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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이스라엘, 가자지구 전투기 공습… 反美시위, 이슬람권 전역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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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예루살렘 선언 들끓는 중동

팔레스타인 로켓포, 이스라엘 보복

1000여명 다치고 4명 숨져… 가자지구 3년만에 사망자 발생

시위대 미국 대사관 앞으로몰려… 레바논에선 美대사관 진입 시도

아랍연맹 긴급회의 열고 美 비판… 중동 리더들 "美부통령 안만날 것"

英·佛 등 5개국 유엔 안보리 성명… 동맹국인 미국을 이례적으로 비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공식 인정한 이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충돌이 점점 격화되고 있다.

6~8일(이하 현지 시각) 사흘간 '분노의 날'이 선포된 팔레스타인에선 연일 반미(反美) 폭력 시위가 벌어졌다. 요르단강 서안 지역과 가자지구에서는 8일 수백명의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군을 향해 화염병과 돌을 던졌다. 이스라엘군이 시위대에 발포하면서 팔레스타인 2명이 숨졌다. 고무탄과 최루가스로 대응해오던 이스라엘군이 이날 실탄 사격으로 대응하고 나선 것이다.

같은 날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 남부 스테롯 마을을 향해 로켓포 3발을 쐈다. 이스라엘군은 이에 맞서 전투기를 동원해 가자지구를 보복 공습했다. 이 과정에서 하마스 대원 2명이 숨지고 민간이 25명이 부상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까지 팔레스타인인 4명이 사망하고, 1000여명의 부상자가 나왔다"고 보도했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가자지구에서 사망자가 발생한 건 지난 2014년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50일 전쟁' 이후 3년 만이다.

미국과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시위는 전 세계 이슬람 국가로 확산되고 있다. BBC는 "이집트, 레바논, 이란, 터키 등 중동 지역을 넘어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등 전 세계 이슬람 국가 미국 대사관 앞에서 미국과 이스라엘을 비난하고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시위가 이어졌다"며 "레바논 베이루트에서는 시위대가 미 대사관 진입을 시도하다 경찰에 진압됐다"고 보도했다.

22개 아랍국으로 구성된 아랍연맹(AL)은 9일 이집트 카이로에서 긴급 외무장관회의를 열고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것을 철회하라"고 미 정부에 공식 요구했다. 아랍연맹 외무장관들은 이날 채택한 성명에서 "미국이 이·팔 평화협상 과정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결정을 함으로써 중동평화 프로세스의 후원자이자 중재자 역할을 스스로 걷어찼다"며 "(아랍연맹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에 국제법을 위반한 미국의 결정을 비난하는 결의안을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을 채택한 국가 중에는 아랍에미리트(UAE), 사우디아라비아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도 포함됐다.

조선일보

이달 말로 예정된 마이크 펜스 부통령의 중동 방문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 수도 인정을 발표한 지난 6일 이집트·팔레스타인·이스라엘 등 중동 국가 방문 계획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리야드 알말리키 팔레스타인 외무장관은 9일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미국은 이·팔 협상 중재자 자격을 잃었다"며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자치정부 수반이 펜스 부통령을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이집트 최고 종교단체인 '알아즈하르'의 대(大) 이맘 아흐메드 알타예브와 이집트 콥트교회 수장 타와드로스 2세도 접견을 거부했다.

국제사회도 일제히 미국을 성토했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 8일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트럼프 대통령의 선언을 일제히 비판했다. 안보리 이사국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결정이 이·팔 간 평화 협상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미국을 비난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전했다. 영국·프랑스·독일·이탈리아·스웨덴 등 유럽연합(EU) 5국 대사는 회의 직후 공동 성명을 내고 "예루살렘의 지위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협상을 통해 결정돼야 한다"며 "예루살렘이 궁극적으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모두의 수도여야 한다는 게 EU 회원국의 변함없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NYT는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외교 무대에서 미국 정책에 대한 이례적인 공개 비난이 이어졌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8일 트위터에 빌 클린턴, 조지 W. 부시,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차례로 등장해 "예루살렘은 이스라엘의 수도"라고 밝히는 동영상을 올렸다. 그러면서 "나는 대선 공약을 지킨 것뿐이고, 다른 대통령은 그러지 못했다"고 했다. 예루살렘을 이스라엘 수도로 인정한 건 돌발 행동이 아니라 역대 대통령 때부터 계속돼온 공약이었다는 것이다.

반면, 유럽을 순방 중인 렉스 틸러슨 미 국무장관은 이날 프랑스 파리에서 장이브 르드리앙 프랑스 외무장관과 회담한 이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한발 물러섰다. 그는 "예루살렘으로 대사관을 이전하는 데 적어도 2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트럼프 대통령이 예루살렘을 수도로 인정한 것이 예루살렘의 최종적인 지위를 결정하는 것은 아니다. 최종 지위는 이·팔 등 당사국이 협상하고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김선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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