번 폭행 사건을 함께 소개하며 "양국의 관계 회복에 치명적일 수 있다"고 논평했다.

특히 NYT는 "문재인 대통령이 이번 정상회담에서 중국과 새로운 시작을 모색하려 했으나 (이 노력이) 중국 경호원의 집단 폭행으로 얼룩졌다"고 지적했다. WP는 "문 대통령의 방중이 폭행 사건으로 망가졌다(marred)"고 전했다.

FT는 "한중 양국이 정상회담을 통해 관계를 다졌다"고 전하면서도 "이 같은 (관계 개선) 논의는 경호원과 한국 기자 간의 마찰로 손상됐다(marred)"고 평가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논평은 자제한 채 동영상과 사진을 통해 사건을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한국은 중국처럼 언론을 통제하지 않는다"며 "중국 당국의 언론 통제가 사건의 원인"이라고 분석했다.

일본 매체들도 한중정상회담 소식과 함께 이번 사건을 다뤘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피해자 사진과 관련 내용을 15일 조간 국제면에 게재했다. 마이니치신문은 "한국에서 사드 문제로 대중 감정이 악화하고 있어 이번 사건으로 반발이 더욱 거세질 전망"이라고 보도했다.

산케이신문에 따르면 중국에서 방영된 NHK방송에서 해당 장면 송출 당시 화면이 정지돼 중국 당국의 언론 통제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외신들이 잇따라 이번 사건의 책임이 중국 측에 있다고 지적하고 있지만 정작 가해 당사자인 중국 측 언론은 책임을 회피하려는 듯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 15일 중국 관영 환구시보는 "한국 언론이 이번 사건을 대대적으로 보도하는 것과 달리 정작 한국 네티즌 사이에서는 이번 사건을 냉소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일부 한국의 네티즌들은 이번 기자 폭행 사건과 관련해 '기자들이 취재 과정에서 규칙을 위반했을 것'이라는 근거 없는 비판으로 잘못을 한국의 취재기자에게 돌리는 악플을 달았다.

환구시보는 다수 국내 언론의 보도보다는 악플성 댓글만 인용해 "한국 네티즌의 댓글을 살펴보면 한국 매체와 여론 간 시각 차이가 있어 보인다"며 비난의 화살을 한국 기자들에게 돌리는 옹졸한 보도행태를 보였다. 환구시보 보도 이후 왕이망, 시나망, 중국청년망, 봉황망 등 중국 주요 매체들도 비슷한 내용의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일부 한국 네티즌들의 악플이 중국 언론에 인용돼 사태를 왜곡하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중국 언론의 행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실제 중국을 제외한 전 세계 언론은 '이번 한국 기자의 취재는 정상적인 과정을 거쳤으며 중국의 일방적인 폭행으로 발생한 일'이라고 보도했다.

미국 언론을 비롯해 닛케이와 산케이 등 일본 언론들도 "한국 취재 기자들이 정상적인 취재 과정을 거쳤고, 행사장 이동을 위해 비표도 중국 경호원에게 제시했지만 제지를 당했다"며 "한국 기자들이 항의를 하는 과정에서 중국 경호원이 집단 폭행에 나섰다"고 전했다.

환구시보를 비롯한 중국 언론의 보도는 중국 당국이 국가 간 문제가 발생했을 때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여론을 조성하려는 해결 수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는 사건에 대해 일부 반대 입장을 들이밀면서 자체분열을 유도하는 전략일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한국기자 폭행 사건에 대해 "중국 측은 이번 사건이 경호 요원들이 현장 보안조치를 하고 기자들이 취재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우발적 불상사로 본다고 했다"고 전했다.

이 같은 '우발적 불상사' 표현을 놓고 부적절한 평가라는 지적도 나온다. 폭행 가해자와 피해자가 명확히 나뉘는 사안을 '우발적'이라 표현한 것은 그 심각성을 폄훼하고 책임 소재를 불분명하게 만드는 것처럼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표현에 대해 기자들이 한국 외교부도 동의하냐고 묻자, 외교부 당국자는 "있어서는 안되는 불행한 일"이라며 다른 표현을 사용해 해명했다.

이후 중국 외교부 측에서 관련 표현으로 논란이 일 듯하자 "사건 경위와 상관없이 심심한 위로와 기자분들의 조속한 쾌유를 빈다"는 보다 진전된 입장을 전해왔다.

[박대의 기자 / 박의명 기자 / 김하경 기자 / 박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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