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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예쁜 꽃, 잘 말려서 오랫동안 볼까∼‘드라이플라워 꽃다발’ 활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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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비싸지만 습기·햇빛 피하면 1000일 시들지 않아 ‘가성비의 꽃’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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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구 홍대입구를 비롯해 유동인구 밀집지역 꽃가게에는 요즘 말린 꽃을 손바닥만 하게 종이에 말아 개당 5000원 안팎에 파는 ‘드라이플라워 꽃다발’이 눈에 띄게 늘었다. 20~30대 청년층의 넉넉지 못한 주머니 사정에도 장기간 보관할 수 있어 ‘가성비의 꽃’으로 손꼽힌다. 팍팍한 일상에 위안이 되는 자연친화 ‘그린소비’ 트렌드, 청년 창업에 적합한 직종으로 플로리스트가 주목받는 현상도 드라이플라워 유행 비결로 업계는 보고 있다.

지난 7일 오전 서울 고속터미널 꽃도매시장. 물기를 머금은 튤립, 국화, 장미 같은 생화 사이로 말린 꽃을 종류별로 높이 쌓아올린 목화상회가 눈길을 끌었다. 안개보다 작은 꽃무리에 색을 입힌 시네신스, 병아리색 플럼, 주황색 팜파스를 비롯한 40여종이 진열돼있다. 특수용액으로 가공한 드라이플라워 일종인 ‘프리저브드 플라워’들이다. 점원 곽민섭씨는 “습기와 직사광선만 피하면 최고 1000일까지도 형태가 유지되기 때문에 길어봐야 2주 남짓 지속되는 생화에 비해 ‘가성비’가 좋아서 젊은층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시네신스는 한 다발 1만원, 수국도 1만5000원으로 생화보다 2~3배나 비싸지만 찾는 이가 많다.

실제 화훼시장 내 점유율도 높아지고 있다. 젊은층 유동인구가 많은 지역에서는 드라이플라워가 꽃집 매출액의 30%까지 차지하는 것으로 업계는 추산한다.

김정희 플로리스트협동조합 이사장은 “지난해 드라마 <도깨비>에서 목화꽃이 히트를 쳤을 땐 졸업 꽃다발 시즌과 겹쳐 전체 매출액의 50%에 달한 바 있다”고 전했다.

2대째 꽃도매업에 종사하는 이상열씨는 “남대문시장 시절부터 40년째지만 20개점 중 1개꼴로 (드라이플라워) 전문취급 도매상이 생길 정도의 유행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무렵과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시절 반짝 유행했지만 요즘 열풍과는 차원이 다르다. 플로리스트 이진아씨도 “프러포즈 같은 이벤트 꽃다발도 오래 보관할 수 있는 드라이플라워로 제작 주문이 많이 들어온다”고 말했다.

드라이플라워의 유행은 ‘가성비’ 때문만은 아니다. 말려도 유칼립투스처럼 풀향이 좋거나 골든볼처럼 모양이 예쁜 꽃들이 그린소비와 맞물려 많이 수입됐다. 마른 꽃이 꺾이거나 부스러지지 않도록 하는 용액 가공기술인 ‘프리저브드 플라워’ 기법은 유럽에서 시작돼 최근 국내에서도 대중화되는 추세다.

청년창업과 제2의 직업으로 플로리스트가 각광받는 것도 드라이플라워 유행의 한 이유다. 광화문 옥사나블루밍의 배해욱 실장은 “소자본 창업 및 클래스 운영이 가능하다는 측면에서 최근 3년 사이에 플로리스트라는 직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데이트코스로 손꼽히는 마포구 연남동 일대에는 최근 1년 사이에 ‘카페보다 꽃집이 더 많아졌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로 가게가 늘었다. 9일 신한카드 트렌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와 비교해 ‘플라워 카페’ 이용고객 증가율은 55.8%로 일반 카페(10.1%)를 앞질렀다.

이처럼 꽃집의 문을 열며 “말라도 예쁜 꽃 없냐”고 묻는 소비자가 있는 한 드라이플라워 유행은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민영 기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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