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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6 (일)

40년 음악생활 담은 '후배 위한 지침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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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

"자서전 아니에요. 음악 하는 후배들 참고하라고 쓴 음악 책입니다."

가수 김수철(60)은 최근 생애 첫 책을 썼다. 제목은 '작은 거인 김수철의 음악 이야기(까치)'. 학창 시절부터 가수 데뷔, '고래사냥', '서편제' 등 영화음악을 만들던 시절과 1988년 서울올림픽 전야제나 2002년 한·일월드컵 개막식 음악감독 등 40년 가까운 음악가 생활을 회고하는 내용이다. 최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난 그는 "그간 자서전 쓰자는 제의는 많이 받았지만 모두 거절했다"며 "출판사에서 '김수철이 만든 음악 이야기를 써보자'고 해서 펜을 잡아봤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김수철은 자신의 트레이드마크인 야구 모자를 쓰고 나타났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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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같은 국가 행사에 참여할 때 쓴 작곡 노트나 회의록 같은 걸 다 모아 뒀거든요. 그게 다 중요한 음악 기록인데 저 혼자 싸들고 가면 안 되잖아요. 산처럼 쌓인 자료들 뒤져가며 책을 쓰느라 사서 고생한 거죠."

사서 고생이란 말은 과장이 아니다. 20~30년 전 음악 창작 과정까지도 바둑 복기하듯 꼼꼼히 썼다. 서울올림픽 전야제를 위한 30분짜리 음악을 만들 때 '도약'이라는 주제를 표현하기 위해 신시사이저에 태평소·가야금에 종소리까지 어떤 방식으로 배치했는지 설명하는 식이다. 만화영화 '날아라 슈퍼보드'의 주제가로 큰 인기를 끈 '치키치키차카차카'를 만들 땐 "어린이들이 뭘 좋아하는지 연구하다가 '치키치키차카차카초코초코촉'이란 의성어를 떠올렸다"고 했다. 책에서 가장 많은 분량을 할애한 건 스스로 일생의 사명이라 생각하는 '국악의 현대화' 작업이다.

지금까지 낸 37장의 음반 중 25장이 국악 음반이다. 우리 음악의 형식인 '산조'로 만든 음악을 기타로 연주하는 이른바 '기타 산조'도 그가 개척한 장르. 수많은 히트곡으로 번 돈을 모두 쏟아부어 가며 국악에 매달린 지 30년이 넘었지만 그는 "아직도 멀었다"고 말한다. "국악 음반은 듣는 사람은 많지 않은데, 제작엔 큰돈이 들어가요. 혹시 알아요. 제 책 읽고 어느 독지가가 나타나서 새 앨범을 제작해줄지(웃음). 반드시 기회가 올 겁니다." 작은 거인의 결코 작지 않은 열정은 여전했다.




[권승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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