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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7.08 (월)

[세종시 Inside] 세종시 국회 분원 설치 소식에… 공무원·국회 직원들 뒤숭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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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좋은 시절도 끝나는 건가요? 일주일에 절반은 무두절(無頭節·윗사람이 없는 날)이었는데…." (세종시 경제부처 주무관)

"설마 되겠어요? 힘 있는 의원님들도 싫어하는데… 막아줄 겁니다." (국회 사무처 사무관)

최근 통과된 내년도 국회 예산에 '국회 세종 분원 설치' 예산이 처음 반영되면서 세종 관가(官街)와 여의도가 뒤숭숭하다. 국회는 올해 세종 분원 설치에 대한 타당성 조사를 한 데 이어 내년엔 2억원을 들여 설치 용역을 할 계획이다. 이번 용역은 분원의 설치 시기와 장소, 쪼갤 조직 등을 검토하는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얘기는 많이 나왔지만 막상 예산까지 잡히니 "올 것이 왔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종시 공무원들은 직급에 따라 표정이 갈린다. 국회 업무차 서울과 세종을 오가는 일이 잦은 과장급 이상 공무원들은 "길바닥에서 버리는 시간과 체력을 아낄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세종시로 이사한 공무원들도 부동산 값이 뛸 것 같다며 반기는 표정들이다. 고속철도 세종역 설치 등 숙원 사업들이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예상이 많다. 반면 사무관 이하 실무진들은 표정이 밝지 않다. 국회 세종 분원이 설치되면 무두절이 줄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직원들도 울상이다. 일부 직원 사이에선 "청와대는 왜 안 내려가느냐"는 불평도 나온다. 국회 사무처 직원 A씨는 "인사 철마다 세종 분원 때문에 이산가족이 양산될 판"이라며 "차라리 세종시를 행정수도로 만드는 개헌이 돼서 통째로 내려가는 게 낫겠다"고 말했다.

국회에서 일하는 사람은 사무처·예산정책처·입법조사처 등 공무원, 각 의원실 보좌진 등 5000여 명에 달한다. 국회를 담당하는 대기업 대관 직원들, 각 기관 파견자들도 영향권이다. 경제부처 B 국장은 "분원이 내려와서 제 역할을 하려면 국회 업무를 얼마나 효과적으로 나누느냐가 관건이 될 것"이라며 "그렇지 않으면 행정 비효율에 입법 비효율까지 겹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부처 안팎에선 국정감사와 각 상임위원회 회의는 세종 분원에서 하고 본회의는 여의도 본원에서 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하지만 한 야당 의원 보좌관은 "미루고 미루다 예산정책처 등 일부 조직만 내려보낸 뒤 '공약을 지켰다'고 할 가능성도 있다"고 했다.

최종석 기자(comm@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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