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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26 (수)

[레이더P] [명사특강] 김병준 "깨어있지 않은 조직된 힘은 오히려 위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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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영합주의에 병드는 국가 재원
그 누구도 세금 더 내라 못 해
증세 설득은 지도자의 의무




"여러분이 저를 뽑아주었습니다. 그러나 미안하지만 저는 여러분의 국회의원이 아닌 영국 국회의원입니다. 저는 지역사회가 아니라 영국 전체를 위해서 일할 것입니다."

영국 보수주의 정치사상가로 알려진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1729~1797)의 유명한 브리스톨 연설의 내용이다. 하지만 요즘 이런 정치인의 말을 듣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지역에서 표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런 '대중영합주의'가 김병준 국민대 교수가 주장한 세 번째 한국 정치의 문제점이다.

김 교수는 대중영합주의를 '단견과 편견을 가진 국민을 그대로 따라가거나, 그러한 기존의 갈등 구조 위에 올라타서 국민의 분노를 일으키고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취하려고 하는 행위'라고 정의했다.

대표적인 대중영합주의의 사례는 복지를 들 수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 지도자들이 너나 할 것 없이 복지 공약을 내놨다. 문재인 후보가 38조원, 홍준표 후보가 18조원, 안철수 후보가 40조원, 유승민 후보가 40조원. 심지어 심상정 후보는 110조원이 드는 복지 공약을 내놨다. 심지어 임기 5년 동안이 아니라 1년에 드는 비용이 이 정도였단 말이다. 그러면 돈은 어디선가 나와야 할 것 아닌가. 돈은 어디서 나오나."

김 교수는'부자 증세' '핀셋 증세' 등으로 대변되는 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로는 복지 재원을 다 마련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답은 국민 모두가 조금씩 세금을 더 내는 '국민개세'의 원칙에 있다는 것.

그는"부자증세해봐야 연간 들어오는 돈이 최대로 잡아도 10조원도 안 된다"며 "고소득자들은 도망갈 능력이 있기 때문에 세금을 덜 내도 되는 나라로 빠져나간다"고 부자증세의 한계를 지적했다.

반면 북유럽의 복지국가 덴마크와 스웨덴은 최고 세율이 60%에 가깝다. 이 최고세율을 적용받는 범위도 매우 넓다. 덴마크는 한화로 연 약 6000만원의 소득이 있을 경우 자기 소득의 59%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결국 누구나 더 내고 많이 받는 구조로 전환이 필요하다는 것.

그렇다면 누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달아야 할까.

매일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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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증세 설득은 지도자의 의무'라며 이같이 말했다. "세금을 거두는 데 저항이 심하니까 우리는 아예 시도를 안 한다. 하지만 정치 지도자라면 설득을 해야 한다. 국민이 다 같이 내면 국가 재정에 대한 주인의식도 생겨서 세금 낭비도 줄어든다."

또 그는 최근 정치권이 추진하는 '보편복지'의 우선순위에 대해서도 문제점을 지적했다. 그는 "세계 어느 나라도 복지에 대한 시스템 정비 없이 개인 주머니에 돈부터 넣어주지는 않는다"며 "한국은 인력 양성 체계나 실업안전망 구축(실업급여 인상) 등 구조적이고 체계적인 복지를 확충하는 데 우선 재원을 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말을 인용하며 해답을 제시했다. 그는 "노무현 대통령은 '깨어 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이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말했지만 역점은 '깨어 있는 시민'에 있다"고 말했다. '조직된 힘'에 집중해 대중영합주의에 편승하는 정치인들에 대한 경계를 당부하며 김 교수는 강의를 마무리했다.

"결국 해답은 우리가 깨어 있는 것입니다. 국민이 깨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조직된 힘은 오히려 위험하니까요."

한편 이번 명사특강은 프리미엄 정치뉴스웹 레이더P(RayTheP.com)가 기획해 이달 30일까지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된다. 강의 전체 내용은 레이더P 유튜브 채널을 통해 볼 수 있다.

[윤범기 기자 / 조선희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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