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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9 (일)

[사설] 북핵 위기 고조되는 지금 전작권 환수 서두를 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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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 무력충돌 가능성 높아져 / 전작권 전환보다 안보 강화 먼저 / 정부, 10일 추가 대북제재 발표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일 전군 주요 지휘관들과 오찬을 하는 자리에서 “굳건한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의 조건을 조속히 갖춰 나가야 한다”며 “우리 군의 한·미 연합방위 주도 능력을 확보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우리 국방을 우리 스스로 책임지는 책임국방을 구현하도록 우리 군의 핵심 능력과 합동성을 실질적으로 강화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이번 전작권 발언은 지난 10월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나온 양국 합의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당시 한·미 국방장관은 전작권 전환조건을 빨리 성숙시켜 시간이 되면 환수하기로 했다. 빈센트 브룩스 주한 미군사령관은 지난달 “한국 정부가 전작권 전환을 위한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전환시기만 중요한 것처럼 얘기하고 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기 환수를 위해 미국이 제기하는 조건을 빨리 갖추라는 것이 문 대통령의 의중인 것이다.

전작권 환수는 언젠가는 이뤄져야 할 안보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북의 도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는 독자적인 방위능력을 갖춘 대전제 위에서만 가능하다. 북한의 핵 개발로 군사적 균형이 완전히 무너진 상태라면 그것을 회복하는 것이 먼저다. 성급한 논의는 한·미동맹의 균열을 초래하고 국가안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

빌 클린턴 미국 행정부가 1994년 1차 북핵 위기 당시 북한 공격을 계획했다가 포기한 사실이 그제 공개된 미 정부 기밀문서로 공식 확인됐다. 미국의 전쟁 검토는 북한이 영변 원자로에서 핵무기를 만들 수 있는 물질을 추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그때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위중하다. 핵분열 물질 추출 정도가 아니라 미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거의 완성한 것으로 판단된다.

북한의 태도 역시 1990년대보다 더 호전적이다. 노동신문은 어제도 미국의 해상봉쇄를 겨냥해 “또 하나의 공공연한 선전포고로 간주해 무자비한 자위적 대응조치가 뒤따를 것”이라고 위협했다. 미국은 지금 대북 제재에 주력하고 있지만 언제 선제공격 카드를 꺼내 들지 알 수 없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최근 한반도 군사 충돌 시 주한 미국인 최소 10만여명, 남북한 2500만명 이상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부는 어제 북한 단체 20개와 개인 12명을 독자제재 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첫 독자제재에 이은 추가 제재이다. 하지만 미국이 이미 발표한 독자제재 명단에 포함된 것이어서 실효성이 의문시된다. 남북 대화를 강조하느라 시기적으로도 늑장 제재라는 지적이 없지 않다. 정부는 더 이상 좌고우면해서는 안 된다. 무엇보다 문 대통령 스스로 6·25전쟁 이후 최대 위기라고 밝힌 상황에서 전작권 환수를 재촉하는 것은 옳지 않다. 북핵 위협이 사라지고 자주국방이 완비될 때까지는 전작권의 ‘전’자도 꺼내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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