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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날은 찬데…2인용 텐트서 기약 없는 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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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 한 달, 지금은…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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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약들을 다 먹을 때쯤 집에 갈 수 있을까요?”

지난 12일 오후, 경북 포항 북구 흥해실내체육관에서 만난 김연리씨(73)는 자신이 머무는 텐트 안에 두 달치 약을 쌓아두고 있었다. 혈압·당뇨·위장약·신경안정제 등 그가 먹는 약은 5~6종류에 달했다. 김씨는 지난달 위에서 종양 4개가 발견돼 제거 수술을 받은 후 제대로 휴식을 취하지 못하고 있다. 흥해읍 옥성리에 있는 김씨의 집은 지난달 15일 강진으로 파손된 후 출입금지 조치가 내려져 있다. 그는 남편과 함께 이곳 대피소에 설치된 2인용 텐트 안에서 한 달 가까이 지내고 있다. 김씨는 “하루빨리 집에 가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 경북 포항에서 규모 5.4 강진이 발생한 지 한 달이 됐지만 불안정한 주거 현실에 내몰린 이재민들은 여전히 ‘흔들리는 나날’을 보내고 있다. 지진 후유증에 추위까지 겹친 탓에 이들 이재민은 “어느 때보다 추운 겨울이 될 것 같다”고 했다.

13일 경북도·포항시에 따르면 흥해실내체육관 등 임시 대피소 2곳에 거주하고 있는 이재민은 지난달 17일 1797명까지 늘었다가 560명으로 줄었다. 장기 이주가 필요한 주민 등이 국민임대·다가구·전세임대주택 등지로 옮겨서다.

실내체육관·조립식 주택 등에 머물고 있는 이재민들은 구호 손길에 고마움을 느끼면서도 노약자·아이를 위한 정책적 배려가 아쉽다고 지적했다. 8·9살 난 아이와 체육관에서 지내는 한금실씨(44)는 “음식물을 들여올 수 없어 아이들에게 간식이라도 먹이기 위해서는 밖에 나가야만 한다”면서 “또 아동용 해열제나 소화제, 감기약 등도 준비돼 있지 않아 성인용 약을 절반씩 잘라서 줘야 하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16일부터 임시 대피소에서 생활하고 있는 박모씨(79)는 “노인들 대부분이 크고 작은 지병을 앓고 있는 데다 지진 후유증을 겪고 있어 회복을 위한 공간 등이 절실하지만 머물 곳은 좁은 텐트뿐”이라면서 “보급품이 제대로 보급되지 않아 며칠 전까지는 얇은 담요 세 장만으로 잠을 청해야 했다”고 말했다. 현재 포항지역 임시 대피소 2곳에는 13세 미만 이재민이 50여명에 이른다. 흥해실내체육관 이재민 184가구 중 55가구에는 65세 이상 노인이 1명 이상 포함돼 있다.

조립식 주택으로 거처를 옮긴 이재민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흥해읍 성곡3리 마을회관 옆에 설치된 18㎡ 크기의 임시 주택에서 남편, 아들, 손자 등 5명이 함께 머물 예정이라는 이준예씨(68)는 “화장실에서는 세수 정도만 할 수 있고 세탁기를 놓을 공간조차 없는 곳에서 지내려니 서글프다”면서 “가족 모두가 머물 수 없어 남편과 아들은 찜질방과 지인 집을 전전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부는 올해 안에 피해·위험 주택에 대한 재차 정밀점검을 벌여 입주 가능 여부 등을 가린다는 방침이다.

<글·사진 백경열 기자 merci@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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